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상임부회장

금융권에는 요즘 소비자보호가 화두다. 박, 문 대통령 후보 모두 다 금융위 개편,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의 신설을 내세우고 있다. 금융사들은 이제야 뒤늦게 ‘소비자보호’ 부서를 만드느라 난리 법석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치했다. 금융위는 장기적으로 금융소비자원으로 승격시켜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두 개의 조직으로 분리시켜서 가져갈 생각이고, 금감원은 독립성만 강화시켜 금감원 내 조직으로 두려하고 있다. 둘 다 자기들 ‘자리’와 ‘밥그릇’을 생각한 조직구상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요즘 많이 쓰는 ‘소비자보호’라는 용어는 구시대적 용어로 소비자관련 학계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주권을 가진 주체로서 인식되어 ‘소비자보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소비자 주권확보’ 또는 ‘소비자권익증진’ 등의 소비자 주체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소비자관련기본법도 ‘소비자보호법’에서 ‘소비자기본법’으로 벌써 6년 전에 개정됐다.

금융권에서 ‘소비자보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인식수준이 얼마나 후진적인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만큼 금융권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개념이 ‘보호’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의 필요성은 모두 다 인식하고 있다. 금융감독은 한마디로 말해 “금융정책의 부재, 금융감독의 실패,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의 방관”으로 표현된다.

금융위의 올바로 된 금융정책이 있었다면, 1998년부터 시작되어 2003년에 터진 신용카드사 경쟁과 카드 대란, 2000년 저축은행 신용대출 부실화, 후순위채 판매, 엔화대출 경쟁, 집단적 주택담보대출 경쟁, KIKO사태 등이 발생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올바른 금융감독이 있었다면 근저당권설정비 소비자전가(10조), 펀드이자편취(1.5조), 증권사예탁금편취(4조), 생보사 이율담합(17조), 은행대출이자부당적용(1조), 증권사 소액채권이율담합(0.5조)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며 이러한 피해를 공정위가 밝혀내고 감독당국은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에 대해서도 금융소비자의 인식은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사 편이지 소비자편이 아니다’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심지어 오탈자까지 그대로 금융사의 주장이 민원인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현실이다. 금감원은 금융사가 답변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금융민원과 상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민원에 대해 객관적, 중립적, 적극적인 처리와 속 시원한 해결을 원하지만, 금감원은 금융사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불과하다. 소비자보호를 강화한다고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만들어 하는 것이 하고자 하는 것이 고작 ‘금융소비자리포트’ 정도이다.

금융소비자원이라면 소비자문제와 민원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를 구제하며, 분쟁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단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을 뺏어가 자기들 일이라고 자랑하는 정도의 조직이라면 아무리 많은 인력과 예산을 준다 해도 진정한 ‘소비자권익증진’은 요원하다고 생각된다.

항상 무슨 문제가 생기면 공무원들은 언제나 ‘국민’이나 ‘소비자’를 핑계로 오히려 권한이나 자리를 늘리는데 주력하기 일쑤다. ‘국민’이나 ‘소비자’편에서 조직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힘’과 ‘자리’확보에 혈안이 되어 어떠한 명분을 내세워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최근 대선주자들을 위주로 한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기재부의 국제금융과 국내금융 정책을 통합해서 금융부를 설치하거나, 기재부로 금융위의 금융정책기능을 돌려주고, 감독정책기능은 금감원으로 주고 폐지하는 방안 둘 다 의미는 있다고 생각되나, 흩어져 있는 기능을 통합해서 금융부로 만들어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감독원을 건전성감독과 영업행위감독으로 둘로 나누어 영업행위감독에 금융소비자보호기능을 포함시켜 강화하자는 쌍봉형(Twin peaks) 조직이 옳으냐, 그르냐하는 문제는 장단점을 모두 고려해 봐야 한다.

하지만 먼저, 금융소비자원의 설치는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경쟁정책에 대해 공정거래위가 금융부문에서도 업무를 관장하고 있고, 소비자문제도 공정위에서 관장하며 산하에 소비자원이 있다. 금융감독산하에 새로운 소비자원을 만드는 것은 조직을 이중으로 설치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한 논리라면 IT소비자를 위한 정보소비자원을 정통부산하에 설치해야하고, 자동차나 APT소비자를 위해 국토해양부에도 소비자원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의 금감원조직으로 금융소비자원을 만들어도 금융소비자보호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현재의 한국소비자원은 전문성도 부족하고, 그동안 금융업무도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업무를 수행 할 수도 없다.

또한, 소비자원을 공정거래 산하에 그대로 둘 경우 경쟁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 산하라 소비자정책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해 질 수 있다.

그래서 현재 공정거래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을 폐지하고 모든 소비자문제를 전담하는 ‘소비자청’을 신설하여 국무총리산하로 승격시켜 두고 금융을 비롯한 모든 ‘소비자 문제’ 전담해서 통합적으로 관장해야 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www.kfc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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