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공공기관은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등을 통해 특정 성비가 합격자의 7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가스안전공사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조작해 성적이 우수한 여성 지원자 7명을 탈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안전공사의 인사 담당자들은 2015년과 2016년에 박기동 당시 사장의 지시로 채용 시험에 서 점수를 조작해 합격권 여성 7명을 탈락시켰다.
박기동 전 사장은 지난 19일 해임됐다. 박 전 사장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성별을 포함해 다양한 이유로 점수가 조작된 사람이 31명이나 되고 이 때문에 불합격 대상이었던 13명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청주지점 충주지청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2015년 1월과 2016년 5월에 있었던 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여성 합격자를 줄이기 위해 인사담당자 A씨 등 5명에게 면접 점수와 순위를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박 전 사장의 지시를 받은 인사 담당자들은 면접 위원을 찾아가 기존에 작성한 면접 평가표를 다시 작성하도록 요구했고 이를 인사위원회에 올려 직원을 뽑았다.
이런 수법으로 두 차례 공채 과정에서 모두 31명(남성 20명, 여성 11명)의 면접점수가 조작돼 면접에서 사실상 불합격 점수를 받은 남성 지원자 13명이 합격했다. 대신 합격권인 여성 지원자 7명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특히 면접에 올라온 여성 지원자 11명 전원의 점수를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여성은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부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면접 점수를) 조정해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사장은 면접 점수가 1배수 안에 들어 합격이 확실시되는 여성 지원자는‘X’, 2배수 밖으로 예비 합격권에 들지 못한 남성 지원자는 ‘O’로 표시하고 화살표로 순위 변경을 지시헀다.
이에 따라 면접 점수 순위 2위인 여성지원자는 8위로 순위가 낮아져 불합격됐고 면접순위 5위인 남성 지원자는 3위로 순위가 올라가 합격하기도 했다.
한편 박 전 사장은 2015년 1월 지인의 청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 3명이 합격권에 들도록 면접 점수를 올려 주기도 했다.
조기룡 청주지청장은 “공공성이 담보돼야 할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한 채 성별에 대한 개인적 편견에 사로잡혀 자의적으로 여성만을 탈락시킨 사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채용 비리 이외에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적용해 박 전 사장을 구속 기소하고 채용비리 연루 혐의를 받은 직원 5명이 불구속기소 됐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28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민주당은 “가스안전공사는 여자는 아이를 낳고 휴직하면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 점수 조작까지 해가며 떨어뜨렸다고 한다”고 논평했다.
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합격권에 든 여성 7명이 피눈물을 흘렸다. 가스의 위해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가스안전공사가 시대착오적인 성차별로 여성들에게 위해 가스를 방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며 여성을 추켜세우면서도 여전히 양성평등을 강조해야 하는 성차별적 현실이 씁쓸하다. 고용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고 임신 출산 부담과 경력단절로 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청년고용정책이고 진정한 저출산 대책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또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한 강원랜드를 포함해 감사원이 수사의뢰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이번에는 반드시 뿌리 뽑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남녀를 구분하는 사회, 거꾸로 가는 사회다”라며 질책했다.
28일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여성소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이 같은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며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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