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1조원 규모의 강남 재건축 수주가 일단락되면서 건설사들의 순위 성적표가 일단락 되는 모양새다.

올해 재건축 시장의 최대 승자는 단연 현대건설이다. 연내 남은 수주전에 따라 2~5위의 순위가 정해질 전망이다. 연내에 8000억원 규모의 반포 주공 1단지 3주구, 2400억원 규모의 송파구 문정동 136 일대 재건축, 1400억원 규모의 강남구 대치동 쌍용 2차 재건축 사업이 남아 있다.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시공권 등 남은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누가 따느냐에 따라 건설사들의 시공 순위가 정해진다. 특히 8000억원 규모의 반포 주공 1단지 수주를 놓고 건설사들이 막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2위인 대우건설이 2조5972억원, 3위 GS건설 2조4144억원, 4위 현대산업개발이 1조8511억원, 5위 롯데건설이 1조64907억원을 수주한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최근 GS건설은 서초구 잠원동 한신 4지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이 조합원을 상대로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이 전면 반박하면서 향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연말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고 건설사들이 과도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등 강남 재건축 사업에 전력 투구하면서 강남 재건축 수주전은 돈을 쓴 건설사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질된 듯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에 대해 GS건설은 ‘클린영업’을 내세우며 자체적으로 불법 매표 시도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국토부나 구청에서도 신고센터를 운영하지만 이를 통해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제보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신고센터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한신 4지구 신고센터에서 제보를 받은 결과 총 227건의 상담 요청이 있었으며 이중 롯데건설이 조합원에게 금품과 향을 제공한 건 25건이었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현금과 청소기, 숙박권, 상품권, 명품 가방 명품 벨트 등을 지급한 사례가 포함됐다는 것이 GS건설 측의 주장이다.

롯데건설은 이에 대해 “수주 초기부터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GS건설이 악의적인 비방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한 것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맞섰다. 그리고 ”국토부의 조사 등을 통해 사실이 밝히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과열됨에 따라 식사제공, 개별홍보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사공사 선정 과정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구청과 합동으로 현장조사 등 정밀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행위가 드러난 건설사는 입찰에서 배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모 건설사가 이사비용 7000만원을 제공했다는 제보가 나돌았다. GS건설은 앞서 반포 1단지 수주전에서는 현대건설과 격돌했다. GS건설은 “국토부가 이미 이사비 지급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불법으로 확인한 만큼 정부, 지자체 및 수사기관이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시장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도시정비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에 고양시 능곡 6구역 재개발, 부산시 사직 1~6 지구 주택 재건축, 인천시 부평구 십정 5구역, 평택시 서정연립 재건축, 대조 1구역 주택 재개발 시공권을 땄지만 공사비 규모가 작아 저조한 실적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러나 9월에 공사비 7396억원의 서울 방배 5구역을 수주한데 이어 공사비 2조6363억원인 반포 주공 1단지 1, 2, 4주구의 시공권을 따내면서 1위로 올라섰다.

반면 GS건설은 반포 주공 1단지 1, 2, 4주구 시공권을 현대건설에 넘겨 주면서 건설사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결국 경찰까지 나서면서 고질적인 재건축 금품·향응 비리가 척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비리의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고, 불법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직원 개인 처벌에 그치거나 하청업체 책임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 처벌 실효성에 의문이 크다.

전문가들은 위법 행위 적발 시 입찰에서 배제하거나 시공사 선정권을 박탈하는 등 고강도 처벌 규정을 만들지 않는다면 재건축 비리를 없애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초경찰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 경찰청 범죄정보과 등이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전 금품 살포 행위를 내사 중이다.

일부 현장의 경우 관련 증거를 수집해 혐의를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내사 단계라 수사 방향과 규모, 담당부서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국정감사 이후 내부적으로 상황이 정리되면 본격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수사인력을 투입해 TF(태스크포스) 조직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과열된 부동산 경기를 안정화시키고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재건축 비리가 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 대규모 수사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잠실 등 일부 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원을 상대로 과도한 금품수수가 이뤄졌다"며 "철저히 단속해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강남재건축 시공사 금품 제안과 조합원 돈 봉투 살포 등 부패에 대해 도정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과 뇌물 수수 등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재건축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금품·향응을 제공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해외 수주가 줄고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등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수주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업계에서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최근 GS건설이 한신4지구에서 '클린 수주'를 선언한 뒤 수주전에서 승리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재건축 수주전이 투명하게 이뤄지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수주전이 치열해지면 그만큼 영업·홍보 비용으로 수백억원을 쏟아 붓게 돼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진다"면서 "조합원들은 당장 현금을 받아 기분은 좋겠지만 나중에 상품의 질 저하, 분양가 상승, 사업비 증가 등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고 전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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