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이나 불응한 것은 서민 중소상인 국회 모독한 것"

국회 정무위원회는 6일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세 차례나 해외출장을 핑계로 출석하지 않은 유통재벌 4인방을 검찰에 고발하고 추후 다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정무위는 이날 오전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실태확인 및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었지만 증인 네명이 모두 출석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날 청문회 출석을 요구받은 증인들은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부회장 및 이마트 대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유경 신세계부사장 등 4명이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모두 해외출장을 이유로 두 차례 증인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

이날도 신동빈 회장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방문, 정지선 회장은 중국 출장, 정용진 부회장은 미국·홍콩 방문, 정유경 부사장은 영국 체류를 이유로 들어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한 사항에 대해 세번이나 불응한 것은 대규모 공룡 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방지를 바라는 서민과 중소상인들, 국회를 모독한 것"이라며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업무도 이행하지 않겠다는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위원회 차원의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자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유통재벌들의 청문회 불출석을 질타하는 한편 검찰고발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국감에서 두번에 걸쳐 간곡하게 출석요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고 오늘 청문회에도 불출석한 것은 국민들의 기대를 깡그리 짓밟는 오만방자한 처사"라며 "똑같은 사유로 세 번 불출석한 것은 삼진아웃으로 가장 엄중한 법적 절차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송광호 의원은 "그동안 국회에 증인들이 출석하는 것을 보면 역시 '오너'는 거의 나오지 않고 그 밑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월급쟁이들만 나왔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돈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작 300만원 벌금만 내면 되니까 국회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의 부름에 두번, 세번까지 불응했을 경우는 엄한 금고형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금권을 갖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원진 의원도 "21세기 들어 경제민주화가 화두인데 대기업 총수들은 시대정신을 잘 모르는 듯하다"고 꼬집으며 "오늘 네명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 같은데 법을 보강해서 잘못된 관행은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은 "MB정권의 기업 프렌들리가 대기업의 간을 키워준 듯 하다"며 "재벌들이 국민을 우롱하는 풍토를 바로잡도록 강화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왜 재벌들이 골목상권까지 진출해 서민들을 어렵게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듣고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 사람들을 반드시 청문회장에 다시 세워야 한다"며 청문회 재추진을 요구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은 "불출석 사유를 보니 대부분 증인출석을 회피할 목적의 일정"이라며 "검찰이 그동안 증인 불출석에 무혐의 처벌을 내린 것도 다시 살펴봐 잘못된 수사를 못하도록 검찰에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정 의원도 "오늘 네명 뿐만 아니라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등 국감 때 증인출석 요구에 불응한 재벌들에 대한 후속조치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는 여야 간사간 협의에 따라 이날 신동빈·정용진·정지선·정유경 등 네명의 증인들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 고발을 의결하고 추가 청문회 개최 및 국감 불출석 증인 고발 문제는 조속한 시일내에 협의키로 했다.

 

홍원호 기자  hongfir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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