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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여풍’, 영화는 ‘남탕’... 미디어 성 쏠림 현상 여전
조미나 기자 | 승인 2017.10.25 14:49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미디어 속 ‘성 양극화’ 현상이 여전히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남성을 보기 위해서는 예능프로그램과 영화를, 여성을 보기 위해서는 드라마로 채널을 돌려야하는 무언의 패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프레임 안에 여성과 남성이 함께 있는 ‘양적 평등’이 성평등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양상이 성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남성 중심의 콘텐츠 또한 지속되면서, 콘텐츠 생산자 스스로의 변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남성 중심' 예능 프로그램, 여성 성적 대상화 지적 일어

예능 프로그램을 이끄는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남성이다. 이른바 예능 ‘프라임타임’을 맡고 있는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2일’, SBS ‘런닝맨’ 등은 전 출연자가 모두 남성이거나, 90% 이상이 남성 출연자로 구성돼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또한 육아에 있어 남성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얻었지만, 남성만을 조명할 뿐 여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지난 3월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예능·오락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일주일간 시행했다. 이 모니터링은 3월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 간 방송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케이블 2사의 예능·오락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프로그램 총 33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모니터링에 따르면, 국내 TV 예능프로그램의 전체 출연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38.5%, 남성은 61.5%로 남성이 거의 배에 달했다. 주 진행자의 성비도 여성은 31.9%, 남성은 68.1%로 큰 격차를 보여 여성은 보조적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울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니터링 결과 발견된 예능·오락프로그램의 성차별적 내용은 19건으로, 성평등적 내용 5건의 4배에 달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내용,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내용 등이 이의 대부분이었다.

종편채널의 한 여행 관련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침대에 편히 앉아 이것저것 시키는 출연자를 ‘바깥사람’, 부지런히 움직이며 그를 챙겨주는 출연자를 ‘안사람’으로 대비해 연출하며 자막을 내보내,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다른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이 앨범재킷 사진을 촬영한다는 설정의 장면에서 여성 출연자가 본인의 표정과 자세를 선정적으로 취하고, 남성 출연자들은 이를 즐기고 관찰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양평원은 “남성이 여성의 모습을 즐기고 관찰하는 성희롱적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자칫 성희롱·성폭력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EBS 까칠남녀 방송 캡쳐>

‘불편함’ 꼬집는 여성 예능 출현... 한계점 존재

이러한 가운데 ‘예능에서의 여성의 부재’를 꼬집는 여성 예능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사회에 산재돼있는 이슈들을 직설적으로 거론하거나, 불편한 점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평이다.

케이블 채널인 온스타일의 이슈 토크쇼 ‘뜨거운 사이다’는 정치이슈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자유로운 주제와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개그우먼 김숙, 박혜진 전 앵커, 김지예 변호사 등 각 분야의 여성들이 패널로 출연, 100%의 여성 MC 비율을 보이는 ‘뜨거운 사이다’는 ‘생리대 독성물질 검출’, ‘범죄자 신상공개 찬반 논란’, ‘스토킹’ 등의 다양한 이슈를 토론 주제로 내놓고 있다.

EBS 프로그램 ‘까칠남녀’는 ‘젠터 토크쇼’라는 성격을 전면에 내걸고 최근 대두되는 성차별 이슈를 논해 조명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성희롱, 낙태, 안전이별, 10대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젠더 이슈를 동수의 남녀 패널이 논한다. 방송 이후에는 해당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 SNS와 커뮤니티 등의 반응이 뜨겁다. 콘텐츠 차원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 예능’이 젠더 이슈에만 한정돼있으며, 사회적 문제가 아닌 오락 기능에 초점을 맞춘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TV 프로그램의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 JTBC 드라마 '청춘시대'>

지금 안방극장은 여풍(女風)... 드라마, 여성 조명방식 달라졌다

남성 중심의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드라마에는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야인시대’, ‘제5공화국’ 등 남성의 일대기를 담은 영웅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과거와 달리,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여성들은 드라마 스토리 전개를 이끄는 주효한 역할로 떠올랐다.

지난 10년간 여성들의 이야기가 치정, 복수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여성의 삶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스토리 또한 다양해지는 추세다.

시즌 식으로 방영되고 있는 JTBC 드라마 ‘청춘시대’는 셰어하우스에 사는 5명의 여성들의 삶과 관계를 그려내며 호평을 샀다. 러브라인 중심, 남성 의존적인 캐릭터가 아닌 삶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담담히 풀어냈다는 평이다. 아울러 이들의 삶에 트라우마를 자리 잡게 한 ‘데이트폭력’, ‘성매매’ 등의 젠더 이슈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조명해 공감을 사기도 했다.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또한 재벌가 딸, 대학교수 부인, 생선 장수, 부잣집 혼외자식 등의 다양한 여성을 캐릭터로 두고 있다. 이들은 인생 전반에서 주눅 들어 있던 인물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하며, 약자의 단발적 복수가 아닌 캐릭터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또한 각 연령별 여성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며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드라마 시장에서 여성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주 시청자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 신장’이라는 사회적 흐름이 시청자들의 니즈에도 반영되면서, 자신들의 삶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접근을 시청자들이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 속 여성의 캐릭터는 남성을 보조하는데 그쳤던 과거와 달리, 능동적이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는 등장인물 간 관계, 더 나아가서는 스토리에 영향을 미쳐 클리셰에 싫증을 보이던 대중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진= 누아르 영화 '미옥' 포스터>

극장가 ‘남탕’은 여전... 중견 여배우 활약 눈에 띄어

반면 영화 시장의 경우 ‘남성 중심’의 예능과 결을 같이 한다. 영화계에는 이른바 ‘남탕 영화’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남성 중심의 스토리와 인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범죄, 스릴러, 액션 등의 장르들에 남성 배우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10월 24일 기준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 5개 영화는 ‘범죄도시’, ‘지오스톰’, ‘대장 김창수’ 등의 남성중심 영화들이 모두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영화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스토리는 남성들의 복수극 또는 누아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개봉한 한 범죄영화에서는 여성이 범죄의 희생양으로 등장, 살인 과정이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돼 관객들의 비난을 받았다. 여성을 수동적이고 연약한 존재로 대상화시켰다는 것과, 범죄 과정의 지나친 묘사를 통해 이후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부 여성 관객 사이에서는 ‘공감하기 어렵고, 스토리가 천편일률적이다’라며 극장을 찾지 않는 현상도 발생했다.

이러한 가운데 배우 김혜수가 여배우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누아르 장르에 도전, 한국 영화시장에서의 여배우의 입지에 대해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혜수는 지난 10월 10일 ‘미옥’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의미를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작품이 의미 있기를 바랄 것"이라며 "의미는 영화 상영이 완결된 후에 부여되는 것 같다"고 여성 느와르로서 가지는 영화의 의미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이어 "실제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배우의 현실이라는 건 여러분들이 너무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결국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할리우드도 그렇고, 유럽도 몇 개국을 제외하고는 여성이 독단적으로 극을 장악하는 콘텐츠는 굉장히 적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나문희, 김해숙 등의 중견배우들이 드라마가 아닌 스크린으로, ‘국민 엄마’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나문희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밝히는 할매 옥분을 연기했으며, 김해숙은 미스터리 영화 ‘희생부활자’에서 피살된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와 복수를 하는 명숙 역을 맡아 연기했다.

김해숙은 “후배 여배우들이 올라갈 자리를 우리가 미리 다진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할 것”이라며 “여배우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열심히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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