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옥란 한복디자이너 <사진 김경일 기자>

[여성소비자신문]국가별로 전통의상의 홍보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알리는 문화외교의 상징으로써 국가이미지를 격상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만큼 많은 나라들이 전통의상을 유지, 발전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인 한복은 1600여년간 이어진 긴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한복은 시대별로 사상, 관습, 행위, 기술 등의 양식으로 변천하며 표현되어 왔다. 한복은 그 자체로 시대를 담는 정신이고 우리의 전통이며 문화다.

하지만 명절 때는 물론 결혼할 때 마저 한복을 입지 않는 사회적인 현상으로 한복이 기피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들이 많다.

명절에도 입지 않는 한복이야기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하면 ‘치파오’, 일본하면 ‘기모노’하고 바로 떠올렸던 것에 비해, 한국하면 ‘한복’을 이야기하는 외국인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열풍으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해 외국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관광객 수도 급증하면서 거리에서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거니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고궁이나 인사동, 북촌마을, 전주한옥마을 등에서 10대 20대들이 한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SNS로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한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많은 한복업계 종사자들은 다시 한복입는 문화가 활성화되고 발전될 것을 기대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혜를 본 것은 인스턴트 한복대여업 뿐이었다. 더구나 많은 거리에서 보이는 한복 대부분은 중국산 저가의 한복이다. 한복인지 치파오인지 기모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의상이 거리에 많이 보이면서, 한복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오히려 훼손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한복산업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성소비자신문>은 조옥란 한복디자이너를 만나 한복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복

일산에 위치한 ‘조옥란 한복’ 매장은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다양한 한복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조 대표는 인간문화재 박선영 선생과 구혜자 선생에게 사사를 받고 성균관대학교 복식연구회 1기로 활동하면서 궁중 복식 연구 및 재현에 오랜 시간을 쏟아왔다.

국내외 한복 패션쇼 및 전시회에 단골 디자이너로 201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신한복 패션쇼의 8인 디자이너로도 참여했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색채 전공과정을 마치며 한복의 옷 색상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디자이너이다.

조 대표는 “한복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중요한 행사 때마다 입는 의복이다. 태어나서 돌 때 색동옷을, 혼인을 할 때 혼례복을, 죽을 때는 삼베수의를 입는다. 한복은 중요한 행사 때에 입는 옷이기에 굉장히 ‘소중한 옷’이다. 이런 생각을 담아서 사람들에게 ‘나만의 한복’ 지어주고자 대학원을 다니며 색채와 디자인을 더 공부하였다.

그래서 그 사람한테만 맞는 색에 따라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한복을 만들게 되었다. ‘천연염색 원단’을 사용하게 된 것도 그렇다. 천연염색 원단은 다 같은 색이 없다. 수작업을 하다보면 재료에 따라 같은 색이어도 빛깔이 달라지기도 하고 색감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

요즘은 한복 디자인과 더불어 예단으로 천연염색이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명품백은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지만 명품 이불인 천연염색이불은 나를 위한 것이기에 건강한 이불을 필요로 하는 고객층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한복을 한지 올해로 27년이다. 값싼 원단으로 가격을 맞추거나, 문을 닫는 한복 집 소식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철학과 신조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게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한복을 만든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그리고 한복을 맞추러 왔던 손님들이 가정을 이루고 잘 산다는 소식을 전해오는 보람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조 대표는 단지 옷을 판매한다는 생각보다, 함을 직접 싸서 보내는 과정부터 웨딩촬영, 결혼식을 하고 아기를 낳아 돌복을 입혀주고,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입을 삼베 수의를 맞춰주는 과정까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일생 과정의 부분을 함께 해주는 마음으로 27년을 보냈다고 한다.

의복이 사람을 바꾼다

조 대표는 “예비군훈련 초창기에 사복을 입혀 훈련을 시키는데 너무 말을 안들어 군복을 입히고 훈련을 받게 했더니 말을 잘 듣더라”라는 예를 들어 의복이 사람을 바꾼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파티나 행사할 때 드레스코드(dress code)는 매우 중요한 복장규정(服裝規程)으로 존재해 왔고 이는 주위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에티켓이며 한국말로 ‘예의’ 라고 한다.

