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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사회의 욜로와 포모증후군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7.10.23 10:32

[여성소비자신문]2010년대 후반의 우리사회에서 나타나는 큰 시대적 흐름 즉, 메가트렌드(megatrend)는 욜로(YOLO)와 포모(FOMO)라고 한다.

사회심리학 전문가들의 이러한 진단을 나 역시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 올 10월 초순에 있었던 추석연휴 휴가 때문이었다. 전무후무한 10일간의 연휴를 맞이하여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제1순위(버켓리스트 ‘bucket list’라고 함)였던 중국 장가계(張家系) 여행을 단행하였다.

중국이 우리나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에 대한 불만으로 우리 기업을 몰아내고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을 방해하는 상황에서 중국여행이 선뜻 마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성수기 단체관광단에 포기자가 생겼기에 그 자리에 끼어가게 되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야, 욜로’라고 흥얼대며 인산인해를 이룬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들어섰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외신보도들, 태워 주지도 않는 ‘공동방어체제’라는 차를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큰소리치다가 결국 한반도전쟁을 막는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우리 대통령,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이념갈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거북스러운 살인 사건들, 계속 터져 나오는 대형 사기범죄 등 불안으로 가득 찬 이 땅을 며칠만이라도 떠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 너무 좋았다.

휴대전화의 해외로밍서비스도 차단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지라 가는 곳마다 나와 같은 한국인 욜로족의 발길이 부산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한 대형 식당에서는 여행단 별로 ‘한 번뿐인 인생, 욜로, 건강을 위하여!’라는 건배사가 귀청을 울렸고, 식탁 위에는 음식접시 옆에 스마트폰들이 놓여 있었다. 음식을 먹거나 버스여행, 길을 걷는 중에도 틈만 나면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해외로밍 서비스가 계속되기에 나처럼 휴대전화를 꺼내 놓지 않는 옆자리 손님에게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 국내 소식들을 자랑스럽게 일러 주었다. 이게 바로 고립을 두려워하는 포모(FOMO)증후군임을 실감했다.

이 모두가 현대 불안사회에 일어나는 사회불안증(social anxiety)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회불안에서 야기되는 현상은 시대적 환경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욜로나 포모 모두 현대적인 사회불안 증후군이라고 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라는 영어 앞 문자를 딴 욜로는 20세기에 들어서 미국 배우 겸 작가인 웨스트(M. West)에 의해 유명해진 말이지만 이미 그 이전에 1700년대 독일 문호 괴테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데서도 인용되는 문구이었다.

2011년 가수인 드레이크(A.Drake)가 내놓은 좌우명(The Moto)이라는 앨범의 노래 가사에 들어 있었고, 불안한 현실에 싸인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널리 불러지던 노래 가사로 오바마(B.Obama)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홍보에 등장하면서 더 크게 유행을 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 나의 행복을 위해 후회 없이 즐기자’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처음에는 젊은 층에서 주로 쓰였으나 이제는 나이든 장년이나 노인층에서도 ‘욜로’라고 소리쳐대는 소비문화 트렌드가 되었다.

최근 들어 정권교체 후의 각종 갈등과 분열, 북한의 핵무기 개발, 경제적 불평등과 고용불안, 사기와 폭력 범죄 등 각종 안보와 사회불안의 강박증을 떨쳐내기 위한 사회적 반응이다.

포모(FOMO)라는 말은 ‘fear of missing out’라는 말의 축약어로서 에얄(N.  Eyal)에 의해 처음 쓰였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통신에 의한 사회적 연결망(network)에 접속하지 못하면 마치 친구, 동료 또는 집단으로부터 소외되어 인생에 큰 손실이 발생하는 것처럼 불안을 느끼는 고립(실기, 탈락) 공포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전자통신망과 스마트폰 보급이 잘 되어 있고 친구나 동료 및 집단으로부터 단절을 두려워하는 우리 사회 특유의 문화적 특성 때문에 포모증후군이 다른 나라보다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전 세계가 놀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은 포모증후군의 순기능이라지만 역기능이 오히려 더 크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내기에 바쁘다.

포모증후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삶에 대한 만족감이 저하되어 행복지수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미국 심리학자인 슈왈츠(B. Schwartz)가 말한 ‘많을수록 작아진다’는 ‘선택의 역설(pardox of choice)’ 또한 포모증후군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포모증후군의 대응책으로 ‘놓치는 것을 즐기자(joy of missing out)’라는 조모(JOMO)가 호응을 얻고 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하는 일에 대한 관심보다는 현재에 내가 하는 일을 즐기자는 뜻이다.

미국 MIT 대학의 햄머(M.Hammer) 교수의 말대로 ‘21세기는 위험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특히 우리가 지원해준 돈으로 개발한 핵폭탄, 수소폭탄을 만지작거리며 걸핏하면 ‘서울 불바다’ 타령을 일삼는 북한 김정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내 탓’ 보다는 ‘네 탓’이라고 서로 삿대질하며 아우성치는 우리 사회의 혼란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한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가 아닌가. 이제는 욜로와 포모증후군의 사회 병리적 현상을 극복하는 일이 더 중요한 때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투데이(today)족’ 욜로 대신에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덴마크 부흥운동가 달가스(E. Dalgas)의 교훈을 새기자.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챙기며 창조의 시간을 갖는 것이 더욱 보람되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지혜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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