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0.17 목 17:37
HOME 라이프/컬쳐 레저/문화
<영화 심플라이프> 위대하고 겸허한 사랑의 이름, 헌신
고승주 기자 | 승인 2012.11.27 15:11

   
 

영화 ‘심플 라이프’는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과 작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어 평단의 절찬을 받은 바 있다. 허안화 감독은 30년이 넘는 경력을 쌓아 온 베테랑 여성 감독으로서 1980년대 홍콩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이다. 영화 ‘심플 라이프’는 그녀 경력 최고의 작품임은 물론 원숙한 대가의 경지로 진입했다는 증명하는 영화다.


4대에 걸쳐 로저(유덕화)네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나이든 가정부 아타오(엽덕한). 그녀는 60년이 넘게 로저의 가문 4세대에 걸쳐 가정부로 일해 온 베테랑 가정부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로저의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이민을 간다.

남은 것은 중국전역으로 출장이 잦은 로저. 꽤나 성공한 영화제작자인 로저를 돌보던 아타오는 어느 날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지고 만다. 자기 몸조차 추스르기 힘들어지자 아타오는 로저에게 요양병원 행을 자처한다.

이들의 관계는 통상적인 '주인-하녀' 관계라기보다는 흡사 어머니와 아들의 그것과 같다. 고령의 아타오가 건강상의 문제로 더 이상 가사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직업상 자신의 곁을 계속 지킬 수 없는 로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외로운 시설행을 떠난다.

영화는 아타오가 새로운 환경에 차츰 적응해 가는 과정, 그녀가 양로시설에서 새로이 알게 된 사람들의 삶, 로저와 그의 가족이 그녀에게 표하는 애정과 헌신, 그리고 그녀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 등이 감상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그려낸다.

이는 아시아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 사이의 대비, 세대 및 계층 간의 차이는 멜로드라마적 갈등을 위한 요소라기보다는 홍콩이라는 사회문화적 복합공간을 구성하는 고유의 내재적 요소로서 섬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곳에서 여러 사연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이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타오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며 그녀를 돌보는 로저는 자신에게 타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점점 타오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로저는 사랑하는 또 하나의 어머니, 타오와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

스토리는 영화 천녀유혼 시리즈, 황비홍(서극, 1991), 여인사십(허안화, 1995)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바 있는 저명한 홍콩 프로듀서 로저 리가 썼다. 이름으로 추측이 가능하지만 영화 ‘심플 라이프’는 그의 실제 경험에 기초했다. 로저 리는 ‘심플 라이프’의 프로듀서로도 참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제 3자화 하여 그려냈다.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흐르거나 감상적으로 기울 수 있을 법한 이야기임에도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여러 인물이 등장해 영화를 서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풍성하게 만들었다. 또한 서극과 홍금보 등 홍콩영화인들이 우정 출연해 볼거리를 더한다.

지아 장커의 촬영감독으로 잘 알려진 유릭 와이의 절제된 카메라워크와 단정한 화면구성은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 훌륭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표현적인 과장 없이도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사실적인 연기로 아타오 지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중견 여배우 엽덕한은 이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수상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승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