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정부는 최근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해 공공택지 이외 민간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에 포함시킬 수 있는 요소를 법률로 미리 결정해놓고, 제3자인 분양가심사위원회가 분양가가 적정하게 결정되었는지를 심사하게 하는 제도다.

건설사는 분양가심사위원회로부터 인정받은 가격 내에서만 분양가를 결정할 수 있다.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게 결정되는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에는 분양가공시제도도 함께 시행된다. 택지비, 건축비 등의 분양가 세부항목을 공시해 법률이 규정하는 항목에 따라 분양가가 적절하게 책정되었는지를 수요자에게 모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구체적 실행방법은 너무나 허술해서 분양가상한제나 공시제가 원래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법률에 분양가에 포함될 항목이 분명하지 않고,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구성되는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기준이 다르다. 이로 인해 주위 아파트의 분양가보다 크게 높지 않으면 건설사가 제출한 분양가격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학교용지부담금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은 학교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을 아파트 분양자에게 부담금형태로 납부하게 한 것으로 2005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았다. 국회는 2008년 위 판결의 취지에 따라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까지 제정해 납부자들에게 부담금을 환급해 주었다. 즉 학교용지부담금은 건설사가 부담해야 할 일종의 기반시설 비용이라는 거다. 따라서 학교시설이 필요한 자와 필요하지 않은 자가 혼재돼 있는 수분양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결정이 있자 건설업자들은 학교용지부담금을 스스로 납부하지 않고 분양가에 몰래 포함시켜 다시 수분양자들에게 전가시켰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된 자료에 의하면 건설업자들이 학교용지부담금을 택지비나 건축비 등에 포함시키더라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는 심사기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분양가항목으로 승인을 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주자모집공고에 공시되는 분양가격은 구체적인 세부항목이 공시되지 않는다. 학교용지부담금이 몰래 포함돼 있어도 소비자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래저래 우리나라 아파트 분양가와 관련한 규제는 제도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파트 분양가격을 제3자가 적절하게 심사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 나아가 규제 의지를 갖추었는지도 의문이다. 또 현행 분양가공시제도는 소비자 보호측면보다는 건설사업자의 면책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는데, 사업자는 법률이 규정하는 의무를 다한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정보를 표시하거나 공개하도록 해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선택권을 주려면 그 제공되는 정보를 소비자가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제공되는 정보에는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서 법률에서 정보공개를 강제할 때에는 제공되는 정보의 양과 내용이 소비자들에게는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어야 하고, 사업자들에게는 외부 감시가능성에 의한 자기 점검의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확대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와 분양가공시제가 공무원들의 자기만족적 규제로 끝나지 않도록 정확한 피드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희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mindroot@jawo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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