혼례 문화가 스몰 웨딩으로 간소화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회 분위기 일수 있으나 결혼식장에 온통 블랙 정장을 차려 입는 하객들을 보면 장례식장인지 결혼식장인지 모를 기형적인 드레스코드로 한번 뿐인 결혼식의 격을 낮추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한복의 활성화를 전에 사회적으로 한복을 입고 다니며 자신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자긍심을 갖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복은 선물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안소연은 어릴 적부터 꾸준히 조대표의 한복을 입으며 현재는 한복디자이너가 꿈이라는 학생이라고 한다. 그 학생의 부모는 이 아이가 어릴 적부터 한복을 입었기에 자연스럽게 어린 나이에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한복은 이처럼 어릴 적부터 접하며 한 아이의 꿈을 가지게 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소연이는 한복디자이너 꿈을 키우기 위해 한 달에 두 번씩 매장을 방문하여 한복의 역사나 색채에 대하여 질문하고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결혼을 앞두고 한복을 맞추러 오는 신랑신부중에 한복이 이렇게 이쁜데 어릴 때에 왜 입을 기회가 별로 없었는지 아쉬워하는 커플이 많았다고 한다.

“소연이도 어릴 때부터 한복을 많이 입어 봤기에 한복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꿀 수 있었고 그런 제2의 소연이 제3의 소연이가 많이 나타나기를 한복을 짓는 연구가로서의 바램입니다” 라고 조 대표는 전했다.

한복은 외국 사람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된다. 조대표는 외국에서 생활하는 한국 교포들의 의뢰로 한복을 지어 보낸 적도 많았는데 파티나 연회장에서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고 귀국할 때마다 감사인사를 전하는 손님들이 계시다고 했다.

또한 “몇해 동안 주한외교사절 대사부부들에 한복을 선물로 지어서 패션쇼에 참여했었는데, 그 대사 부부들이 한복을 너무 아름답다고 했다. 믿을 수 없다며 너무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고 고맙다고 했다” 고 하면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로 알리는데 더 많은 기회와 노력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복의 대중화 세계화 정부 정책에 대한 시각

한복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문화재청은 2013년 10월부터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창덕궁, 조선왕릉, 종묘에 무료 입장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런 정책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호응으로 한복의 대중화에 기여하였다.

조 대표는 “ 15년전 일본 기모노는 아무도 입고 다니지 않고 외면 받는 의복 이였고, 이는 지금의 한국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 이였지만 성년식때 기모노를 선물하는 문화를 조성하였고, 무이자대출정책으로 활성화 되었다고 한다, 또 일본 관광지에 가면 숙박시설에 까지 기모노를 비치하여 입을수 있게 정책을 펼치며 관광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였기에 국가 의복으로 세계화에 기여하였다”고 전했다.

“ 유명관광지에 한류 영향으로 한복대여점이 생기는 것은 좋으나 중국에서 저가형을 만들어 한복이라고 대여하는 것은 대중화 되는 것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제대로 된 한복’이 아닌 점에서는 규제가 필요할 만큼 격에 맞는 한복 보급이 시급하며 한복 전문가들이 참여하면 아름다운 한복을 대중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명절 때 연예인과 정치인들 등 공인들이 적극적으로 한복을 입는 문화와 영화와 드라마 촬영 시 한복은 자주 노출하여 대중화 시키는 것을 장려하는 것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문화 컨텐츠 산업은 관광산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에 ‘한복’의 대중화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이에 정부도 한복전문가들이 이 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을 통해 한복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을 서야 할 때이다.

한복 문화의 발전을 기대해요

조 대표는 “전통한복으로 시작하여 현대화 시키는 과정에서 한복을 알리고자 많은 결과물을 도출하였다. 이제는 한복의 인식의 전환점이 된 시대가 왔기에 명품으로의 한복의 입지가 구축될 것이며 ‘나만의 한복’을 디자인 하는 영역은 발전될 것이다. 다만 대중화라는 명목으로 질낮은 한복의 보급은 지향하여야 하며, 이는 소비자와 정부가 함께 ‘관심’을 통해 후손들에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상업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계산으로 전통 복식과를 없애는 오류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한복발전에 정부는 적극 개입해서 정책을 펼쳐야 할 때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한복을 맞추고 입고 즐길 수 있는 한복의 날, 한복의 거리 등 문화 자체로써의 분위가 좀더 장려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 전했다.

조옥란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한복 문화의 발전을 더 걱정하는 모습에서 전통적인 한복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대적인 일상복으로 한복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만 소중한 옷, 예복으로의 가치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복업계 종사자들에게 예술가에 준하는 대우와 지원이 필요해보인다. 한땀 한땀 바느질 하며 만든 명품 옷을 고집하다가 생활고로 힘겨운 삶을 산다면 자손들에게 이 일을 맡기는 사람들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한복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한복 종사자들과 디자이너 발굴과 관리가 필요하고 소비자인 ‘대중’은 불편하고 거취장스러운 한복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 나의 격을 높이는 명품의 옷이란 인식의 전환으로 1인 1한복을 생각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번 명절에 장롱 깊이 넣어둔 한복을 생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경일 기자  imagemo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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