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오늘 누가 씀바귀나물을 먹는가
                            구이람

요새 아이들에게
‘가난’이란 말은 사라져간다
‘가난’이란 말 아무리 사전을 찾아 읽어도
끝내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 한다

어두워가는 낯빛 감추지 못하고
눈 둥그레져 서로 바라보며  
‘글쎄, 참’ 참, 글쎄’할 뿐
할 말을 찾지 못하는 젊은 교수들 
씀바귀나물을 먹어 본 적 있는가

자식도 늘 기쁨만은 아닌 것을
달콤한 행복 속에는 씀바귀처럼
독하고 쓴 맛이 섞여 있다는 것을
자식을 둔다는 것은 쓴맛 단맛을
다 우려내서 오래오래 맛보라는 뜻인 것을

저 풋것들이 살랑살랑 영글어가는 모습
지금 내 눈엔 떫고 시려도
다 내 젊은 날의 씀바귀 뒷모습인 것을

-시평-

요즘 세대 차이, 또는 세대 갈등에 대해 마주하면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구세대와 신세대는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먹거리도 다르고 문화전반에서 그 체험세계가 다르다고 하겠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적 관계의 양상도 다르다. ‘가난’을 잘 모르고 성장해온 세대이지만 그래서 행복한가? 반문하면 선뜻 답하지 못한다. 한 발도 물러날 수 없는 젊은 세대들의 불안한 미래가 그들을 그렇게 앞뒤를 생각하며 살아가기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식도 늘 기쁨만은 아닌 것을/달콤한 행복 속에는 씀바귀처럼/ 독하고 쓴 맛이 섞여 있다는 것을/자식을 둔다는 것은 쓴맛 단맛을/ 다 우려내서 오래오래 맛보라는 뜻인 것을”

대화가 어려운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갈등도 만만치가 않다. 몸에 좋은 씀바귀를 먹지 못하는 자식 세대와 문화 공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공존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해방 이후 극심한 가난을 극복해 온 기성세대로서는 요즘 청년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어설프고 나약한 모습이 눈에 띄어 못미더울 수도 있다.

태어나면 누구나 점차 노인이 되어간다. 현재 기성세대로 불리는 사람들도 30년 전에는 모두 팔팔한 청년들이었으니까. 그들이 젊었을 때에도 분명히 세대 갈등은 존재했지만 오늘날 같이 냉정하고 격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저 풋것들이 살랑살랑 영글어가는 모습/지금 내 눈엔 떫고 시려도/ 다 내 젊은 날의 씀바귀 뒷모습인 것을” 상대적으로 유복한 시대에 태어난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를 테니까 그저 잘 영글어 주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젊었을 때는 나도 질풍노도처럼 시대를 주도해 나갔으니 가난을 모르는 세대의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폭넓게 이해하며 먼저 화해와 공존의 손을 내미는 것이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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