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9.19 화 18:09
HOME 여성 파워인터뷰
[인터뷰]정춘숙 의원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자립지원 필요해”지속가능한 세상을 원한다면 젠더에 눈뜨라
김희정 기자 | 승인 2017.08.23 17:59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가정폭력과 성폭력, 아동폭력 등 여성주의 시각에서 인권 이론을 고민하고 실천 방식을 모색해온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23년간 여성의 전화 일을 해온 현장 여성운동가 출신 비례대표의원이다.

“여성의 전화에서 일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반인권적 시각이 얼마나 큰 사회적 편견인지 알게 해준 것이 바로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당시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법 통과 당시 가장 뿌듯했고 제도를 바꾸는 것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정치입문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이후 현장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만들어보려 노력했지만,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처음 생각과 달리 많은 것이 변질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여성의 전화’의 대표 임기를 채울 무렵 자연스럽게 제도권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는 소임을 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 전화 대표를 역임하고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운동 과정에서 실무를 총괄한 정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23년간 가정폭력 근절 운동을 해왔다.

-최근 가정폭력에 대한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가정폭력 방지법 제정에도 관여하셨는데 현재 대한민국 가정폭력의 실태가 어떠한가.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을 근절하려면 가장 먼저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3년마다 실시하는 전국 가정폭력실태조사를 보면 부부폭력 발생률이 2007년 40.3%, 2010년 53.8%, 2013년 45.5%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에게 자립은 폭력피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특히 폭력피해에서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집과 재산을 모두 두고 탈출해 쉼터로 피신한 여성들에게 자립은 생존과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업주부로만 살아오거나 경력이 단절된 피해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해 8월 제가 대표발의 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에 쉼터에서 퇴소하는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자립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는 시설이나 기관의 도움이 어느 수준이며 더욱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가.

“가정폭력은 여성에 대한 차별의 극단적인 표현이며, 여성과 아이들의 생명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신변 보호와 지원은 국가의 책무이며 여성과 자녀들은 범죄 피해자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행법만으로는 피해자의 권리보장과 안전한 삶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집과 재산을 모두 두고 긴급히 쉼터로 피신한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지원하고 쉼터 이후의 주체적인 삶을 위해 자립지원금을 지원하고, 가정폭력을 이유로 이혼을 신청한 피해자에게는 부부 상담이나 자녀에 대한 가해자(친권자)의 면접교섭권을 일정 정도 배제하여 가해자와의 대면을 최소화해 이별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등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원님은 일․가정 양립제도가 정착되려면 무엇보다도 민간기업의 사내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제도 정착을 위해 ‘출산 휴가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고 개선하는 내용의 남녀고동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일부개정법률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일·가정 양립제도 중 ‘출산 전후 휴가제도’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낮은 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성별에 관계없이 자녀양육에 참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출산휴가제도’ 같은 경우에는 활용률이 20% 미만으로 낮게 나오고 있다.

일·가정의 균형 실현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근로자 부담 완화를 지원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기간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

출산휴가 기간을 현실에 맞게 확대하고, 개선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낸 바 있다. 이 법이 통과되어 일과 가정이 모두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인의 일․가정 양립에 대한 소신과 어려움 등은 없는지에 대해 한 말씀.

“국회의원의 업무라는 것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개인적 시간을 낼 수 있는 짬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사실 국회의원이 되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해봤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남편도 아들도 스스로 알아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서로 도우며 잘 살고 있다.

다만, 일반 가족들처럼 여유롭게 가족여행을 한다든지 하는 시간을 최대한 내보려 하는데 국회의원 생황이 참 쉽지 않다. 그래도 일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 나와 가족들 모두가 행복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발의한 것으로 안다. 아동학대 범죄의 실태는 어떠하며 친권을 빙자해 자행되는 아동학대 범죄를 없애려면 어떤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가.

“최근 들어 아동학대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10년 전인 2007년 9000여건이던 것이 최근 들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아동학대는 그 가해자가 대체로 친권자인 부모(80%)에게서 나타나며, 부모 중 94.6%는 친부모의 학대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아동학대를 처음 목격하게 되는 당사자가 의료인인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18세 이하 인구 1000명 당 미국이 23명, 네덜란드가 30명 신고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1.32명만 신고하는 낮은 의료인의 신고율을 보이고 있다. 의료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아동학대 징후에 대한 선별도구를 사용하는 것 등을 통해 신고율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이와 관련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예산안 마련 등을 준비를 국회에서도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원한다면 젠더에 눈뜨라는 주제로 얼마전 심평원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성평등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가져올 긍정적 시너지 효과는 어느 정도이며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을 꾀할 수 있다고 보는가.

