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얼마 전 한국형 레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몇 번의 발의가 좌절되었지만 이번에 통과되어 제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레몬법은 1975년부터 시행된 미국 레몬법의 한국형 모델이다. 미국 레몬법은 소비자가 구입한 자동차의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시행법이라 할 수 있다. 중대한 결함이 부위별로 여러 번 발생하면 공정한 확인절차를 거쳐 자동차의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는 강력한 소비자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동차 교환 등은 자주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분야에 따라 징벌적 보상으로 천문학적인 벌금과 보상을 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는 상황이다. 기본이 ‘조단위’로 나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미국에 진출한 모든 글로벌 메이커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소비자 보상이나 대책을 세우고 하루 속히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섣불리 대처했다가는 기업이 망하는 심각성을 띨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자동차 급발진 등 문제가 발생해도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법적 구조적 한계로 항상 알아서 져주는 법이라도 비아냥도 할 정도이다.

그러나 신차에 문제가 발생해도 메이커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버티면 알아서 져주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재작년인가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자동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한 소비자 250여건 중 약 5건만이 수용되었을 정도이다.

이 사람들도 예전에 문제가 되었던 광주에서 골프채로 문제 차량을 부수면서 퍼포먼스를 해 이슈가 되었던 사고일 정도이니 웬만하면 보상이 불가능하다. 이 정도이니 자동차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능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미국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 등 공공기관이 움직이고 재판과정에서 소비자의 질문에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자진해서 입증하지 못하면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합의를 종용하여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와는 완전이 딴판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한국형 레몬법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1년 2만Km 주행거리 미만인 경우 중대결함 2회, 일반 하자 3회, 총 수리기간 30일을 초과하면 자동차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소비자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듯하다. 그러나 미국과 같이 징벌적 보상과는 거리가 있고 관련법 충돌 등 다양한 문제로 제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소비자 기본법과도 상충되어 사전 중재 합의 시 결과에 대해 재판 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해 소비자가 불리하게 될 수 있다. 특히 관련법이 소비자 보호법에 명기된 것이 아니라 자동차관리법에 포함된 부분이어서 상호보완 가능성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 실제 해석상의 차이이다. 예를 들면 운전자가 비가 오는 야밤 고속도로를 10kkm로 달리다가 시동이 순간적으로 꺼지면 운전자는 정지하기 전에  차량을 갓길로 안전하게 빼야 한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아찔한 상황이다. 그러나 자동차 메이커는 단순하게 운전하다가 시동이 꺼질 수 있다고 하는 편한 접근이 이루어질 경우의 해석상의 큰 차이이다.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이를 중재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자문단의 구성 등은 물론 유권해석을 냉정하게 해줄 전문가 집단의 구성이 필요하다. 수십 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한다고 하나 과연 제대로 구성되고 운영될지 걱정도 된다. 특히 징벌적 보상제가 아닌 이상 지속적으로 소비자가 모든 고생을 강요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시간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객관적인 보상시스템이 없다.

자동차 하나 마련하기 위해 서민은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쉽게 평가하고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기존 모습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정부 자체가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조차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포지티브 정책 기반으로 할 수 있는 항목이 지정되어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 따라서 네거티브 정책 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보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셋째로 정부의 컨트롤 타워의 부재이다. 아직도 자동차 관련 업무를 여러 부서가 나누어 하고 있고 관련법도 전혀 다르다. 시너지 효과는 커녕 부처간의 이기주의 등 중첩되고 반복적인 부분도 많다. 동시에 시각지대도 많아 효율적인 운영이나 확실한 발전 토대가 약한 편다.

이번 한국형 레몬법의 제정과 진행이 드디어 소비자를 위한 본격적인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안정적 제정과 확실한 액션 플랜으로 제대로 운영되고 보호하여 선진형 제도가 안착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 자동차만 확실히 선진화시키면 균형잡힌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생산회사는 물론이고 모두가 함께 하여 실질적인 효과가 부각되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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