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사 임원들이 최근 이뤄진 자사주 매입기간을 틈타 보유중이던 회사주식을 일제히 내다 판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계열 금융 3사 임원 17명은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던 기간을 틈타 보유주식을 매각했다.

삼성카드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화재 4명, 삼성생명 3명 등이다.

삼성화재 임원들은 중 자사주 매입기간에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된 임원은 이상경 상무와 성기재 상무, 고영창 전무, 최영무 전무 등이다.

이들의 매도 주식수는 총  2000주, 개인별로도 1000주 이하로 숫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주가는 주당 20만원이 넘어 한 사람이 2억원에 달하는 현찰을 챙긴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영무 전무의 경우 자사주 매입기간에 550주를 판데 이어 매입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350여주를 더 팔았다.

삼성화재는 6월 29일~9월 28일 3개월간 총 3088억원을 투입해 보통주 140만주, 우선주 9만주 등 149만주를 사들였다. 이 기간 주가는 22만6000원(6월29일 종가기준)에서 23만9000원(9월 28일 종가기준)으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 9월 3일부터 11월 30일까지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 삼성카드는 김광열 이사와 윤광명 상무, 김효규 전무 등이 이 기간 개인소유 주식을 수백~수천주를 팔았다. 개인별로는 윤광명 상무가 보유중이던 4664주의 주식을 모두 팔아 매각 주식수가 가장 많았다.

이들 10명이 매각한 주식수는 총 2만5095주(약 10억원)로 전체 자사주 매입규모의 0.35% 수준이다. 삼성카드는 3개월간 총 발행주식의 5%인 710만주, 금액으로는 2938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사들였다.

삼성카드 주가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했다. 9월 3일 4만1200원(종가기준)이던 주가는 11월 30일 3만6350원(종가기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생명 역시 다르지 않았다. 7월 16일~10월 15일 실시된 자사주 매입기간 동안 남대희 상무와 구성훈 전무, 한정수 전무가 총 3600주를 매각했다. 이들의 매각대금은 약 3억3000만원에 달한다.

반대로 행동한 임원도 있었다. 삼성생명 오종섭 전무는 동료 임원들이 주식을 파는 동안 2580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오 전무는 이 주식을 사는데 소요된 자금은 2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생명은 이 기간 2862억원을 투입해 300만주 가량을 사들였고, 주가는 9만3300원(7월 16일 종가기준)에서 9만48000원(10월15일 종가기준)으로 올랐다.

삼성의 한 금융사 IR담당자는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관한 문제"라면서 "회사차원에서 임원들의 주식매매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회사는 주가를 띄우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데 내부자들이 이 시기에 갖고 있던 주식을 내다파는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회사가 주가부양을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동안 고위 임원들은 오히려 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챙긴 것 자체가 불법이나 탈법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지은 기자  jien0524@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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