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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스스로 용서하는 셀프 죄사함…공범이 될 것인가[이경희 변호사의 알면 유익한 법 이야기] 공소시효제도
이경희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 승인 2018.02.26 13:51

[여성소비자신문]과거의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벌이고 있는 최근의 미투(me too)운동에 대해 “형사상 공소시효도 지나고, 징계시효도 지나서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왜 이제?”,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죄와 벌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간혹 죄와 벌을 같은 말로 쓰는 경우가 많다. 또 죄 지은 자 인과법칙에 따라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엄밀히 죄와 벌은 다르다. 천주교에서는 중세시대 돈을 주고 팔았던 ‘면죄부’라는 용어 대신 ‘면벌부’라는 용어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해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면죄부와 면벌부가 공동표제어로 사용되고 있다. 즉 벌은 면제해 줄 수 있지만, 죄는 면제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형법체계도 죄와 벌을 구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것이 친족상도례다. 부모형제나 부부간 절도죄에 대해서는 절도죄는 성립하지만, 형사처벌은 하지 않고 형면제 판결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죄와 벌을 혼동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공소시효제도 때문이다.

형사사건에서 공소시효란 시간이 지나면 수사기관이 더 이상 소추를 하지 못하게 해 형사재판절차가 시작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공소시효제도는 시간이 경과하면 범죄의 사회적 영향이 약화되어 가벌성이 소멸되고 증거가 사라져 정확한 재판이 어렵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제도다. 고문과 자백으로 형사피의자의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던 시기에 형사피의자의 법적 지위를 안정시키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요즘은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다. DNA 수사 등 첨단과학 수사기법이 발전함에 따라서 오히려 과거에는 발견되지 못했던 증거가 발견되기도 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범죄의 사회적 영향이 약화되기는 커녕 범죄로 인한 피해가 나비효과처럼 사회 전반에 번져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피해자가 입는 고통은 오히려 인생을 피폐하게 만들어 회복불가능한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 범죄(예컨대 13세 미만의 자나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에 대한 강간, 헌정질서파괴범죄,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규정된 집단살해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요즘 미투 운동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오히려 명예훼손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죄와 벌이 같은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인데 현행법상 처벌될 수 없다고 비난받아서도 안되는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범죄를 제때 발견하지 못해 처벌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을 하고, 다시는 그런 일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할 공동의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최소한 셀프 죄사함의 공범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의 한 장면이다. 유괴범이 “교도소에서 자신은 눈물로 회개하고 하나님께 용서받아 이제 마음이 편안해져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하자. 피해자 아동의 어머니(전도연 분)는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용서받았단다”라며 통곡하며 신을 저주한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지도 않고, 피해자가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회개하고 용서받았다고 떠드는 셀프 죄사함이다. 관대하게 하나님의 이름으로 셀프 죄사함을 하는 자들을 보면 면죄부를 사서 죄사함을 받고자 하던 중세인이 오히려 더 순수해 보인다.

 

 

이경희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mindroot@jawo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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