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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 “금융권의 단단한 유리천장 뚫어야 해”
김희정 기자 | 승인 2017.09.18 15:10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한국 최초의 외환딜러, 여성 은행 사외이사,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김상경 여성금융인 네트워크 회장. 그가 근무하던 시절, 국내은행에서는 여성들이 결혼 후에 직장생활을 할 수 없도록 ‘결혼각서제’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외환딜러라는 직업 장벽은 여성에게 높은 편이다. 그는 상사의 권유로 외환딜러의 길에 들어섰다. 외환딜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지난 1979년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은행에서 환 딜러를 시작한 그는 이후 15년 이상 외국계 은행에서 남성들과 똑같이 경쟁하며 일했다. 

일을 그만둔 뒤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자신이 일했던 분야와 당시 여자가 결혼 후에 직장생활이 얼마나 어려웠는가를 담은 책을 열심히 썼다. 힘들게 직장생활을 해 나가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어 집필했던 책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자신도 많이 놀랐다고.

그는 외국계 금융권의 실무를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1995년에 한국국제금융연수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국제금융연수원은 영국은행협회와 파트너십 형태로 협약을 맺으면서 국제공인신용장전문가(CDCS), 국제공인보증서전문가(CSDG), 국제공인무역 전문가(CITF) 등 120개국에서 통용되는 국제자격증을 국내에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 회장은 2003년에 금융권 내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해 힘써보자는 취지로 여성금융인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여성들도 높은 직급에 도전하며 단단한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여성 후배들뿐만 아니라 남성 후배들에게도 강의나 조언 등을 이어나가고 있답니다.”

김 회장은 “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한국에서도 개인과 조직 모두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녀야 해요. 아이디어가 경직되고 다양성이 부재한 사회에서는 유연한 사고가 불가능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여성 금융인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얼마전 ‘여성이 경제를 살린다’라는 주제로 여성금융네트워크가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여성금융인네트워크가 주로 하는 활동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저 역시 결혼각서제에 동의해야만 했던 시기에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여성의 유리천장을 누구보다도 실감하였다. 금융권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방법으로는 여성단체를 만들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금융권의 최고경영자들을 초청하여 이들의 생각을 변화시켜 여성의 지위향상을 확보하는 길이 아주 유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03년 30여명의 여성금융관리자들이 모여 ‘여성금융인네트워크’ 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 후 14년간 분기별로 지속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여성운동을 전개해 왔다. 왜냐하면 금융권의 여성 진입은 많았지만 40대에 가서는 거의 그만두고, 그리고 여성임원은 전무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4년간 금융권의 여성임원 30%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여성임원 늘리기를 주장해왔다.  당시에는 지점장도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본부장급 이상 및 여성행장이 탄생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3년전 부터는 언론사와 공동으로 여성금융인 국제행사를 통해 한국의 여성금융인 현황의 내용을 대내외 적으로 대대적인 보도를 하여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2017년에는 여성금융인 국제컨퍼런스에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에게 기조연설을 부탁한 것도 이분의 영향력을 통해 금융기관장들, 법을 만드는 사람들, 금융기관의 협회장들을 보게 해서 금융권이 변화해야 된다는 것을 분명히 들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도 금융권의 여성관련 이슈를 다루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 기쁘다.”
  
-회장님 역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지금의 경력을 유지해오셨을 것으로 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는가. 

“하루는 제 부하가 “이런 말씀 드리기 정말 힘들지만…. 다른 부서의 장이 제게 그러더군요. 당신같이 똑똑한 사람이 왜 여자 보스 밑에서 일을 하냐고요. 여성 보스하고는 함께 일 못하겠다고 반기를 들라고….” 

또 하루는 대표가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다. 이번에 은행 조직표를 새로 만들었는데 당신 방에 있는 기업 마케팅을 담당하던 딜러 두 명을 다른 부서의 마케팅 담당으로 보내고, 인터뱅크 딜러 두 명만 당신 밑에 둬서 딜링룸에 남아 있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대표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대표님 누가 이 은행에서 외환 거래에 대해 제일 많이 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은행에서 어느 누구도 저만큼 그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없었던 일로 처리된 적도 있다.”
 
-금융회사 내에서는 여성 차별이 주로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 아니면 다른 부분 보다 비교적 평등하게 경력단절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유연하게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는가.

“여성은 주로 리테일 분야 즉, 거의 개인금융을 담당하는 지점으로 배치가 된다.  그래서 최고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지점장이다. 금융권의 여성들은 거의 50% 정도가 진입시점에서는 들어오지만 보육문제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40대로 가면 17% 대로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소위 말하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되는데 다시 금융권으로 그전에 일했던 자리로 컴백하기는 쉽지가 않다.”  

