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은 뒷전이다. 특히 홀로 살고 있는 여성들의 상당수가 경제적인 어려움과 범죄에 대한 불안감, 건강관리, 노후 대책 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 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법 제정이 안 돼 있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은 아직 공백으로 남아 있다. 입으로만 “성평등 복지 실현”, “여성을 위한 정책 마련”이라며 이야기하지 말고 지금 당장 여성들이 원하는 실효성있는 정책마련이 필요한 때다.

이에 서울시는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자체 중 최초일 뿐 아니라 아직 정부에서 조차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유일한 정책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갈 곳 없는 여성 1인 가구 위해 지원

서울에서 홀로 자취 중인 이모(28)씨는 갈수록 오르는 전세금에 걱정이 태산이다. 저소득 여성을 위한 임대주택도 찾아봤지만 나이나 소득 제한으로 인해 해당되지 않았다. 적금은커녕 생활하기 빠듯한 월급에 아파도 병원조차 마음껏 가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앞으로 결혼은 물론, 홀로 가난하게 살아갈 생각을 하자 아득함을 느꼈다.

이 같은 여성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정책 가운데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가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종합지원 대책에 주력하고 있다. 고학력 미혼자가 많아지면서 안정적 일자리와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여성들에게 혼자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꼽으라면 주거불안정과 성폭력 등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말한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에 거주 중인 45만 여성 1인 가구가 가장 바라는 정책인 지역 중심의 안전 체계와 건강 및 의료지원체계, 임대주택 및 아파트 우선권 부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 1인 가구 종합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종합지원 대책은 그동안 다인가구 중심으로 이뤄졌던 정책에서 벗어나 날로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여성들이 혼자 살아가는데 느끼는 생활 불편과 불안을 해소하는데 역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여성정책은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마련돼왔으며,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1인 가구 종합지원 대책이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1인 가구 지원 법 제도 마련과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의 1인 가구는 85만 명으로 1990년 9.1%에서 2010년 24.4%로 급격히 증가했다. 네 집 중 한집이 1인 가구에 해당할 정도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 특히 전체 1인 가구 중 여성 1인가구는 절반 이상인 53%(45만명)를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주거, 안전에 취약한 여성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여성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인 357만7397가구 중 12.6%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계획 중인 여성 1인 가구 지원 대책으로는 싱글여성들이 단체로 무인택배시스템 서비스를 신청하면 거점지역에 설치를 지원하고, 다가구 밀집지역의 창문, 배관 등엔 방범창, 방범키, 비상벨 등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또, 타인 시선 때문에 산부인과 진료가 꺼려진다는 점에 착안해 시립보라매병원에 ‘여성전문진료센터’와 같은 전문 진료를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중심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무인택배시스템을 비롯한 안전 대책의 경우 홀로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지원책이다. 이는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집을 계약할 때 사기계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위해 현재 오후 5시까지 운영 중인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를 주1회 야간까지 확대 운영하고 안심 임대주택,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충하는 등 안정적인 주거환경에 대한 부분도 포함돼 있다.

여성 범죄 불안 해소 위한 연계 대응책 마련

강력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범죄와 관련해 여성들의 불안이 늘고 있다. 이에 시에서는 성폭력과 성매매 근절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와 함께 성폭력·성매매 근절 대응책을 논의하고 여성폭력 방지 업무협약을 통해 각 기관의 역할을 분담했다. 이에 서울시는 성폭력·성매매 예방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할 예정이다. ‘여성폭력 제로 아카데미’를 운영해 호신술과 같은 자기방어훈련을 확대·운영하고, 기존의 성폭력·성매매 예방교육에서 벗어나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긴급전화(1366) 24시간 현장상담을 지속 추진하고, 피해 여성 원스톱지원센터 운영을 통한 지원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여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도록 안전취약계층 밀집지역에 방범창과 방범키, 비상벨 등 안전장치 설치를 지원해 여성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과 여성NGO와 협조해 7개 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센터에 사회복지사 출신의 ‘전문상담원’을 1명씩 배치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심리·정서적인 지원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성들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권리는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복지”라며 “서울시와 경찰청, 포털사가 서로 역할을 연계 분담해 여성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여성폭력 방지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질적 성평등 실현에 중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성평등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던 ‘여성위원회’를 ‘성평등위원회’로 변경해 여성 정책에 대한 심의 및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시의 모든 위원회 설치와 운영 시 위촉직 위원 중 여성 비율을 현행 30%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직장 내 여성과 남성 비율의 차는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또 여성정책의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시정 전반에서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기존 ‘여성발전기본조례’의 명칭을 ‘성평등 기본조례’로 바꾸고 주요 내용도 전부 개정했다.

그 동안 여성정책의 근거로 작용해 온 ‘여성발전기본조례’는 빠르게 변화하는 여성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기본조례로서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서울시는 수차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기본조례안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성평등 기본조례’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촉진 및 일과 가족 양립지원 신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범죄의 사전적 예방과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이 담겨있다.

서울시는 이번 조례에 대해 ‘여성 배려’ 중심에서 ‘실질적 성평등 실현’에 중점을 두고 여성정책 기본 조례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시정 전반에 성평등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조현옥 실장은 “제18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여성발전기본조례 전면개정은 처리되지 못해 현재 자동 폐기된 상태로 향후 법 개정시기가 불투명하다”며 “서울시가 한 발 앞서 ‘서울시 성평등 기본조례’를 제정함으로써 타 시도 및 자치구에 여성관련 법률 재개정 모형으로 제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해 여성의 시각과 입장을 듣고 이를 시정에 적극 반영해 성 불평등 없는 도시를 구축하기에 나섰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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