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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겨울밤 원룸 친구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02.23 16:53

[여성소비자신문]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겨울밤 원룸 친구

        
구이람

네모난 방 하나에 차곡차곡 세상을 끌어안고
혼자 사는 시계가 초침으로 돌아간다

거리거리 키 큰 사람들 틈에서 낮 시간을 잃어버리고
어둠이 방안 가득 밤물결로 고여온다
스스로를 바라보며 움직이는 것은
벽에 걸린 시계소리뿐
소리의 귓등을 타고

아주 작게 들려오는 어머니의 기도문
“아들아! 밥은 챙겨 먹었느냐?”
그 소리 그냥 불편하지 않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슬프게 빛나는 20대라지만
내일 아침 면접 볼 걱정이 방 하나를 짓누르며 차오른다

-시평-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아무리 추워도 한 톨 씨앗을 온 몸으로 품어 안고, 꽁꽁 언 땅 속에서 엄동설한을 견디는 보이지 않는 봄이 있다. 반드시 봄은 찾아온다는 믿음! 바로 그것이 우리들의 꿈이고 희망이 아니겠는가? 그 봄을 준비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길고도 험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과 같이, 좁고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취업문제로 5포 세대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 말은 청춘들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내 집 마련도, 결국은 인간관계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인생 포기선언과도 같은 절망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청년 실업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구이람의 시 ‘겨울밤 원룸 친구’는 방 하나의 ‘집’에서 비춰오는 따뜻한 희망의 불빛을 느끼게 한다. “네모난 방 하나에 차곡차곡 세상을 끌어안고/혼자 사는 시계가 초침으로 돌아간다”의 구절에서 보듯이, 부모님 곁을 떠나 원룸에서 살고 있는 시적 화자는 외롭고 힘들지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순수한 믿음으로 “세상을 끌어안고” 혼자서 봄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작게 들려오는 어머니의 기도문/ “아들아! 밥은 챙겨 먹었느냐?…”
귓전에 맴도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또다시 일어나 힘을 모은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슬프게 빛나는 20대라지만/내일 아침 면접 볼 걱정이 방 하나를 짓누르며 차오른다” 하지만 따듯한 어머니의 음성이 원룸의 불빛을 지키고, 청년의 겨울을 녹여가며 머지않아 새봄을 가져오게 할 것이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8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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