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여성소비자신문 서유리 기자]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둘러싼 사건 사고가 잇달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커플이 숙소 내에서 몰래카메라를 발견하거나 혼자 여행을 떠난 여성 여행객이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등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다 피해를 입더라도 보상을 받기가 어렵고, 숙박 공유 플랫폼 관련 규제도 미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등 단순 숙박업소를 넘어서 저렴한 가격에 현지인의 집에서 현지인처럼 지내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여행객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부동산 하나 없이 플랫폼을 이용해 집주인이 남는 방을 빌려주고, 여행자가 숙박을 해결하게 하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지난 2008년 창업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식 숙박업체와 비교해 변수가 많다는 점과 각종 범죄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꾸준히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인 커플, 에어비앤비 숙소 몰카 발견 ‘화들짝’

지난달 말 한 인터넷커뮤니티에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가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는 소비자 A씨의 글이 게재돼 큰 화제를 모았다.

해당 숙소는 이용자들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인기 숙소로, 온라인에는 긍정적인 반응의 후기글이 대부분이었으며, A씨가 묵은 날 이후에도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황이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일본으로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서 이용한 에어비앤비 내 화재경보기의 초록 불빛이 정확하게 침대 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이상히 여겨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결과, 해당 제품이 화재경보기형 몰래카메라라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깜짝 놀라 화재경보기를 떼어냈고, 그 안에서 SD카드를 발견했는데, 나와 여자친구가 입실한 순간부터 외출 후 다시 돌아와 몰래카메라를 발견하기 전까지 전부 찍혀있었다”며 “말로만 듣던 몰카에 찍힌 것을 알게 된 후 정말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A씨는 해당 사실을 한국 대사관을 통해 현지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 후 약 30분 만에 경찰 2명이 찾아왔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가해자는 벌금형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에어비앤비로부터 호스트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한국인 여성 관광객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아사히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현 주오경찰서는 지난 16일 후쿠오카시 민박집에서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일본인 남성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집주인인 이 남성은 자신의 민박집 이용객인 한국인 여성 B씨를 성폭행하고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여성 B씨는 다른 여성 1명과 함께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고, 집주인은 사건 당일 자정쯤 손님들에게 술을 권한 후 범행 도중 피해 여성과 함께 자고 있던 친구에 의해 제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에어비앤비는 사생활이나 범죄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즉시 문제를 일으킨 호스트를 플랫폼에서 삭제하고 게스트에게는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인은 안 받아” 호스트 인종차별 논란

에어비앤비는 몰카 사건에 이어 인종차별 논란에도 휘말렸다.

현지시각 지난 8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쿰비는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퇴실이 늦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계단에서 밀었다며 한 영상을 공개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촬영된 해당 영상에는 퇴실 시간에 늦은 쿰비와 일행들이 “짐만 싸고 바로 나갈 수 있게 시간을 달라”고 사정하는 모습이 찍혔다.

하지만 호스트는 “나가”라고 소리치며 쿰비를 밖으로 밀어냈고, 쿰비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1층 바닥에 머리를 박고 정신을 잃었다.

쿰비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으며 뇌진탕 증세와 온몸에 멍이 드는 부상을 당했다.

쿰비는 해당 영상을 공개하며 “당시 호스트가 ‘여기가 아프리카인 줄 아느냐. 빨리 나가라’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소비자 서모씨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기 몇 분 전 호스트로부터 급작스레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기도 했다.

호스트는 서씨에 “당신이 지구상 마지막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집을 빌려주지 않겠다”며 “한마디면 모든 걸 말한다. 아시아인”이라고 말했다.

서씨가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부에 해당 사실을 신고하자 바커는 에어비앤비 호스트 자격을 박탈당했다. 또한 서씨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민권기구에서 사회봉사를 한다는 데에도 동의했다.

전문가들 “관련 규제 만들어 소비자 신뢰 회복해야”

이처럼 에어비앤비와 관련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 꺼려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위험 부담이 큰 것 같다”, “비싸더라도 호텔을 이용해야겠다”, “혼자 여행갈 땐 특히 조심해야 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다양한 호스트를 만나고 현지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 관련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국가가 대부분이라 규제가 다소 느슨한 만큼 범죄에 노출되기도 쉽다.

국내에서도 아직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불법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는 규제를 만들어 이용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에어비앤비의 경우 규정이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최소한의 규제라도 만들어서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산업도 같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업계에서는 예약 시 제공되는 서비스 정보와 호스트에 대한 리뷰를 사전에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여행 업계 한 관계자는 “에어비앤비 숙소가 모두 이상한 것은 아니다. 잘만 활용하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며 “위치나 숙소에 대한 상세 설명을 확인하고, 리뷰가 다양하게 작성되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에어비앤비 측은 "에어비앤비는 현재 이용자가 누적 2억 명에 이를 정도로 시장에서 좋은 서비스로 평가 받고 있지만 부정적인 사고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며 "통계적으로는 매우 안전한 서비스인 셈"이라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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