-세계 금융계의 큰손이라고 불리는 라가르드 IMF 총재 역시 자신의 젊은 시절 로펌 파트너였을 때 커피를 타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를 김 회장님은 어떻게 극복하셨나.

“딜러라는 직종은 여성이 힘든 직업이었지만 지구력과 승부근성을 가진 여성에게 엄청난 기회였다. 오직 실적을 숫자로 내 실력을 보여주면 다른 부서에 비하면 공정하게 평가 받을 수 있었다. 성과를 꾸준히 잘 낸다면 여자라도 문제가 없었다.”
  
-회장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멘토는 누구인가.

“멘토란 자신이 깊은 지식이 없는 영역에서 나를 코치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말하고, 후원자는 결정 테이블에서 나를 대신해서 나를 옹호해 줄 수 있는 시니어 레벨을 말한다. 나의 멘토는 다른 은행의 나보다 나이가 훨씬 위였던 남자 딜러였다. 그러나 나는 사내에도 적어도 한명을 나보다 지위가 위인 후원자를 확보하여 내가 정상의 자리에 갈 수 있도록 했다.”  

-금융계에서 여성 고위직 현황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여성의 승진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금융권에 취업을 하면 옛날부터 좋은 직장에 다닌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업무 강도가 굉장히 강해서 여성들이 집과 직장을 같이 영위하기가 매우 어려워 경력단절 여성이 많이 생긴다.

주요 시중 은행의 남녀 임직원 성비 및 승진 현황 자료를 분석해보면 본부장급 이상의 고위직에 여성이 단 1명도 없는 곳이 40%나 달하고 있다. 승진 현황에도 남성이 여성을 2배 이상 승진하고, 따라서 남녀 직원간의 임금격차도 전 업종 중에 가장 많이 나고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보육문제와 비전이 없는 업무에 대부분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인재 양성을 위해 여성금융네트워크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
    
“작년에는 여성들이 부족한 분야인 재무제표 읽기를 교육하였고, 올해는 특별하게 ‘즉흥연기를 활용한 자기계발’ 교육을 실시한다. 총 16시간 강의로 조직, 팀 그리고 개인을 위한 훌륭한 리더십 역량개발 툴(Tool)인데 이미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다. 주요내용은 자기계발의 응용, 순발력 연습과 자신감 키우기, 창의력과 컴퍼트 존(Comfort Zone) 늘리기, 소통을 도와주는 게임들 등으로 실제로 자신이 연기하며 리더십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여성 금융인들이 리테일 금융에 치중해 있는 현상을 돌파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여성들이 본부 부서에도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유리벽을 모두 허물어야 한다. 여성을 골고루 배치해야 금융권의 수익성도 늘어난다.  금융권의 최고경영자들은 여성들에게도 다른 여러 분야에도 문호를 골고루 개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금융권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걱정이 되는 것은 멕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핀테크 업체가 은행의 소비자 금융수익의 60%를 가져갈 것이다. 금융권에서 여성들이 제일 많이 배치해 있는 분야가 리테일 분야이다. 그래서 금융권에 있는 여성들은 리테일 업무에만 배치하지 말고 골고루 여성들에게 영역을 넓혀주어야 한다. 금융권은 여성들이 잘 할 분야가 너무나 많다.”
 
-회장님의 경력과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소신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힘들어서 수없이 직장을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어려움도 처할 경우가 수도 없이 다가온다. 그러나 그런 때마다 내 자신의 가치를 생각해보았다. 성공이란 태도에 달려있다. 성공은 내 자신의 내적인 데에 있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일 것이다.  

성공을 위한 분명한 조항은 내가 왜 일하는가? 나는 늘 내가 위기에 처하면 누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내가 힘들다고 할 때에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던 분이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의 비전과 후배 여성 금융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남성중심의 조직문화가 뿌리 깊게 온 금융계에서 여성이 리더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곳곳에 깨지지 않은 유리천장에 가로막히고, 여성들이 잘못하면 “여성이라 어쩔 수 없다”라고 평한다.  

일반적으로 여성리더들은 어떻게 하면 조직 내 네트워크에서 협력관계를 잘 구축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다. 예견하기 힘든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관계구축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편이다. 그러나 제대로 리더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와 미래를 향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인맥관리는 전생애에 걸쳐서 이루어져야 하고 기부 & 테이크 방식이어야 한다.  

평생 체계적인 인맥구축이야말로 여성 리더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그래서 현재 내가 만나고 있는 지인들 뿐 아니라 잠재적인 이해관계자들과 상호 교류하는 것은 단순한 시간낭비가 아니라 리더가 해야 할 핵심역할이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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