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구이람

황금과 순은의 트로피들
그보다 더 깊고 높은 땀과 정성이 
지나간 시간의 칭찬들이 
가지런히 흰 이를 드러내 웃고 있다 

그런 삶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듯이 

-시평-

진열장에 나란히 빛나는 트로피들을 볼 적마다 그 주인 되는 분들의 삶을 새삼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살아오면서 무슨 일을 하였으며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 짐작을 해보며 그런 삶을 닮고 싶은 마음도 갖게 된다. 

시인은 수많은 트로피들을 바라보면서 “황금과 순은의 트로피들/그보다 더 깊고 높은 땀과 정성이/ 지나간 시간의 칭찬들이/ 가지런히 흰 이를 드러내 웃고 있다”고 담담히 노래하고 있다.   
트로피에는 끝없는 노력의 결실이 표현되어 있다. 트로피를 받기 위해서가 아닌 우선 자신을 알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숨어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남을 이해하고 인내하며 손을 잡아 이끌어준 공적의 표시가 담겨 있기도 하다. 참 삶을 살고자 애쓴 자랑스럽고 부러운 시간들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거기에 새겨진 칭찬과 감사의 말보다 더 따듯한 마음씨를 엿볼 때도 있다. 쉽게 따라 하기 힘든 높고 무거운 시련을 극복한 의지가 오롯이 남을 위한 선행일 때는 숙연해지고 만다. 

어느 분의 방에 갔더니 수많은 트로피들이 우열을 가리지 않고 주인을 칭찬하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주인은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부끄럽다”고 응답했다. 

선구자적 삶, 희생․봉사의 삶, 죽어가는 생명을 구한 참으로 귀한 의미를 되새겨 놓은 증표들, 높은 경지에 도달한 전문성도 칭찬 받으며 진열장 안에서는 금, 은, 동의 가치가 아무 차별 없이 서로 서로 존중하고 있었다.

이 세상을 떠나면서 나는 마침내  어떤 트로피 하나를 남겨두고 싶은가?   

“그런 삶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듯이” 트로피는 짐짓 삶의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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