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요사이 먹는게 겁이 난다. 신문과 방송에 의해 먹거리들의 이름이 연일 그치지 않고 오르내린다. 살충제 계란, 세균 햄버거, 카드륨 낙지, 항생제 생선회, 농약 마늘종 등이 거론되면서 우리나라 식료품점이나 음식점들이 온통 불량 먹거리 거래소로 보이는 전국적 트라우마(충격)에 빠진 듯하다. 

식품 안전에 관한 문제는 인류의 역사와 늘상 함께 해왔으며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걱정스러운 도전이다. 

왜냐하면 식품이 더 이상 단순한 영양소 공급원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삶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문화가 되었고, 경제의 세계화로 먹거리의 수요와 공급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 지구상에 걸쳐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유럽대륙과 한국 및 홍콩 등 세계 40여 개국에 걸쳐 문제가 된 ‘살충제 계란’ 파동이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올해도 7월 네덜란드를 비롯한 벨기에, 독일, 불란서 등 유럽국가에서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 내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이 함유되었음이 적발되자 유럽은 물론 홍콩이나 한국까지 유럽산 계란 함유 식품의 유통판매가 중지되고 세계 각국에서 계란의 안전성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었다. 

8월 10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처장이 국내산은 안전하다는 잘못된 발표가 있고 나서 며칠 후 국내산도 유럽에서 문제시된 피프로닐 이외에 다섯 가지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검출되었음이 밝혀지자 국내 소비자들은 가히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수퍼마켓의 식료품 진열대에서 계란이 사라짐은 물론 계란을 원료로 하는 빵과 과자 등 모든 제품과 음식의 판매가 중단되는 에그포버아(eggphobia, 계란공포증)에 빠지게 된 것이다. 

살충제 계란의 공포와 혼란은 생산자인 양계업자들을 더 큰 혼란에 빠뜨렸다. 계란의 출하금지와 소비급락으로 인한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정부의 담당 부서인 식약처 처장의 엉터리 상황 파악, 실무자들의 분석착오 및 보도의 오류 등이 마치 몇 년전 세월호 참사 때의 해양수산부를 방불케 했다. 

더욱이 살충제에 오염된 계란을 생산한 양계장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로부터 친환경축산 인증을 받은 농장으로서 유해한 살충제 사용이 금지되어 있기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좌절은 더 크고 여기저기서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 정부가 하는 일은 도대체 믿을게 못돼. 차라리 수입 할 때마다 검사대를 거쳐야 하는 수입 농산물을 먹는 게 더 안전한 것 같네”와 같은 불만을 털어 놓는다. 

갈수록 어려워져만 가는 식탁의 안전을 잘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는 1998년에 식품의약품안전본부를 처로 승격시켰고 1999년에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제를 시작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가축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지 못하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법과 제도가 훌륭해도 이를 집행하는 담당자들의 직업의식이나 직업윤리가 결여되어 있고 농축산물의 생산과 수입 및 유통으로 이윤을 챙기는 공급자들의 불법이 있는 한 우리의 식탁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2013년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국민안전을 위해 반드시 척결해야할 4대악 가운데 하나로 불량식품 근절을 내걸었다. 

이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그간 제도적 개선과 물적 인적 투자를 지속해 왔으나 새 정부 들어 나타난 결과는 참담할 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간의 영역다툼에 식품안전관리가 통합되지 못하고 이원화된 채 운영되어 왔으며 문제가 발생하자 두 부서는 서로 책임 전가에 바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제도적인 문제보다는 담당자들의 투철하지 못한 직업의식을 고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양분된 제도를 가지고 있는 여러 나라들에게  있어서는 별다른 큰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2년 전에 있었던 ‘가짜 백수오’ 사태나 이번 ‘살충제 계란’ 및 ‘유해 여성 생리대’ 등에서 보여준 식약처의 어설픈 관리 및 대처능력은 이들의 전문가로서의 직업의식이 투철하지 못했음을 잘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부서의 책임자들이 지나치게 정치지향적인 인물들이었다. 국민을 속이고 혼란을 가중시킨 류영진 처장은 대통령의 선거참모 역할 덕분에 이 자리를 차지하였고, 자신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음에도 현 처장만을 질타하고 나선 김승희 국회의원이 바로 이전 처장인 것이다. 

이들에게서 책임자로서의 주인의식이나 소명감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담당자들의 결핍된 직업의식은 더욱 심각한 것 같다. 퇴직 공무원 출신인 식품안전 전문가 한 분이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계란내 살충제 성분의 잔류를 조사하여 소비자 단체에 알렸고 올해 4월에 ‘유통계란의 농약 검출 실태 및 대책방안’이라는 보고서와 함께 식약처와 농축산식품부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를 발표하였다.

이 공무원들의 직업의식이 약간만 있었어도 살충제 계란 사태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식품안전 체계와 관리자의 직업의식 못지않게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먹거리 공급자의 탐욕이다. 

소비자의 위험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탈법행위를 자행하는 개인이나 기업체가 있는 한 우리 앞에 놓인 식탁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을 섞어 양계장에 팔아넘긴 수의약품회사와 수의사들, 닭의 몸에 직접 뿌리면 유해 성분이 계란과 닭고기에 잔류함을 알면서도 불법으로 약제를 닭에게 살포하는 양계장, 불량식품으로 악명 높은 중국 식료품을 검사 한번 하지 않고 가격만 보고 수입하는 수입상, 중국 보따리상으로부터 싼값에 구매한 식료품들을 식재료로 써서 요리하는 음식점들 등 모두가 소비자들의 안전보다는 자신의 배를 채우기에 바쁜 탐욕의 주체들이다. 

이들의 비행을 막는 데는 담당공무원들 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내부 및 피해 고발자에 대한 보상을 높이고 법을 어긴 개인이나 기업을 형사고발하여 중범자로 다루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불안한 식탁은 우리 먹거리 안전을 책임진 주체들의 결여된 직업의식과 소비자들의 안전보다는 자신들의 이윤 추구가 우선인 탐욕의 소산이다. 

따라서 식품안전체계를 개선하고 전문성과 직업의식이 투철한 관리자들을 선발하여 직업의식을 고취하며 공급자들의 탐욕을 절제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만이 우리의 식탁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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