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페미니스트 정부를 자처하면서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임기 내 남녀동수 내각 실현을 약속했다.

외교부 장관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최초로 여성을 임명했다. 이제 국민의 절반인 여성의 대표성이 확실히 제고되리라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내친 김에 정부 내 크고 작은 각종 위원회도 남녀동수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현재 정부 위원회의 여성 참여율은 평균 37.8%로 2017년도 목표 40%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위촉직의 경우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직후 발족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서의 상징성이 큰데도 여성위원 위촉비율은 17.6%에 불과했다. 반면 남성위원은 80%를 넘는다. 청와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변명과 함께 양성평등기본법 위반을 인정했다. 

위원회 여성참여 확대는 지난 1989년 정부시책으로 도입된 이래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에 한 몫을 단단히 해왔다. 정부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는 것은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인 동시에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 2%에 머물렀던 여성위원 비율이 이 시책의 도입 10년 만에 10%에 이르고 2000년을 기점으로 20%를 넘어섰다. 2015년 말 현재 정부 위원회는 438개이고 총 위원 7543명 중 여성은 2575명(34.1%)으로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정책의 시행을 뒷받침한 것은 여성인명록 발간이었다. 지금은 여성인재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고 정부 각 기관에서 위원 위촉 시 인선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관별 위원회 실명제와 함께 여성 참여의 질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원회 중에서 가장 큰 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로 위원 위촉 규모가 국내·외 지도급 인사 2만 여명에 달한다. 조만간 제18기가 새로 발족할 예정인데 규모와 상징성을 고려하여 평통 자문위원 부터 남녀동수를 이뤄주면 좋겠다.

그리고 관련법에서 규정한 대로 평통 부의장단에 여성을 25% 이상으로 한다는 규정을 반드시 지키고 500명으로 구성되는 상임위원회와 50명으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에도 남녀 성비를 준수하도록 한다. 평통 산하 시·도 및 시·군·구 단위 지역회의나 협의회의 위원장도 남녀 동수 성비를 권장할 일이다. 평통 홈페이지(www.nuac.go.kr)에 성별 위촉현황도 알려 주면 좋겠다. 

또 하나의 중요한 위원회가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다. 새 정부 출범 직전에 발족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남성 일색이다. 민간 여성 위촉위원은 단 2명에 불과하고 50~60대 남성 위주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작 20~30대 여성의 참여가 절실한데도 말이다. 주요 국정과제인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저출산 관련 위원회는 가능한 한 남녀 동수로 구성하여 집중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광역자치단체는 중점 관리대상 위원회 30개 정도를 선정하여 여성 참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위원회 여성참여 현황(2013)을 보면 500개가 넘는 위원회에 총 8055명의 위원 중 2920명(36.3%)의 여성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보다 자치단체의 여성 위원 참여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데 2003년 이래 30%선을 유지하고 있다. 

규모가 큰 위원회나 새로 출범한 위원회 등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점관리위원회는 위원 구성을 공개하고 남녀 성별을 구분, 명시하도록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필요하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시·군·구 관할 읍·면·동에 설치한 주민자치위원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잠정적으로 시·군·구 조례에 의거하여 읍·면·동 단위로 설립, 운영되고 있는데 조만간 주민자치회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행 주민자치위원회는 읍·면·동장이 위촉하는데 20~30명의 지역 주민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통적으로 주민자치센터 운영, 읍·면·동 행정업무에 대한 자문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여성위원의 참여는 저조하다. 전국적으로 정확한 통계조차 없으나 여성위원의 활동 또한 그리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란 지역의 일을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고 집행하며 책임지는 제도인데 여기에여성의 관심과 참여가 좀 더 높아져야 할 것이다. 자치의 주체는 자치단체 이전에 주민이라는 전제가 기본이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주민자치위원회든 주민자치회든 여성의 참여는 40%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의 절반이 여성이기 때문에 지역 대표성 차원에서라도 앞으로는 50:50 남녀 성비 균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면·동 단위로 구성되는데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시장·군수·구청장이 위촉하게 된다. 20~30명의 주민대표들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안된다.

주민자치회의 기능은 우선 협의·심의기능으로 읍·면·동 지역개발이나 혐오시설 설치, 초등학교 통·폐합 등 주민 간 이해조정, 지역 내 투자유치 계획이나 교통신호 개선 등과 같은 시·군·구 업무에 대한 의견 제출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협의가 그것이다.

둘째는 주민자치업무로서 마을축제나 체육대회 행사, 스포츠 활동, 자율방범 등과 같은 주민자치 업무를 수행한다. 

셋째, 위탁업무 수행인데 주민자치센터 운영, 도서관 등 공공시설 운영, 공원, 공중화장실 등 공공시설물 관리, 저소득 노인 도시락 배달 등의 위탁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주민자치회는 주민 중심의 생활·근린자치를 강화하여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읍·면·동 단위로 설치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자치 조직인 만큼 전국적으로 출범하는 즉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며 남녀동수의 위원회라는 이정표를 세워 주기를 바란다. 

전국의 읍·면·동이 3500여개이니 줄잡아 10만 명 안팎의 주민자치 위원들이 자기 지역에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여성의 참여 의지가 관건이다. 여성계도 머지 않아 발족할 주민자치회와 더불어 현행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관심과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황인자 한국외국어대 미네르바 교양대학 초빙교수  eqhwang@daum.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