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이문열, 황석영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즐비한 삼국지번역 시장에 사자성어로 풀어가는 색다른 삼국지가 등장, 출판업계를 흔들어 놓을지 주목된다.

낯선 작가인 차정식(61)씨가 들고 나온 ‘사자성어 삼국지’는 일반 삼국지와 달리 사자성어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책은 “천하대세(天下大勢),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으로 시작된다. 천하의 대세는 나눠져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져 오래되면 반드시 나눠진다”며 사자성어로 풀어가는 형식이다.

인물성격도 사자성어로 엮어 간다. 장비를 묘사하는 글로 “신장팔척(身長八尺)  신장은 팔척이요/ 표두환안(豹頭環眼) 표범머리에 고리눈이고/ 연함호수(燕頷虎鬚) 제비턱에 범의 수염이며/ 성약거뢰(聲若巨雷) 목소리는 우레 같고/ 세여분마(勢如奔馬) 기세는 달리는 말과 같다”고 했다.
모든 한문을 한글로 전환한 소설과는 느낌이 다르다. 3천여 개에 달하는 사자성어가 있어 기존의 삼국지와는 다른 맛이 난다.

저자 차정식(61)씨는 “고전을 너무 한글화하면 고전의 서술체계가 무너져 고전미를 살릴 수 없고 재미도 줄어든다”면서 “그래서 한글화에 역행했다”고 했다.

번역을 위해 중국에 맞닿아있는 키르기스스탄으로 건너가 12년 동안 삼국지 완역에 몰두했기에 무게감이 있고 내용도 탄탄하다.

지난해 금협중 화가가 11년 동안에 걸쳐 그린 기념비적 역작인 ‘원본그림삼국지’(공저)를 내 출판 5개월 만에 2쇄에 들어갈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가 평역이 아닌 완역을 고집한 것도 원작 나관중(羅貫中)과 개작 모종강(毛宗崗)의 글에 충실하기 위한 것.

따라서 의도적으로 무엇을 첨가하거나 일부 재미가 덜하다고 해서 빼지도 않았다. 삼국지 본래 맛을 살리고자 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특히 책 아래의 주석이 본문의 이해를 돕고 또 다른 지식의 폭을 넓히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삼국지는 총 120회 분으로 돼 있는데 매 회가 끝날 때 마다 모종강의 평을 넣어 한층 더 재미를 준다. 저자는 삼국지 외에도 중국 고전번역에 나서 서유지 5년, 수호전 3년, 홍루몽에 2년 등 총 10년을 계획에 놓고 있다.

감수는 과학도서 저술가이자 고전 번역가인 강병국(63) 박사가 맡았다. 오랫동안 언론에 몸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문장을 다듬었으며, 독자들이 현장감을 느끼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했다. 200수가 넘는 삼국지 한시(漢詩)는 시조시인 윤경희(53)씨가 감수했다. 윤씨는 이영도 문학상을 받는 등 시조문단에 새 지평을 열어왔다.

진한엠앤비 간/저자 차정식, 감수 강병국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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