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늘어나는 펫팸족을 못 따르는 펫티켓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7.11.23 14:24

[여성소비자신문]개나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pet)을 진짜 가족(family) 구성원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우리나라 동물애호가의 수가 10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좋아하는 동물을 반려자로 여기며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pet과 family의 합성어인 펫팸(petfam)족이라고 부른다.

어린 시절 사람들 보다는 개와 더블어 ‘개판’에서 놀며 생활하는 것이 더 좋았던 나는 펫팸의 원조인 셈이다. 산간벽지에서 태어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아버지를 잃고 앞 못보는 어머니 슬하에서 외로움과 갖은 역경을 이겨내야 했던 어린 내게 동네 잡종견들은 더없이 사랑스럽고 기쁨을 주는 가족이었다.

오직 주인만을 향하는 정직하고 충성스러운 개와의 교감에서 사람들로부터 당한 상처와 배신의 아픔들이 치유되고 자존감은 되살아났던 것 같다.

불속에서 주인을 구해낸 전북임실 오수의견 공원의 ‘오수견’이나 죽은 주인을 10년간이나 역 앞에서 기다리다 생을 다한 일본 도쿄 시부아역의 ‘하치코 충견’과 같은 인간과 개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지금도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1990년대 초반 개를 좋아하는 나는 마치 리처드 기어(R.T Gere)가 주연한 영화 ‘하치’에 나오는 충견 하치코처럼 잘생긴 아키타 개 두 마리(아키, 장발)를 기르기 위해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단독주택 주위에 상가가 들어서면서 근처에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자 두 마리 개가 심하게 짖어대었고 개를 싫어하는 이웃 노인의 항의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부천의 어떤 할머니께서 개를 좋아해서 ‘아키’와 ‘장발’이를 양자 받겠다고 했다. 원래 개를 좋아하지 않던 할머니였지만 남편이 좋아하여 기르던 개의 충성심에 감동하여 버려진 유기견들을 돌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개를 자식처럼 돌보던 남편이 갑자기 돌아가셨기에 집 근처 동산에 장사하였다.

남편의 사망 후 자식들 간에 재산 분할문제로 큰 불화가 생겨 가슴앓이를 하던 중 일주일이 지나도록 잊고 있었던 개의 행방이 궁금하던 차 남편 무덤을  찾았는데 그 개가 허기진 모습으로 주인의 무덤을 지키고 있었다.

그 후 결국 그 개도 주인의 무덤 앞에서 생을 다 하였고 주인 곁에 묻어 주었다고 했다. 자식들은 돌아가신 아버지보다 그 재산에 눈독을 들이며 서로 원수처럼 싸우고 있었는데 개는 무덤 앞에서 주인을 못 잊어하고 있었다. 그 후로는 버려진 개들을 볼보며 ‘개판’에서 노후의 보람을 찾고 있는 할머니에게 나의 ‘아키’와 ‘장발’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다.

소득증대와 사회적 변화로 우리나라 펫팸족의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 섰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물병원, 식품, 애완용품, 카페, TV나 음악회는 물론 보험과 금융상품까지 다양한 관련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펫팸족들은 자신의 반려동물들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반려동물 관련 국내 시장 규모가 연간 2조원을 넘어섰고 3년 후인 2020년에는 5조8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펫팸족의 증가는 소득과 독신가구의 증가, 출산률의 저하, 고령사회의 도래와 같은 선진국 형 사회현상이며 세계미래학회가 설명한 ‘미래 10대 유망산업’을 불러오고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사회는 펫팸족들의 지나친 동물애호문화와 비애호가에 대한 배려가 없는데서 오는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주인에게는 그토록 충직하고 사랑스러운 반려견이지만 환경이 바뀌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야생동물의 본성이 드러나서 사람을 해칠 수도 있으며 심하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

SBS연기대상을 받은 스타이며 유명가수인 최시원의 반려견(프렌치 불독)을 목줄도 채우지 않은 채 데리고 나오다 유명 음식점 사장이 물리게 되었고 피해자는 물린지 6일 만에 사망한 ‘개물림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안전조치 없이 반려견을 동반하거나 방치하여 개물림 사고가 빈번하였으며 아파트내에서 짖어대는 개로 인한 소음 그리고 수거되지 않는 배설물 등으로 인한 공동주택이나 공공장소에서의 불편함이 ‘개나고 사람났냐?’라는 펫팸족에 대한 공격성 비난과 정부의 강력한 대책 요청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개물림 사고’는 어느 나라에서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에는 245건이던 것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여  2015년에는 1488건에 다달았고 올해도 2017년 8월까지만도 1046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년 수천만명이 개에 물리고 있으며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에서도 매년 전체 인구의 약 2%에 달하는 450만 내지 470만명이 개물림 사고를 당한다고 한다. 피해자는 대부분이 어린이들이고 사고를 당하는 피해자 가운데 연평균 26명이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고 한다.

몇 년 전 미국에서는 공무집행방해죄로 경찰의 체포를 당하는 주인을 보고 피의자의 대형 반려견인 로트와일러가 경찰관에게 달려들자 경찰관은 권총으로 개를 사살하였다. 이 광경을 이웃 주민이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려놓자 크게 사회적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토록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인 갈등이 심해지자 각 정부는 반려동물 소유자들에게 중한 책임을 묻고 공격성으로 사망이 발생하면 동물을 안락사 시킨다.

아무리 순한 동물일지라도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주인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다. 자기 반려동물의 행동양식을 잘 이해하고 이웃은 물론 가족 구성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과 훈련을 시키며 개에게는 반드시 안전장치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반려동물(pet)에 관련된 에티켓(etiquette)을 합성어로 펫티켓(petiquette)이라고 한다. 펫티켓이 결여된 펫팸족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오게 되고 펫팸족에게는 좀 더 엄격한 규제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

펫팸족은 펫티켓의 준수와 비애호가들에 대한 배려로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삶을 영유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어린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반려견이 행복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행동교정 훈련이 필요하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