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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단체소송,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절실하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교수 | 승인 2018.01.25 14:00

[여성소비자신문]최근 “한국 소비자들이 글로벌 호구가 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에 애플이 제조‧유통시킨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적으로 저하시켜 소비자시민단체로부터 형사고발되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민사소송에 참여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24만명이 넘어섰고, 소송희망자가 40만명에 이른다고 보도되었다.

최근 애플 바데리 게이트 소비자피해 사건

애플은 신형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iOS 업데이트를 통해 고의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애플은 오래 사용한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해 아이폰이 다운되는 현상을 막으려고 성능을 낮췄다고 변명을 하면서 고의성을 부정하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사과를 했지만 손해배상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애플사태로 해외에서도 집단소송 참여국가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우리나라 외 미국, 캐나다, 러시아, 호주, 이스라엘, 프랑스 등 6개 국가에서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반독점 규제당국(AGCM)은 애플과 삼성전자를 상대로 '부정한 상업적 관행'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애플로서는 한국에서의 소송은 미국에 비해 별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느긋한 표정을 짓는다.

그 이유는 한국에는 제조물책임에 대한 집단소송제가 없으며, 작년에 개정된 법에 포함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금년 4월 19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개정법률이 시행되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발생한 손해의 3배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2017년 4월 18일 개정되어 공포되어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4월 19일 시행될 제조물책임법 제 3조 2항).

아울러 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공급하는 제조물부터 적용한다”는 부칙 규정에 따라 현재 제조‧유통되고 있는 결함 제조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혹시 이번 소송에서 애플이 지더라도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당하고 있는 소송과 비교할 때 그 손해배상액이 그야말로 ‘껌 값’에 불과하기 때문에 별로 걱정이 없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도 제조사인 옥시의 잘못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관련 기업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했다.

식품, 의료기구, 운동기구 등의 소비자 피해사례

몇 년 사이에 대형 소비자 피해사건으로 나라가 매우 시끄러웠다. 2011년 가습기 사망사건에서 시작되어 작년에는 달걀 살충제 사건이 나와 식품안전 문제로 떠들썩하더니, 여성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부작용을 호소하고, 환불소동이 벌어졌다. 또한 요가매트에서도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이 나왔다.

닭에 직접 살충제를 뿌리면서 달걀에서 위험 발암물질인 피프로닐이 검출되었다. 피프로닐은 벼룩이나 진드기 같은 해충을 죽일 때 쓰는 살충제로 돼지·소·닭 등 사람이 식용으로 먹는 가축에는 사용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이 인체에 많이 흡수되면 간·콩팥·갑상샘 등을 손상시킨다고 하고, 미국 환경청(EPA)은 피프로닐을 위험 발암 물질로 지정한바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기농으로 생산된 달걀에서 해당 물질이 발견되어 온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또한 여성생리대 접착 부위에서 나온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생리대 사용 이후 생리량 감소·생리통 심화 등 부작용이 입증되어 환불 소동이 벌어지진 바 있다.

단체소송제, 집단소송제, 실질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돼야

소비자피해가 이렇게 자주 속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안전 불감증과 생명경시 사상이 제조자(사업자)에게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품 안전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함께 강력한 법적인 사전 규제와 사후 구제제도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생산자나 공급자는 ‘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생겨야 제품을 공급하기 전에 생산자‧공급자‧수입업자가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 피해 발생여부를 미리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생산‧공급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일단 팔고 나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된다’는 공급자의 인식하에서는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또다시 소비자 피해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법제는 손해를 청구하는 소비자가 손해를 입증할 책임이 있고, 실제로 손해배상액도 적다. 예를 들면, 달걀 한 판에 3000원, 생리대 한 박스에 몇 천 원밖에 안 되는데, 그 금액을 배상받기 위해 수백만 원씩 변호사 비용을 들여가며 소송을 할 소비자는 없다.

변호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몇 명이 모여서 공동소송을 한다 해도 배상금액이 뻔하기 때문에 ‘소송실익’이 없다. 그래서 소비자권익 찾기는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주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소비자관련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소비자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제도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6년 9월 소비자기본법이 공포되었고, 2008년 1월부터 도입된 ‘소비자단체소송’은 소비자 권익침해 행위를 금지·중지시키는 소송으로 제한되어 있다.

즉, 사업자가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고 있는 경우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비자 단체, 사업자 단체, 비영리 단체가 개별 소비자를 대신해서 법원에 그러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의 금지·중지를 청구하는 소송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소송요건이 너무 엄격하고 변호사강제주의로 인한 소송의 어려움이 있고,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아서 소비자소송제도의 근본적 목표인 소비자보호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이다.

따라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 정착된 제도와 같이 단순한 금지 청구 외에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인정하는 것이 옳다. 또한 소송허가나 변호사강제주의 규정을 삭제하고, 소비자단체소송의 소 제기 적격 단체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여 본 제도의 활용 기회를 넓혀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정착된 집단소송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 가운데 1인 또는 다수가 소송을 제기하고 이 판결의 효력이 피해자 집단 전체에 미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도는 피해자의 집단 분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증권 분야에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현 정부가 소비자 집단소송법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여 관계부처에서는 담합 및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의 제한된 분야에만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피해가 우려되는 모든 분야에 확대하여 도입해야 할 것이다.

가해자의 고의적‧악의적 불법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재적‧억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거의 모든 소비자피해구제를 위해 정착된 제도가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우리나라에도 2011년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나 2017년 10월 19일부터 시행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올해 4월 19일부터 개정된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됨에 따라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 그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

그러나 최대한 손해의 3배까지만 징벌적 배상을 인정하여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소비자주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소비자피해 발생이 예상되는 모든 분야로 확대적용 되고 징벌적 배상한도를 좀더 높이는 방향으로 소비자법제가 정비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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