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지난 7월 6일, 대한민국헌정회 여성위원회 주최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요즈음 모두가 고심하고 있는 ‘새로운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이었다. 아이를 낳게 하는 묘안을 내 보자는 토론회였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서울신학대 백선희 교수의 ‘대한민국의 저출산 위기와 대책’이란 주제발제가 있었다. 백 교수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내용과 성과를 설명하고 현 단계에서 새 정부의 특단의 조치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하면서 과제를 열거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대안 제시는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제1차~제3차에 걸친 ‘저출산 기본계획’은 기본적으로 결혼·출산·양육 지원과 일·가정 양립 지원 등을 대응정책의 골간으로 하여 정책대상을 확대하고, 그 지원을 세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제3차 ‘기본계획’은 저출산 대응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사회구조적 대책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와 주거 대책을 추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제3차 ‘기본계획’은 큰 틀과 세부 정책들에서 기존의 대책들과 큰 차이가 없으며, 새로이 제시한 청년 일자리와 주거 대책도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선택을 지지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백 교수도 제3차 기본계획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그간 발표했던 내용을 부연하여 획기적인 특단의 조치를 제안하였다. 즉,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결혼과 육아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전반의 문제이므로 청년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고, 성평등 관점에서 국가-사회-가족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고, 함께 책임지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하였다.

아동수당 도입이나 난임시술지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청년 공공임대주택 마련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이미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 대부분이고 기존 정책에 비해 새로운 내용을 제시해 보이지는 않고 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단국대 의대 신손문 교수는 ‘건강한 미래세대를 위한 저출산 대책’이란 주제로 저출산 시대의 의료 기술적 관점에서 모자가 임신 전후에서 출산을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과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센터 등 분만의료기관의 확충과 모유 수유를 통한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확보 및 체계적인 건강관리체계의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교수의 발표는 통계자료를 통해 일면 설득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작금의 저출산대책으로는 미시적인 접근이라 하겠다. 하지만 총체적인 일부분의 문제점과 과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필요한 제안이다. 

토론자들은 대부분 발제자들의 주장에 동의하며 내용을 보충해 설명하고 반론 제기나 새로운 대책마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조애진 육아방송 이사장의 토론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나라가 필요합니다’라는 토론 제목에서 보듯이 저출산은 국가존립과 생존의 문제라는 막중한 인식을 가지고 모두가 협력하며, 단계별 구체적 지원과 입체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공감을 얻었다.

저출산을 담당할 장관급 중앙부처를 신설하여 집중하고, 비혼가정이나 다문화가정도 차별없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저출산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잘 성장하여 국가간 긴밀한 이해와 발전에 협력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 육아방법을 제시하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일자리 창출·4차산업혁명 대비·저출산문제 해소’를 ‘국정 3대 우선과제’로 선정했다. 이번 토론회를 참고하면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필자 나름의 대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저출산정책과 고령화 문제를 함께 묶어서 추진하는 법과 정책은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 이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 우선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만들 때부터 논란이 많았고 이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저출산’은 인구절벽을 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를 해결하는 정책인데 비해, ‘고령화’와 ‘고령사회’는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총체적 인구정책으로는 연관성이 없지 않으나, 이 둘은 다르게 접근해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고령화정책은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제, 일자리창출, 어르신 복지 학충 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는 오히려 인구절벽을 해소하는 저출산 정책과 대부분 충돌되는 정책인 것이다. 

둘째, 현재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별로 분산돼 있으며, 부처별 현안에서 출산장려대책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저출산 대책의 실현가능성이나 효율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법률을 ‘저출산(인구)기본법’과 ‘고령사회기본법’으로 분리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폭 개편하여 저출산을 담당하는 중앙행정부처를 개설하여 집중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이 입안․시행․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저출산 정책 전담부서는 저출산 대응 정책 개발 및 사전·사후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유관부처의 조정과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저출산 대응은 제1차~제3차 ‘기본계획’에서 미흡했던 저출산 핵심 요인들인 양육과 고용, 주거 등의 비용을 해소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정책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저출산 문제는 한국사회의 큰 개혁과제와 만나게 된다. 

고용과 산업의 구조적 문제, 돌봄과 복지의 문제, 의료와 교육 영역의 공공성 확보문제, 출산행위가 개인과 가정을 넘어서 사회적 공공성과 국가적 과업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가족정책은 국가정책으로 꾸준히 시행되어야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 해결의 시급한 과제

우선 시급한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0~18세 성장기의 아동수당 도입이다.  아동수당은 성장기 전체에 걸친 최소한의 기초 양육비용을 보장함으로써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보육·돌봄의 격차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제도의 운용에 있어 모든 자녀에게 지급하는 ‘기본수당’과 2자녀 이상일 경우에 추가 지급하는 ‘다자녀보조금’을 결합하여 활용한다면 다자녀 출산 지원 효과도 크게 기대된다. 

새 정부가 내년부터 아동수당을 월 10만원씩 5세까지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출산정책에 성공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소득의 차이에 따라 지급금액을 조정하고 연령도 18세까지는 확장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직업이 없을 경우 만 21세 미만, 학생이거나 자원 봉사직에 있는 경우는 만 25세 미만, 장애인은 나이제한이 없다. 무엇보다도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이 아이 키우는데 실제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명목뿐인 지원은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출산과 육아기의 육아휴직급여 현실화와 육아수당 도입이다. 육아휴직 급여는 수혜기간을 의무적 남성할당제를 포함한 형태로 연장하고 특히 급여를 일정소득액까지 최대한도 지급 후 비율을 하향하는 방식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 및 미취업자에 대한 육아수당은 고용보험 가입을 전제로 한 현 육아휴직 급여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유아 부모들의 생애초기 양육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다.

셋째 공공보육서비스의 확충이 시급하다. 공공보육서비스의 확충은 보육의 시장화에 따른 공급자에 의한 역선택 방지, 특별활동 프로그램 비용 등 추가적인 보육 부담 및 격차 완화, 보육서비스의 질제고 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 10여년 이상 정부에서는 저출산정책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여 다양한 출산율제고 정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출산율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가 없다는 불안감과 미래사회가 불안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기 때문이다. 

합계 출산율이 1.5명 이상인 나라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아도 경력단절이나 고용차별이 없고 국가가 자녀 양육을 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믿고 아이를 낳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알맞은 일자리 늘리기와 교육시스템의 혁신도 필요할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정책은 성평등에 입각한 일과 가정이 양립하며 출산휴가 전후에 경력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출산휴가기간 동안에도 휴가 전 급여의 70% 이상은 보전해 주는 제도와 재원확보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밖에도 혼인 적령기 청년들의 주거권이 확보되도록 공공주택의 공급과 주거 격차를 완화하여 삶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교수  yeunky@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