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밧줄 타기
        구이람

소풍날 줄서기 운동이 한창이다
어디에 서야 할지 우왕좌왕 하는 사이
줄이 다 끝나고 말았다

고향 가는 길 시외버스 기다리며 맨 앞줄에 섰다
갑자기 고등학생 한 떼가 우르르 달려와
총알처럼 버스 좌석을 메워 버린다

세상살이 줄을 잘 서야 한다지만
느림늘보는 늘 줄서기에 어둡다 재빠르게
튼튼한 줄을 잡아야 출세 길 열린다는데
목에 힘주고 뻐겨보지만
썩지 않는 동아줄이 어디 있으랴

천년 세월 가도 삭지 않는
너와 나의 참 마음 밧줄 하나
보이지 않는 먼 인생길 끌고 간다

-시평-

세상살이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래도 남들의 삶은 순탄•만만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 속을 다 들여다 볼 수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으나, 나만 어렵다고 불평한다면 자신의 삶은 더 팍팍하고 힘들게 여겨질 것이다. 

나이를 더하며 살아갈수록 운명이든, 어떤 좋은 인연을 만났던 간에 삶 속에서 거저로 얻어지는 것은 흔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그리 만만치가 않은 것이라고 귀 아프게 들어오며 정신 차려도 실패와 성공과 시행착오는 반복된다. 그 희로애락의 밧줄을 스스로의 힘으로 꽉 잡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닐런지.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차례차례 줄서기를 배운다. 인내하며 차례로 순서를 기다리는 줄서기는 질서를 지키는 기본 예의이기도 하다. 그 질서를 깨뜨리며 무엇이든 먼저 차지하려는 욕심쟁이들의 줄은 동화에도 나오듯이, 썩은 동아줄이 되어 곧 낙하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위의 시 ‘밧줄타기’는 “천년 세월 가도 삭지 않는/ 너와 나의 참 마음 밧줄 하나/보이지 않는 먼 인생길 끌고 간다” 고 노래한다.

“참 마음 밧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언제라도 변치 않는 너와 나의 약속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놓지 않는 삶의 착한 의지의 밧줄을 뜻한다. 무엇보다도 “참 마음 밧줄하나” 가슴에 굳게 심어둔다면, 울퉁불퉁 알 수 없는 먼 인생길을 멋지게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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