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로 대통령 선거에 있어 유력한 여성후보자가 등장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그러나 박 후보의 등장으로 인해 여성정치지도자에 대한 이견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박 후보가 밀고 있는 슬로건은 바로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다. ‘여성성’을 통해 현 남성중심의 정치를 바꿔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의 차이가 앞으로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막상 대답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여성대통령이 선출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 1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글로벌 시대를 맞아 보다 준비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며 “우리가 처해있는 국내외적인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선 새로운 권력의 탄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의 대처수상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언급하며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이 기다려지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여성 정치지도자와 남성 정치지도자 간에 차이는 있을까. 남성보다 여성 정치지도자가 복지나 성평등 정책에서 보다 실현가능성 있는 정책을 펼칠 수는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는 남성성에 의해 결정돼 왔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 정치인들의 지도력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성이 남성이었기에 발생한 현상이다. 또한, 정치를 하면서 가장 중요시 여겨지는 깨끗한 정치에 있어서도 여성 정치지도자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진복지국가를 만든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선례는 분명히 있다. 지난 3월 미국 컬럼비아대가 발표한 국가행복지수 10위 안에 든 북유럽의 복지국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아일랜드 4개국의 공통점으로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선진복지국가를 만들었다는 점을 꼽았다.

노르웨이의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총리와 핀란드의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 아일랜드의 메리 로빈슨 전 대통령은 탄탄한 복지제도를 구축해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만들었다. 스웨덴은 이미 17세기에 여성군주인 크리스티나 여왕이 집권하면서 세계적인 문명국의 발판을 마련하고 튼튼한 복지국가제도를 구축했다.

이에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북유럽국가를 세계 최고 행복국가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출산과 육아, 노후 보장 등 사회복지 분야에 더 큰 관심을 뒀고 삶의 질 향상을 중시, 여성의 덕목인 진실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가운데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두는 것이 과연 옳을까. 정치는 ‘성’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지도자는 ‘국민을 위해 얼마나 깨끗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하는 점이다.

박 후보는 “(여성 정치지도자는) 권력싸움에서 자유롭고 위기를 극복하는 지도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 중 아버지나 남편 등이 정치 지도자의 위치에 있었던 아시아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경우에는 재임기간 중 본인, 또는 측근의 부정부패에 연루되기도 했다.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 인도 전 총리는 아들의 부패 혐의로 정치적 곤경을 겪은 바 있다. 또한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는 남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와 함께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인 본인은 둘째치더라도 주변에서 벌어진 권력싸움과 부정부패를 피해가기는 역부족이었던 사례가 존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성이냐 남성이냐 유치한 성별싸움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선택은 국민에게 맡기고 각자 더 깨끗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 마련에나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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