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지난 10여년 전 국내 시장에 저속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당시 틈새 차종으로 무공해이면서 등하교, 시장용 등 간단한 업무처리용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신차종으로 기대가 컸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대표적인 기업이었던 CT&C와 AD모터스는 모두 기업정리되어 아예 존재 자체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 기업이 잘 되었으면 중소기업 기반의 세계적 성공 모델로 등장하는 쾌거를 이룰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른바 우리가 늘 강조하고 있는 강소기입인 ‘히든 챔피언’이 탄생하는 것이다.

실패의 원인으로는 경영상 문제도 있었지만 시속 60km 미만의 도로에서만 운행하고 충돌 테스트 등 각종 조건이 커지면서 타이밍에 맞추어 출시되지 못한 원인도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중국과 같은 네거티브 정책이 아닌 포지티브 정책으로 인해 각종 규제가 더해지면서 중소기업으로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제품은 출시되는데 적시에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늦어지면서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륜차도 아니고 일반 자동차도 아닌 중간 모델인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초소형 전기차로 1~2인승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을 일컷는다. 틈새 차종으로 세컨드카이면서 일반 자동차로 운행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차세대 이동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2010년부터는 유럽에서는 르노의 트위지 모델을 중심으로 약 4만대 이상이 판매되어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로마 등 도심지 좁은 골목을 넘나들면서 애용되고 있는 기종이기도 하다. 

우리는 분명히 이러한 기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얼마든지 세계적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배터리나 IT는 물론 모터 등 각종 부품의 경쟁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중소기업 먹거리로 고용창출 등 다양한 이점도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고속 전기차의 경우 최근에서야 정부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충전 인프라와 전기차 보급에 전력을 다하는 시점인 만큼 모두가 역량을 모으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고속 전기차는 자동차 메이커의 먹거리라고 할 수 있으나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작은 규모와 단순성으로 중소기업의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 전에 이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이 가능성을 보고 이미 시장에 판매될 정도로 안정된 유럽의 기준과 제도를 기반으로 국내에서도 정부 기준에 대한 준비를 언급하였던 기종이다.

얼마든지 이미 안정화된 유럽 기준을 벤치마킹하여 한국형 모델로 정립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3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아직 준비가 제대로 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담당부서인 국토교통부에서도 3년 전 국회 간담회에서 국토부 관계자와 국회의원이 모인 자리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였건만 그 긴 3년 동안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미 4개 중소기업에서 타이밍에 맞추어 차종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을 준비가 끝난 것만 정부는 늦장으로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구태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대창모터스나 새안모터스, 세미시스코 등 출시 준비가 끝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 냉가슴 않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만들지도 않은 규제로 인하여 안전이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이미 환경부는 작년부터 용역을 통해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적절한 보조금 책정을 위하여 준비하였고 올 초 중앙정부에서 578만원, 지자체에서 매칭 펀드로 보조금을 보탤 수 있는 준비를 마치면서 각 지자체에는 약 400~500만원의 보조금을 더하면서 10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막상 국토교통부의 준비 미비로 완성된 제품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미래의 먹거리 확보를 수년간 막고 있는 것이다. 항상 규제 개혁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정부가 나서서 막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대표 모델인 르노삼성의 트위지는 이미 자동 인증되면서 국내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유럽의 L7 인증을 받은 만큼 한유럽 FTA를 통하여 국내에서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국내 규정이 미비되면서 계속 출시가 미뤄지고 있는 상태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유럽과 같이 미리부터 제도적 준비를 하여 차종을 7가지로 나누어 다양한 모델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2200만대 정도의 자동차가 등록되고 있으면서도 수십 년간 일반 자동차와 이륜차라는 두 부류로만 구분되어 어거지로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포함시키면서 적절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항상 필자가 언급하는 문제점은 바로 이러한 보이지 않는 규제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갑질’이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제품 출시의 발목을 잡으면서 분통터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업체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평이 정부에 찍힐 수도 있다는 우려로 언급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제대로 된 액션 플랜을 다시 한번 주문한다. 다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규제 기관인 국토교통부의 경우 다른 기관에 앞서서 더욱 솔선수범하고 시장의 활로를 터주는 전위부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속히 활로를 열어주어 그나마 열악한 중소기업의 먹거리를 확보해주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