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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여성 내 다양성의 가치와 젠더의 사회가치 정립하겠다"여성노동자와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젠더관점 연구의 방향성 제시...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성평등 가치 정립 위해 노력할 터
김희정 기자 | 승인 2017.10.24 15:05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15대 원장으로 권인숙(54)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가 취임했다.

권인숙 신임 원장은 서울대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럿거스대에서 여성학 석사를 클라크대에서 여성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노동인권회관 대표간사, 미국 남플로리다주립대 여성학과 조교수, 서울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소장 등을 역임한 인권 운동가 출신으로서 2003년부터는 명지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권 원장은 “여성정책연구원이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여성정책 전문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고 세계적 수준의 성평등연구기관으로서 우뚝 설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새 정부의 새로운 성평등 사회가치와 성평등위원회 설치, 여성 내 다양성과 젠더의 다양한 교차성, 성쥬류화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성평등 시대로 기본 이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983년 개원한 한국 여성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권 원장은 “여성, 특히 고학력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 OECD 최악의 남녀 임금차이, 경력단절,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에만 편중된 여성 일자리의 낮은 질 등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답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고 문제 인식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성평등적 관점에서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서도 정책을 주도, 인권과 평등, 정의 실현을 위한 변화에 성평등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살려나갈 수 있는 정책개발, 기존의 여성폭력을 젠더적 불평등에 기인한 폭력으로 의미규정 포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여성노동의 변화를 포함한 사회의 젠더관계의 재조직화 등의 과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특히 연구원의 기본이념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선언한 새로운 성평등 사회가치 정립이 필요하다”면서 “성평등은 개별 남녀 사이의 평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불평등의 극복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성발전에서 출발해 양성평등으로 정착된 여성정책연구원의 기본이념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권 원장은 연구의 질적 제고, 연구원의 국내 위상강화,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 제고, 국제적 연구기관을 위한 내실화, 직원 간 소통 강화 등을 약속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15대 원장으로 취임하셨다. 원장님은 미국으로 건너가 럿거스대학에서 여성학 석사를 전공하고 클라크대에서 여성학 박사를 취득했다. 최근에는 여성과 양성평등, 성평등에 대한 이슈가 큰 편이지만 당시에는 여성학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여성학의 매력, 혹은 여성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1980년대 노동운동 유관 기관에서 일하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답답함을 많이 느꼈었고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경우 결혼 후 자연스럽게 가사와 육아에 얽매여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서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여성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여성학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온 것 같다..”

- 원장님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인 올림 소장을 역임했다. 주로 집중적으로 해온 사업이 무엇이었나.

“울림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부설연구소로 국내 유일의 성폭력연구 전문기관이었다. 특히 성폭력에 대해 존재하는 많은 편견들을 연구를 통해 사회의 메아리로 퍼져나가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간이었다.”

-여성정책 전문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으로서 임기 내 가장 핵심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연구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여성혐오범죄, 데이트 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 사회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젠더폭력에 대한 포괄적인 의미 규정과 해결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또한 젊은 여성들의 여성문제 의식이 크게 높아진 반면 모든 젠더 관련정책에 대한 청장년 남성들의 혐오적 반발의 강도도 강하고, 여성가족부 등 젠더정책관련 기관에 대한 반대세력 형성이 심각한 상태다. 여성을 약자와 보호대상으로만 한정하는 프레임을 넘어서 인권과 평등, 정의 실현을 위한 변화에 성평등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살려나갈 수 있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신중단 등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주제,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 대안제시가 필요한 연구주제부터, 사실상 저출산의 중요한 핵심대안인 결혼과 가족의 개념변화를 위한 담론생산과 정책개발, 주류여성노동자의 현실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의 내부적 다양성이 담긴 연구,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연구까지 젠더관점을 적극적으로 살려야 하는 연구들을 통해 사회적인 방향성을 선도적으로 제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요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이 여성노동에 미칠 영향과 그 대응방식뿐만 아니라 사회의 젠더관계의 재조직화에 대한 전망과 대응을 적극적으로 고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성정책연구원이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여성정책 전문기관이 되려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내외적인 연구성과 확산과 채널 다변화가 요구되는 때이다. 필요한 정보교류와 정책성과 공유를 위한 국외 네트워크를 내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여성정책과 우리원의 성과확산을 해외에 공유하기 위한 영문화 확대 및 외교통상부 등 관련부처와의 협력 강화 역시 중요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SNS와 인터넷 홍보 공간 활용 등 국내외 홍보채널 다양화와 정책기여도 제고를 위해 언론, 지역사회, 국민 대상 성과확산 노력 강화 등도 구상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취임 일성으로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인가. 성평등과 양성평등의 핵심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언제부턴가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는 성불평등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보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정책 대상을 지칭하는 방식으로 더 많이 사용되면서 정책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성정책이 양성평등정책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여성’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기시 하고, 남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것이 예이다. 이것은 ‘여성정책=여성대상 정책=여성만을 위한 정책=남성 역차별 정책’이라는 오해를 전제로 한다.

