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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도약대로 만들어야
김지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경영기획본부장 | 승인 2018.03.27 13:21

[여성소비자신문]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우리사회의 반(反)성폭력 운동은 참 많은 것을 제도화시키고,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1991년 처음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개소하면서 피해자 지원을 시작했고,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켰던 성폭력 사건들이 이슈화되면서 1994년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1995년경부터 각 대학에서는 반(反)성폭력학칙 제정이 시작되었고, 학내 성폭력문제를 다루는 기구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직장에서의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되기 시작했고, 2013년에는 성폭력의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현재 전국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상담소, 보호시설, 해바라기센터 등은 현재 약 250여개에 이른다.

이러한 제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 동안 성폭력은 더 이상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고, 성차별적인 문화는 성폭력을 양산하는 토대임을 끊임없이 알리고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었다.

그런데 2018년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가히 ‘미투 혁명’이라고 불릴만한 현상이 나타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폭로되는 ‘미투’를 바라보며, (성폭력이나 성희롱이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늘상 주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온 나라의 모든 영역에, 이렇게까지 심각한 거였어?’라는 생각에 한탄과 뒤통수 맞는 기분으로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반성폭력 운동은 무엇을 해왔나에 대한 되돌아봄의 기간이기도 했다.

2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숨기고 고통 속에 살고 있으며, 수십 년이 지나도 가해자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사회 곳곳에는 많은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었구나를 여실히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노력이 있었기에 현재 시점에 미투가 일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미투’는 여성들이 폭력에서 자유롭고 보다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를 점검해보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법과 사회제도적 차원에서의 개선을 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거시적 차원의 대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의 성차별적이고 불평등한 문화를 바꾸어 나가가는 것이고, 더 이상 성폭력이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바꾸기 위한 실천을 하는 것이다.

사회문제를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나, 사회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사회를 구성하고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투는 누군가의 일이 아니며, 바로 나의 문제고, 우리의 문제다. 내가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피해자이며, 또한 가해자이다. 그들은 나와 무관하지 않다.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미투를 보면서 어떻게 나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미투를 계기로 한층 더 우리사회 전반과 내가 속한 주변을 꼼꼼히 훑어보고, 나를 돌아볼 일이다. 나는 부당한 권력행사에 순응하거나 못 본 척 하지는 않았는지,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 주변의 피해자를 못 본 척하지는 않았는지, 가해 행위를 모른척하거나 두둔하지는 않았는지, 성차별적인 언행을 하지는 않는지 등 각자의 자리에서 좀 더 생각하고 성찰하고 새롭게 바꾸기 위한 실천을 해볼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직장에서는 성차별적인 문화가 지속되고 있지는 않은지, 피해자보호를 위한 법이나 제도의 마련과 적용은 제대로 진행되는지 등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이러한 시민의 권리와 책임의 이행은 우리사회에서 여성인권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이며, ‘미투’를 평등사회를 실현하는 새로운 도약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지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경영기획본부장  kje1107@sto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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