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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책임 소비자피해 예방과 구제대책이 시급하다연기영 동국대 법대 교수
연기영 동국대 법대 교수 | 승인 2017.10.24 11:46

[여성소비자신문] 제조물책임이란 일반적으로 ‘결함있는 제조물을 통해 그 제조물의 이용자․소비자 또는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임주체를 제조자에 국한시키지 않고 수입업자·상표사용자·부품생산자·설계자 등 결함생산물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라고 보아서 ‘생산물책임’ 또는 ‘제조물책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크고 작은 결함제조물사고가 발생하였고, 세계화․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제조물책임법”의 제정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오다가 1999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 후 2013년에 일부 개정하여 시행되어 오다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2017년 4월 18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제도의 도입을 명문화한 이법의 개정이 이루어져서 2018년 4월 19일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법 제2조 1호에는 “제조물이라 함은 다른 동산이나 부동산의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를 포함한 제조 또는 가공된 동산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조물책임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대량생산․대량소비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제조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제조물의 범위를 ‘제조 또는 가공된 동산’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서 ‘제조’라 함은 제조물의 설계․가공․검사․표시를 포함한 일련의 행위로서 일반적으로 원재료에 손을 가하여 새로운 물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식품, 의약품, 가전제품, 공산품은 이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가공’이라 함은 재료에 공작을 가하여 새로운 속성을 부가하거나 가치를 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식품의 조미․냉동․건조 등이 가공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이 법의 대상인 되는 제조물은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유체물과 무체물이더라도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 즉 전기․가스 등을 포함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제조물책임법의 개정

최근 옥시 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우리 생활 곳곳의 화학제품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옥시로부터 시작된 생활용품 유해성 물질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탈취제와 방향제에도 유독물질이 포함됐으며, 흡입하면 폐와 간, 신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에서 유통된 96개 탈취제와 방향제에서는 MIT 등 5개 유독 화학물질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생활용품 제조에서 이러한 물질의 사용이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식품, 의약품 등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따라서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소비자피해 구제나 기업의 책임을 묻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이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 원인으로 짐작하지만 피해자들이 소송에서 제조사 결함을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제조회사가 폐 손상의 원인이 다른 데 있을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 등을 통하여 항변할 경우 소비자가 이를 뒤집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물책임법은 무과실책임의 원리를 도입하고 입증책임도 완화하여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번 옥시 가습기 사태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이에 각계 각층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학계에서 주장되어 온 입증완화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그리고 집단소송제 중에서 일부를 입법화하였다. 내년 4월 19일부터 시행될 법 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 그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제3조제2항 신설).

또한, 제조물을 판매ㆍ대여 등의 방법으로 공급한 자가 피해자 등의 요청을 받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제조업자 등을 피해자 등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였다(제3조제3항).

아울러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등 세가지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에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였다(제3조의2 신설).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기업에 대해 실효성이 있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보다는 훨씬 미약한 편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잘못을 저지른 기업 등을 상대로 실제 손해액과 함께 징벌적 의미의 배상금을 엄청나게 물린다.

얼마전 미국 미주리주 배심원단이 존슨앤존슨(J&J)의 파우더를 수십 년 간 쓰다가 난소암으로 숨진 재키 폭스씨의 유족에게 840억원(7200만 달러)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소비자피해 예방대책과 분쟁해결 방안

결함제조물 피해의 특수성으로 인해 효율적인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한계가 노출되어 오고 있다.

실제로 언론매체를 통해 크고 작은 피해에 관한 보도가 일상적인데 비해 소송에 따른 어려움으로 실질적으로는 피해구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송에는 많은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들기 때문에 피해구제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어서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 피해예방과 분쟁해결의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하여 제조물책임 분쟁관련 기본교육과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하여 정부의 지원을 통하여아 법률지식, 사례, 상품안전성, 제조물책임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제조물책임담당부서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실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들이 상품취급설명서에 상품의 안전과 관련된 사항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철저히 감독하고 행정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상품의 조립방법, 부품의 내역, 상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보존방법 및 정기검사에 관한 사항, 고장발생이 잦은 경우의 예와 이에 대한 대책, 재료의 부식이나 고장 및 수명에 관한 사항, 사고시의 긴급대처방안, 판매자·대리점·고객 등 상품을 취급하는 자에 대한 상품의 사용·사용범위·잠재적 위험에 관한 정보와 오용의 경우에 대한 정보, 상품의 개조, 부품이나 재료의 변경에 대한 경고 등이다.

셋째, 결함예방을 위한 기업의 연구와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제품생산업체도 연구비를 투자해야 한다. 특히 식품, 약품, 화장품, 가전제품 등의 제조회사는 연구비 투자를 과감히 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제조물 품질과 안전성 수준을 우리 기업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위험의 예측이나 제조물의 개발전략도 새롭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넷째, 업종별․기업별 제조물책임피해 신고 및 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철처한 보험가입으로 소비자의 불만 및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소비자피해구제를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재판외 분쟁처리기구(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ADR)를 통하여 소송 전에 사건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소송에 있어서는 단체소송이나 집단소송제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섯째, 사고원인규명체제의 확립이 필요하다. 제품사고에 있어 분쟁해결은 제조자․소비자간의 사고원인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고, 분쟁의 신속하고 공평한 해결을 위해서는 원인규명이 대단히 중요하다.

현재 제품사고에 관련한 원인규명은 대부분 대기업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불만을 가지지 않는 수 없다. 좀 더 소비자가 신뢰성을 가질 수 있는 접근이 용이하고 전문성과 중립성을 겸비한 원인규명체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여섯째, 이 제도의 정착으로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고 국민 모두가 안전의식을 생활화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 제조물책임정신이 반영되어 사고의 예방을 생활화하여 국민생활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 이룩되도록 정부, 기업, 소비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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