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얼마전 제2작전사령관인 육군대장이 자신의 공관에 근무하는 공관병을 노예 취급했다는 갑질 논란에 온 나라가 들끓었다.

 

북한이 미국 영토인 괌을 포위사격하겠다는 미사일 협박에 화가 난 미국 대통령의 군사대응이라는 전쟁 위협보다도 공관병 갑질 사건에 국민들이 더 흥분한 듯했다. 명령에 죽고 사는 것이 군인이요 군대 밥숫갈을 누가 먼저 잡았느냐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는 것이 군인사회라는 것을 다 아는 우리 국민들인데 최고 계급자가 사병에게 좀 심하게 대한 것에 대해 왜 이리 흥분하는 것일까? 

 

갑질을 한 박찬주 대장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데다 가장 유능한 재목으로 꼽혀 독일 유학을 다녀 온 최고의 지성인이다. 이에 더해 기독교 교회에서 장로로 추대되는 높은 영성을 지닌 종교계 지도자이다. 

 

공관병들에게 하인 대하듯이 전자 팔찌를 채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언을 가해 인격적인 모욕과 가혹 행위를 한 박찬주 대장 부인 또한 교회에서는 교양있고 믿음 좋은 교회 권사 직분자라고 한다. 믿음 없는 병사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장로와 권사로서 교회에서 간증하는 사진도 보도되었다.

 

이들의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 특히 엘리트 장교들이 도매금으로 인성부재의 오명을 쓰게 되었고, 군대내의 공관병제 철폐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공관병들을 친자식처럼 대했다는 대장부인 전성숙 여사의 변명에 사랑의 종교라는 기독교의 지도자들을 위선자로 비웃는 비기독교인들의 지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 법조, 경제,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연이어 터지고 있는 지도자급 인사들의 갑질 형태를 보며 분노하고 부끄러워 해왔다.

 

그간 조직문화 특성상 수면 아래 감추었던 엘리트 군 지도자와 그의 부인의 갑질 형태가 드러나면서 군의 사기는 물론 엘리트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더욱 팽배해지게 되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지성과 영성을 모두 갖추어 어디서나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훌륭한 인성도 갖추었으리라 믿었던 인물이었기에 그 파장이 더욱 크고 넓게 번지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성, 인성, 영성은 한 개인이 자신의 행복이나 사회의 평화를 위해 갖추어야할 전인적 요소이다. 그런데 이중에서 인성은 없고 지성이나 영성이 탁월한 사람이 권력이나 지위를 획득할 때 나타나는 인성결핍증이 갑질이다. 

 

1996년 미국에서는 18년 동안에 16회에 걸쳐 우편폭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상한 연쇄 살인범이 잡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범인은 미국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수학교수를 역임한 카진스키 박사였다. 

 

산업문명에 대한 저항이라는 명목으로 희대의 연쇄살인을 저질은 카진스키 교수야말로 인성이 결핍된 지성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11년 전 논문조작 사건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떠들썩하게 해서 우리 과학계가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황우석 사건’이 있게 한 당시 청와대 보좌관 박기영 교수가 이번에는 과학계 요직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낯 두꺼운 등장을 한 것 또한 인성이 결핍된 지성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뿌리 깊은 갑질 행위는 극도로 높아진 교육열이 지식전달에 치중해왔고 인성교육에는 소홀한 우리 사회와 교육의 민낯이다. 그런데 인성이 결핍된 지성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성부재의 영성이다. 종교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종교 지도자들의 온갖 비리와 갑질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랑의 십자가를 들고 세상의 빛과 소금을 외치는 기독교 목사와 장로들의 비리와 갑질은 아직 수면 아래에 있다. 

 

이번 박 사령관과 부인 또한 보통사람의 영성으로는 언감생심 넘보기 어려운 장로와 권사 직분자임에도 자신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관병에 대한 횡포를 회개하기는커녕 이를 사랑이었다고 둘러대는 데서 인성이 결여된 영성의 민낯을 잘 보여주고 있다. 

 

관행이 되다시피 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및 갑질 행위를 바로 잡는데 앞장 서야할 종교계가 오히려 부조리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발표된 바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전문직군이 저지른 성폭력 범죄 1258명 가운데 종교인이 가장 많은 450명으로 35%이상이고 다음이 의사와 예술인이라고 하였다. 

 

일부 목회자들은 성서를 인용해서 여신도를 유인하고 성폭력을 하면서도 자기 행위를 정당화시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이 대부분 화간의 형태로 법망을 벗어나고 있어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교 단체에 정부의 감독이 없는 것은 종교의 자유라는 법적보장도 있지만 종교지도자들의 영성과 인성이 훌륭해서 스스로 불의를 행하지 않으리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소득이 적건 많건 세금도 내지 않는다.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예정된 종교인 과세를 기독교 장로직분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를 유보하자는 법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종교인의 비리와 갑질이 수면위로 등장할 때에는 종교인의 비과세가 더욱 큰 사회적 파장이 될 텐데 걱정이다.

 

세계적 미래학자 나이스비트(Naisbitt)는 새로운 세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영성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 인성이 결여된 지성과 영성의 위험성을 알고 인성교육과 개발에 더욱 힘써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