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8.12.13 목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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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소비자권익 문제의 주체로 나서라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 승인 2018.02.26 16:11

[여성소비자신문]개인이나 단체나 소비의 주체는 여성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가의 아파트나 자동차를 구매할 때도 여성의 의견이 주도적이지만, 수많은 일상생활에서의 소비의사 결정에서도 ‘레이디 퍼스트’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시장에서는 여성소비자의 마음을 잡아야 마케팅에 성공하는 것이 역시 정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소비생활에 있어서 여성소비자는 절대적 주체적인 존재이다.

“시장은 사람이 서로 속이는 장소이다”라고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철학자 아나카르시스가 말했다. 시장에서 만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본인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상호 신뢰를 깨뜨리는 이기적 행위를 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비윤리적 경영과 기만적 상술, 그리고 블랙컨슈머의 악성적 행동이 비단 오늘날 시장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최근에 발현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시장이 고도로 발전되고 확대됨에 따라 시장문제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커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산업의 고도화로 생산과 소비가 완전히 분리되고 유통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고, 그만큼 서로에 대한 기만행위도, 이에 따른 불신도 높아졌다.

문제는, 공급자인 기업이 거대화되면서 높은 교섭력과 정보력으로 소비자에 비해 더 우월한 시장지위를 점하게 된 반면, 개별 소비자는 뿔뿔이 흩어진 채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시장주권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대두되어 각종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고, 이는 또다시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켰다. 이러한 악순환을 단절시키는 적색 불(STOP SIGN)을 보낸 것은 다름 아닌 ‘여성’이었다.

노동자 조합으로 시작된 영국의 소비자 운동과 달리 우리나라의 소비자 운동은 불합리한 시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의 불매운동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어머니 즉, 여성을 중심으로 국산품 애용 운동, 소비자 보호 운동, 소비자 절약운동을 벌였던 초창기의 소비자 운동은 ‘기본적 권리를 지니는 소비자’ 개념을 확산시켰고, 이로써 전문 소비자단체와 소비자보호법 제정 등 소비자 보호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틀이 마련되었다.

물론 초창기의 소비자 운동이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은 여성은 소비의 주체로, 남성은 생산의 주체로 이분했던 당시의 단단한 사회적 관념에 기인한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성별에 의해 구분되지 않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포괄적으로 ‘소비자’로 정의되고 있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여성은 가장 적극적인 시장 감시자이자 소비자 운동가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산과 소비 모두의 영역에서‘여성 소비자’의 지위는 여전히 낡은 사회적 편견과 안전의 사각지대 속에 남겨져 있다. 게임 및 개인방송 등에서의 여성을 상품처럼 취급하는 대상화는 물론이고, 금융업계에서 여성 임원이 배출되면‘일회성 이벤트’가 아닐까 하는 의심과 함께 사회적 관심이 쏠릴 정도이다.

그리고 경단녀 문제는 명쾌한 해법 없는 고질적 사회현상이 될 정도로 단단한 유리장벽이 여성 소비자의 앞을 가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기만적 사기 행위의 명확한 표적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물리적 제압이 쉬운 여성 소비자를 주된 타깃으로 삼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인해 피해자의 74%가 2030여성이었다고 하니, 여성 소비자에게 사회가 얼마나 냉소적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근래 소비자권익 문제에서는 여성이 약하게 보였다.

하지만, 최근 여성 소비자의 운동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여성 소비자들은 여성 친화적 기업에 기꺼이 화폐투표를 하거나 여성의 권리 신장을 상징하는 굿즈를 구매하고, SNS 상에서 #Me too를 널리 공유하는 등 하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록 이러한 물결이 ‘돈이 되는’상품으로 대상화됨으로써 소비에 의한 여성의 주체화 정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오늘날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가 이야기했다시피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는 소비사회가 아닌가.

더욱이 보이콧(boycott) 뿐만 아니라 바이콧(buycott) 또한 소비생활 운동의 주된 활동임을 고려한다면,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여성들의 참여정도와 영역이 무한히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구성하는 주요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시민’이다. 일상생활의 전 부분에서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이 크게 요구되는 가운데, 스트롤(Stroll)과  미체리토(Micheletto, 2003)는 소비자 운동은 비조직적 활동에 유연한 여성이 주로 관여하는 시민참여 행위’라고 말해 오늘날의 소비자 운동에 있어 여성 소비자들이 지니는 중추적 역할이 또렷이 드러난다.

여성소비자는 당연히 일상 소비생활에서의 비판의식과 실천적 노력으로 바람직한 시장 질서를 형성하고, 소비자 권리와 책임을 증진시키는 소비자로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현대 소비생활의 주체로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소비자권익 문제의 주체로서도 여성의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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