여성정책에 대한 이러한 오해가 심화되고, 양성평등정책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챙기는 정책이라는 의미가 굳어진 것은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성평등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오해를 넘어서서 성불평등 문제가 해결된 상태이자 정책이 지향해야 할 목표로서의 의미를 보다 분명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책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분명히 한 후 목표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서 정책 대상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대상 중심으로 사고하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불평등한 현실은 간과한 채 여성을 대상으로 하던 정책을 그대로 남성에게 확대하거나 평등을 여성과 남성의 양적 균형의 문제로 왜곡시킴으로써 성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성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대상이 아닌 성불평등 문제 해소라는 목표, 불평등한 젠더관계의 변화를 위한 정책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양성평등 보다 성평등이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되며 이러한 이해의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여성 특히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고 OECD 최악의 남녀 임금 차이를 극복하려면 실제적으로 어떤 정책적인 혹은 제도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현재 우리사회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여성노동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답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가장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경력단절 예방과 경력유지 정책이다.

여성은 30대 결혼, 임신출산, 육아, 가족 돌봄으로 경력단절이 되고 40대 이후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으로 고용률은 상승한다.

2016년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조사에 의하면 경력단절여성들이 재취업에 걸리는 기간은 평균 8.4년이다. 평균 8.4년의 기간 동안 경력단절이 된 여성들이 8.4년 경력단절이전의 일자리로 갈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경력단절은 한국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는 남성과 달리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관리자급으로 승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경력단절 이전의 일자리가 아닌 단시간노동이나 비정규직 노동으로 취업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여성들은 30대 경력단절로 남성과 달리 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는 경로도 단절되고 경력단절 이후 취업은 비정규직 취업이 많다. 고위 관리자급 부족, 경력단절 이후 비정규직 취업 증가는 OECD가 2000년부터 발표한 국가 성별임금 격차에 만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핵심은 30대 경력유지이다. 여성 30대 경력유지는 일·가정양립제도, 가족친화기업문화 조성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 정부에서도 30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지원 정책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여성노동자가 보호의 대상만이 아닌 경쟁력 있는 노동력제공자가 될 수 있는 연구생산과 정책제안의 방향성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 정부 출범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새로운 성평등 사회가치 정립이 필요하다고 연구원의 기본 이념적인 변화에 대해 강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어떤 기본 이념 변화가 있어질 것으로 우리가 기대해도 되는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기본이념은 여성발전에서 출발해 양성평등으로 정착되었으나 새 정부의 새로운 성평등 사회가치와 성평등위원회 설치, 여성 내 다양성과 젠더의 다양한 교차성, 성주류화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성평등 시대로 기본이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성평등은 개별 남녀사이의 평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불평등의 극복을 의미한다. UN 등 국제사회는 성평등이 평화체제를 유지하고 지역공동체, 국가, 세계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필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 이념을 주도적으로 담론화하고 정책화하는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 과제 발굴이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으며 그것이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삶에 조그만 변화라도 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구기관들이 외치는 이념들이 생활에 실천적으로 적용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항상 비슷한 구호와 연구과제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실제 여성들의 삶은 달리 변화된 게 없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아마 연구원의 많은 연구성과들이 법제화 제도화되고, 정부부처의 업무계획에 반영되어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그 법과 제도들의 국민들의 삶 속에서의 체감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그 간극을 좀더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또한 한국의 현실에서 아직 젠더나 성평등 이슈는 중요의제 설정에서 제대로 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원이 이 변화를 내용적으로 이끄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성평등과 성주류화가 한국사회의 저성장, 고령화, 저출산 등 핵심과제를 해결해 가는데 가장 중요한 대안임을 알리고 연구원이 생산하는 연구와 정책 내용이 관련부처에서 폭넓게 쓰이고 요구되어질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

이를 통해 연구원이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사회의 큰 방향성을 주도하는 정책생산기관으로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

-연구원의 연구의 질적 제고와 국내 위상 강화,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 제고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신 방침이 있으신지.

“연구의 질의 향상은 제가 경영혁신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으로 강조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은 평가시스템부터 연구과제 수 등 연구환경 개선과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방법과 관점 제고 노력, 중장기 우수인력 확보계획 수립 등을 통한 연구역량 강화, 과제 선정과 배분 과정 개선, 정책현장과 대내외 고객과의 소통 확충 등을 통해 연구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

-최근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군대 성폭력, 아동 성폭력, 학교 성폭력, 직장내 성폭력 등의 재발방지를 위해 어떤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혹은 성폭력 등의 치료를 위해 어떤 효과적인 방법이 있나.

“기존의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주로 낯선 사람에 의한 폭력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직장 내 성희롱 등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최근 여성혐오범죄, 데이트 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젠더적 불평등에 기인한 폭력으로서의 포괄적 의미규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문제의 주체적인 해결자로서 젠더폭력으로의 프레임 변화가 강력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동안 인권단체와 대학교수를 거쳐 국가 기관의 장을 맡은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소감과 각오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1983년 개원한 이래 우리나라 여성정책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온 기관인 만큼, 내년 35주년을 앞둔 이 시점에 원장으로 취임하게 되어 자부심과 부담감이 동시에 있다.

여성학자로서 오랫동안 연구원의 보고서를 읽으며 논문을 쓰고 성평등통계를 이용하며 수업을 해왔다. 이곳의 자문회의도 오고 연구원의 박사님들과 함께 연구보고서를 같이 쓰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연구원이 의미를 직접 느끼며 살아왔다.

그동안 갈고 닦아온 학자와 전문가로서의 경력과 연륜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에 기여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성평등 가치 정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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