“여성들의 사회참여와 역할이 확대될수록 사회는 좀 더 정의로워진다고 보고 있다. 혈연, 지연, 학연에 따라 줄서기와 고질적 접대문화를 바로잡아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직장문화를 만드는데 여성들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여성과 성장잠재력’을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렸었다. IMF와 OECD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사회 활동을 참여했을 때 GDP가 늘어나고 전체 인구가 10% 증가하는 등 경제성장과 저출산 문제를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발표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여성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부채비율이 15.4% 낮고 IMF 당시에도 여성기업의 부도율은 일반기업보다 7%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그만큼 경제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 남녀임금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정책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2017년 2월 발표한 '여성경제활동 지수 2017' 보고서(PwC)에서 한국의 남녀임금격차는 36.7%로 OECD 회원 국가 중 최고치를 보이며 통계청의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서도 여성 1인 가구의 57%는 월급이 100만원도 안되고 저소득 비율은 남성의 2배에 이르고 여성근로자의 임금은 남성의 2/3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여성은 남성임금의 약 63.3% 수준의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1년을 일해도 5개월 23일을 더 일해야 남성의 임금과 같아진다고 볼 수 있으며 1일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하루 8시간 근무 시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상황이다.

저는 ‘고용정책기본법’을 개정안을 발의해 적극적 개선조치제도 대상인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성별·고용형태별 고용현황과 평균임금을 공시하도록 했다.

성차별에 대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일부개정안도 발의해 성차별 고용개선조치 우수기업에게 공공조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수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수급현황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2017년 5월말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2174만5719명 중 22.8%에 달하는 496만4111명의 국민이 실직․휴직 등을 사유로 납부예외(393만5133명)와 장기체납(102만8978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통계청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고령층(55세~79세) 중 지난 1년간 연금 수령자 비율은 45.3%”인 상황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저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령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가입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정적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의 최소가입기간을 줄여 노령연금의 수급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성불평등 문제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와 맞물려 있다. 성평등 사회를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여성계는 주장해 왔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국회의 비례대표 여성할당만으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보장하기 어렵다. 여성이 풀뿌리정치부터 정당정치까지 훈련하고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해 주어야 이후에 지방의원도 되고, 국회의원도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만 해도 원외지역위원장이 236명 중 여성은 11명 뿐이다. 지역에서부터 여성의 대표성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이것이 지역구의원 중 여성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하다. 신설지역구에는 여성을 공천한다든지 하는 새로운 정치의 룰이 작동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정치영역에서도 여성의 참여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시행 100일이 되면서 후속 대책 마련과 국민정신건강증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법을 개정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국립정신건강센터 시설이 매우 열악한 것은 물론 보건복지부에 국민정신보건을 책임지는 사람이 11명, 자살예방담당자가 고작 2명이라는 사실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매년 OECD 자살률 1위라는 통계가 발표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아직 예방적 측면에서의 정신건강에 대해 그리 관심이 높지 않다. 정신건강법 개정 100일을 맞아 3회 연속 토론회를 마련했고 그중 1회를 개최했다.

정신건강법개정으로 인권보장, 복지서비스 제공강화, 전 국민 정신건강증진서비스 제공 등의 근거가 마련됐으니 이를 어떻게 잘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과 의견을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국회는 물론이고 당사자, 의료계, 정부, 학계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토론회, 정책제안, 구체적인 법안까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의원님은 복지부 차원에서 국립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필요성은.

“오늘날 화재, 건물 붕괴 등 대형 재난이나 사고의 발생 후 그로 인한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심리회복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재 각 시·도별로 심리회복 지원을 위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에 대한 체계적인 심리지원을 위해서는 컨트롤타워로서 모든 피해자에 대한 심리지원을 총괄해 심리지원 매뉴얼을 개발하고 트라우마 조사·연구 등을 수행할 중심 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지난달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2018년까지 대국민 재난트라우마 극복 지원을 위한 총괄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어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트라우마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희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