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온통 미투(#Me Too) 이야기뿐이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성폭력 피해 폭로는  피해자들이 그동안 가슴에 눌러왔던 이야기들을 드러내어 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미투는 우리사회의 성 인식과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성폭력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권력’의 문제이자,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알게 해주었다.

 그런데 미투가 각계 각층으로 확산되면서 다양한 집단에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미투 운동이 오히려 남녀 관계를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담론들과 피해 여성을 가해자가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거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의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저항을 하거나 거부를 했으면 그런 일이 안 일어났을 텐데.”
 “왜 이제 서야 이야기한 것일까? 힘들었으면 그 때 신고를 했었어야지.” 등등

 피해자들이 왜 거부를 하기가 어려웠는지, 그리고 고통을 겪고도 왜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일까? 가해자가 직장이나 학교, 가족 등 지인들에게 겪을 수치심을 염려하고, 가해자의 앞날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면서, 왜 그 반대편에서 고통과 불안, 공포 속에 살았던 피해자의 현실과 미래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특정 몇몇 사람만의 인식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 역시 진심으로 피해자에게 사과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 ‘친밀감의 표현’이었다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2차 가해임을 알고는 있는지?

심지어 이러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가해자의 태도에 대해 비판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여성과 대화도, 칭찬도 하지 않겠다(일명 펜스룰)는 남성들이 등장한다. “미투 당할까봐 여성들과는 이야기도, 예쁘다는 칭찬도 못하겠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아직도 여성과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 지, 외모에 대한 평가가 왜 여성들을 불쾌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행동인데도 말이다.

미투는 여성과 남성이 서로 대립해서 싸우자고 피해자가 힘들게 드러낸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함께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운동이다.

사실을 드러낸 피해자가 ‘예민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무감각’이 문제다. 우리 스스로에게도 물어보자. 혹시 성별 고정관념을 가지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는 않았는지?

성폭력의 책임은 무조건 가해자에게 있고, 성폭력은 성차별과 불평등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당연한 이치를 이제야 깨달은 건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투로 인해 사회인식들이 조금씩 바뀌는 모습에서 희망을 엿본다. 곧 우리 사회에도 변화의 훈풍이 찾아오지 않을까.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hyunhye@kigep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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