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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 300년만에 재현된 '튤립 버블'
조미나 기자 | 승인 2017.12.19 18:14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직장인 조모씨는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비트코인 투자를 제안받았다. 평소 주식투자를 소량씩 해오던 조씨는 무르익은 술자리 분위기와 더불어 수익률이 날 것이라는 말에 100만원으로 비트코인의 한 종류인 ‘아이다’를 구매했고, 수익률이 오르자 100만원어치를 더 구매해 82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수익과 더불어 제가 얻은 것은 초조함이에요. 비트코인으로 수익을 얻긴 했지만 주말에만 할 거에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몰입하게 되거든요.”

최근 비트코인이 ‘광풍’이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이 폭등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실제 큰 수익률을 얻고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 자기 월급보다 더 많이 수익을 본 사람도 나타났다.

1년전 이맘때 100만원 대였던 비트코인은 19일 2시 15분 기준 22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또 다른 암호화폐인 시가총액 4위의 라이트코인은 올해 들어 가격이 5800% 폭등했다.

이런 소식들은 사람들을 솔깃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정보들이다. 실제 주식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비트코인에 동참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문제는 비트코인이 ‘화폐’로 조명된 것이 아니라 ‘투기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도 되기 전에 입소문에 따라 그저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로 돈을 넣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암호화폐가 초기 주목을 받은 것은 4차 산업혁명의 ‘블록체인’이라는 미래 기술을 사용한 잠재력 있는 화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연구보다는 ‘투기’에 집중된 양상이다. 장밋빛 전망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부작용 및 우려에 대한 관심은 그보다는 적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다. 비트코인의 설계자는 코인 발행 가능 수를 2100만개로 제한해, 4년마다 통화 공급량이 줄어들다가 2140년에 통화량 증가가 멈추게 돼있다. 공급은 정해져있지만 수요는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내재가치를 가지지 못해,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면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은 철저히 수요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셈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에서 “최근 가상화폐 열풍은 다른 투자자들이 자기가 산 것보다 높게 사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투자에 뛰어드는, 다분히 폰지(다단계 사기) 수법적인 특성이 발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어떠한 이유에서 튤립 값이 오르자 너도나도 튤립을 사기 시작했다. 튤립을 샀다가 되팔면 돈을 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튤립 수요가 급증하면서 튤립의 가격은 50배로 뛰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튤립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튤립 값은 폭락 했으며, 누군가는 많이 벌었고 누군가는 손해를 입었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막 생기기 시작한 무규제 시장에서, 암호화폐 이용자가 가져야 할 자세 중 하나는 '손해를 입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아닐까.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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