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광고 속 남녀 등장인물을 분석한 결과 성역할 고정관념이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모니터링 전문기관인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 위탁해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1월에 진행된 ‘광고’ 분야 모니터링은 정보 사이트인 ‘TVCF’에서 제공하는 국내TV 중 공중파 부분을 모니터했다.

2012년 11월 1일부터 14일까지 등록된 137편의 광고를 분석한 결과 아직 여성은 엄마, 주부 등으로 자주 재현되고 성적인 표현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등장인물의 역할 속에서 성역할 고정관념

진흥원에 따르면 광고 속에서 주 등장인물의 역할은 여성과 남성 모두 소비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 어린이와 함께 등장해서 부모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주 등장인물은 여성이 6명, 남성이 3명으로 여성이 두 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이를 돌보는 역할은 여성의 몫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드러나는 사례다.

가정주부로 재현된 남성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것 또한 가사노동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전문직 역할을 하는 경우는 앞선 사례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남성이 7명, 여성이 2명으로 남성이 세 배 이상 자주 전문직으로 재현됐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남성이 여성에 비해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담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고, 결국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을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흥원은 설명했다.

광고 속 변화하는 성평등 내용

세부 내용분석에서 총 137편의 광고 중 성평등적 내용은 5건으로 분석됐다. ‘예산 애플리나 사과: 까다로운 고객 편’의 주 등장인물은 이하정, 정준호 부부로 이들 부부가 장을 보러가서 함께 사과를 고르는 장면은 가사노동을 함께 하는 부부의 모습을 표현해 성평등적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씨티 메가마일 카드: 세상은 넓고 마일리지는 크게 쌓인다 편’, ‘뮤코펙트: 가래 괴물 편’에서는 자녀의 양육을 분담하는 남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러블리하우스 양경애氏 편’은 여성이 주등장인물인 광고다. 주등장인물의 “기프트카로 도배일을 시작했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남편이랑 더 열심히 해보려구요”라는 멘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진흥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성평등 사례로 언급된 광고 속에서 부부가 함께 장을 보는 장면,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 등은 변화하는 남성상을 표현한 것으로 미디어의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은 엄마, 주부 등으로 자주 재현되고 있으며, 성적인 표현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어 광고 속에서 변화하는 여성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흥원은 “방송 광고는 다른 방송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니다. 이는 시청자들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성차별성이 드러나는 수많은 광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광고는 한편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수적인 장르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는 여타의 미디어들에 비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인 남성상을 가정적이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변화시켜 보여준 것처럼, 긍정적이고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광고가 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진흥원은 지상파(KBS, MBC, SBS, EBS)의 드라마, 오락, 어린이, 교양, 뉴스, 광고 등 총 6개 분야를 월별 장르분석을 통해 성차별적인 요소와 성평등 우수사례를 발굴했으며, 앞으로도 대중매체에 나타난 양성평등모니터링을 통해 우리사회의 성평등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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