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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 "여성폭력 피해자 관점에서 통합적 지원체계 마련에 힘쓸 것"
김희정 기자 | 승인 2018.02.28 15:53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여성소비자신문을 통해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폭력에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두드리면 전국 어디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꼭 ‘여성긴급전화 1366’에 전화해주시기 바란다.”

여성긴급전화 1366은 전국 18개소를 중심으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폭력 피해자 상담과 함께 지난 2017년 9월 청와대에서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 창구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여성긴급전화1366을 통해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 4년간 꾸준히 늘어 지난 2017년에는 약 29만 건에 달했다. 이에 디지털폭력과 데이트 폭력 등 신종 폭력이 등장하며, 여성폭력방지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소비자신문>은 여성폭력예방과 근절을 위해 폭력방지 인식개선, 피해자지원기관 지원, 정책제안 등을 추진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변혜정 원장을 만났다.

-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여성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전문 공공기관이다. 해마다 심각해지는 여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예방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선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실태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여성폭력 문제는 기술과 자본 등을 매개로 더욱 다양한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성폭력에서 연인 간에 일어나는 데이트폭력까지 폭력의 범주도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폭력에 속하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는 법으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여성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모든 여성폭력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가정폭력은 지난 2017년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걸려온 약 29만 건의 상담 중 18만 건이 넘는 수치에 달해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 비해 부부폭력을 비롯한 자녀학대, 가족원 간의 폭력, 노인학대 발생이 다소 감소한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은폐‧지속되는 특성 상 살인 범죄로 이어지는 등 그 피해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 원장님은 진흥원이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현장과의 네트워크를 마련할 계획이신가.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같은 공공기관, NGO 단체, 학계 등 분야별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우리 기관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여성긴급전화 1366 운영과 성폭력 피해자에게 상담·의료·경찰지원, 무료 법률 상담을 통한 법률지원 등을 서비스하는 해바라기센터를 지원하는 동시에 현장기관들에게 필요한 슈퍼비전, 교육과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이러한 전국의 네트워크망들이 피해자 지원을 위해 유기적으로 맞물려 갈 수 있도록 정리하고, 한국여성인권지도 등을 제작해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알릴 계획이다.”

- 최근 친부나 친모, 계모 등으로부터 학대나 폭력을 당하는 사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가정폭력에 대해 이웃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문화는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활동이 필요하다고 보나.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에 대해 집안일로 바라보고, 자녀나 부인을 개인의 소유물로 보는 인식문제가 크다. 진흥원에서는 인식개선과 홍보, 교육을 통해서 ‘가정폭력은 신고를 해야 하는 범죄’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아동학대 문제는 연일 이슈된 사건들로 인식변화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가정폭력문제는 아직까지도 ‘여자가 잘못했겠지’라는 잘못된 인식이 남아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보호’를 입법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법에서도 가정폭력 사건을 사회 구조적인 폭력에 의한 범죄로 여기기보다는 개인적인 ‘가정일’로 여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상담과 교육, 부부간의 소통을 통해 가정으로 돌아가게 하는 사적인 방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수사사법기관의 인식개선을 위해서도 교육과 포럼 등을 통해 가정폭력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폭력행위에 맞는 적확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이웃의 신고문화 확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웃의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의사는 약 80%에 달하는데 반해 가정폭력에 대한 신고의사는 65%에 그치는 실정이다. 직접적인 피해상황에서 피해자가 신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만큼, 결국은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변화를 연출할 수 있다고 본다.”

- 여성폭력을 당한 이들을 위한 쉼터가 부족하다.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간의 연계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지원 시스템 마련 및 시설 보강이 가장 필요한가.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들이 각 폭력 유형에 따른 시설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성폭력 피해지원시설에서 인원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을 때 성폭력 피해자여도 가정폭력 지원시설로 인계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리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통합 쉼터, 상담소 등도 있지만 넉넉지 못하다. 또한 데이트폭력의 경우 법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의 경우 현재 여성긴급전화1366 상담을 통해 긴급피난처에서 7일간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의 보호체계가 없다.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고, 폭력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법체계에 포함되어 있는 않은 여성폭력에 대한 통합적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 여성에 대한 폭력은 폭력근절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실 예정인가.

“여성폭력과 차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중대한 사회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제도 정비와 더불어 여성폭력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정책의 장에서 이야기될 수 있도록 포럼과 세미나 등을 통하여 의견을 모으는 등 전 국민의 참여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현장, 학계, 유관기관과 함께 지속적으로 낼 계획이다.”

-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사실 폭로가 사회적으로 큰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노력에 서지현 검사의 용기가 더해져 사회적으로 큰 변화의 시작이 된 것 같다.

사실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지난 1983년 한국 여성의 전화 핫라인이 개설되면서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발 미투처럼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은 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과 신고를 통해 사실을 말해왔다. 이에 공식적인 언론을 통해 온 국민 앞에 자신을 드러낸 서지현 검사의 말하기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사실 고백은 개인의 사건을 넘어서 그동안 우리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얼마나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봐 왔는지, 그 사회적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에 ‘미투(#MeToo)’, ‘위드유(#With You)’, 그리고 ‘나부터 나서서 성폭력을 막자’는 ‘미 퍼스트(#Me First)’ 운동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지금까지 노력해 왔듯이 피해자 관점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하며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국민의 응원의 불씨가 더욱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구조적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고 담론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 30여 년 간 여성인권운동 현장에 헌신해온 전문가로서 보람은 무엇인가. 여성인권운동에 헌신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여성인권의 현장에 있다는 것은 언제나 감사한 일이다. 엄마 세대에 겪었던 문제들을 적어도 다음 세대 여성들은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배 여성으로서, 누군가의 엄마로서, 우리사회의 여성시민으로서 해야 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단체 현장 활동가로 시작해서, 학교와 공직에서 20대부터 40대를 보내고 진흥원에 오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여성인권 관련한 열정과 관심 있는 분들을 만나면 그것이 굉장히 큰 힘이 된다. 그리고 그런 힘들로 변화되는 우리사회의 모습을 몸소 느끼고 있어 더욱 보람과 의미가 있다.”

- 원장님은 임기 내 어떤 사업에 가장 중점을 둘 예정인가.

“기존에 현장기관들과 함께 협업하며 해오던 일들을 대국민에 알리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여성폭력 피해자,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우리와 같은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함께할 것이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낼 예정이다. 이 메시지는 절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정부, 공공기관, 학계,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함께’를 강조할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으로서 법체계 안에서의 피해자 지원이 불가한 틈새에 있는 폭력에 대해 피해자들에 지원받고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생산하는 일에도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폭력의 형태가 다양해져 신종폭력이 생겨남에 따라 급변하는 한국사회의 트렌드 변화 속에서 이 폭력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감수성을 길러내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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