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가 실현된 국가에 대한 화두가 강조되는 가운데 이 같은 정치적 비전을 위해 뛰는 정치인이 있다.

민주통합당의 양승조 의원은 지난 국감때 의료, 보건 분야에서 보건복지위 의원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우리당이 맨 처음 무상급식을 주장할 때 포퓰리즘이라고 많은 비판을 했다. 그러나 지금 실현됐다. 무상보육과 무상의료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 재정을 어떤 철학으로 투자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며 보편적 복지국가의 건설은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다”라고 강조한다.

성균관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 석사를 거쳐 변호사를 역임했으며 충남 천안갑에서 17대, 18대,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그가 말하는 보편적 복지란 무엇일까.

 

-서민들이 의료혜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한다. 그 실태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2010년 기준으로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가 체납된 세대는 총 153만 세대로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20%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이들 중 93만 세대가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되었는데, 급여제한 세대의 95%가 연 가구소득이 10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이다.

이는 양극화와 고용난 등이 심해지면서 서민, 중산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 건보료 체납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보험료 체납자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유예기간과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만 급여제한 통보와 환수고지 자체로 정상적인 병원 이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어 저소득층의 건강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8월 병원 감염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종합병원에 감염병 관리위원회 및 감염 관리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의료 기관에 대한 제재가 없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안다. 어떻게 보는가.

“2011년 8월 4일 의료법이 개정되었고 지난 8월 2일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종전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 두도록 되어 있는 감염대책위원회를 2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으로 확대하고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두도록 의무화하였다. 따라서 감염관리실에는 의사 1인과 간호사 1인, 의료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사람 1인을 배치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올해 9월 복지부가 200병상 이상 299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 감염관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의료기관은 5곳, 감염관리실을 설치하지 않은 의료기관은 12곳, 감염관리실에 의료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의료기관도 26곳에 이르는 등 감염 관리 실태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병상 이상 병원급은 감염병 표본감시 기관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지정받은 병원은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6종)을 신고하고 있는데, 43개 상급종합병원의 신고건수가 2012년 7월말 현재 1만4124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 1곳당 평균 328건이 넘는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발생하여 2011년 동기 대비(119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이렇게 감염병 신고가 증가하고 있어, 감염병 관리 및 예방, 확산 방지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임금이나 예금이 압류된 생계형 체납자가 건강보험공단의 압류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중 특히 암환자나 만성질환자 등도 포함돼 있어 이들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나.

“2010년 임금, 예금이 압류된 생계형 체납자는 1454명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압류자들 중 암환자가 111명, 만성질환자 800명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체납자라고 볼 수 있는 기초생활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의 임금압류와 예금압류 현황을 보면, 기초생활 수급권자의 임금압류는 2명, 예금압류는 1232명이고, 차상위계층의 임금압류는 없지만 예금압류는 220명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체납자들을 위해서는 건보료 납부 유예 및 분할납부 등의 제도가 있으나 확인 절차 등을 하지 않고 무조건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 압류하는데서 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민생활 안정대책 차원에서 누구나 의료복지 혜택을 받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유아교육과 보육이 정책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돼 있고 이로 인한 행정적, 재정적 비효율성 등이 지적되고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나. 

“유보통합 문제가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부처통합이 진척을 보지 못하는 측면이 분명 있으나, 부처통합보다 더 큰 문제는 영유아의 연령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만 5세 유아에 대한 교육은 교과부에서 주관하고 있고, 0∼5세까지의 교육과 보육은 각각 교과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고 있는데, 학자에 따라 만 5세 미만을 유아교육으로 편입할 것인지, 3∼5세를 유아교육으로 편입할 것인지, 0∼4세를 보육으로 편입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상이하다. 또한 OECD 국가를 예로 들면 통합체제 형태와 이원화·병행중복 체제로 되어 있다.

스웨덴, 뉴질랜드, 영국 등의 경우에는 0~6세 통합체제 형태이고 독일·프랑스·덴마크·핀란드는 연령별 통합체제 형태의 일원화 체제를 갖고 있다. 일본·미국의 경우에는 병행중복의 이원화 체제를 갖고 있는 등 나라마다 그 특성에 맞게 교육과 보육의 행정체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통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사 양성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유아의 예방접종비용도 한몫하고 있다. 예방접종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만 2세 어린이 필수예방접종은 7종 15회(BCG 1회, B형간염 3회, 폴리오 3회, MMR 1회, DTaP 4회, 수두 1회, 일본뇌염 2회)에 이른다. 2011년 예방접종률 조사에서 전국 만 3세 어린이 7040명을 대상으로 완전접종률은 전체 조사대상자의 86.3%로 조사되었다.

정부는 접종률 증대에 큰 걸림돌이 되는 비용부담을 낮추기 위해 2009년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 예산지원을 지속 확대해 올해부터 1회 접종당 본인부담금을 5000원으로 낮추었고 가까운 동네 병의원에서도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정의료기관을 전국 7000여 곳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필수예방접종 지원 예산을 보면 2011년 375억원, 2012년 731억원에 이르고 있으나 민간의료기관의 접종률 제고와 필수예방접종 서비스의 지원액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한약 보험금을 확대하는 법률안을 발의한 것으로 안다. 그 취지는.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42만여명으로 2005년에 비해 24.3%가 증가했으며 향후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급증하고 있는 노인 인구에 따라 노인만성질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면역력이 점차 떨어지고 만성질환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면역력을 높이고 만성질환 관리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한약 보험급여를 실시하여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의료비 절감 및 노인 삶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문제를 선결적으로 분할해서 문제를 풀어가고, 노인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제약사들의 불법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원내처방 시장규모는 2조원 내외이지만, 원외처방 시장규모는 11조원 내외로 통상 제약사의 전체 매출 중 85% 가량은 원외처방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의사들이 약에 대한 처방전을 낼 때 각 병원별로 고유한 처방코드를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병원들이 원내처방코드와 원외처방코드를 동일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결국 병원에 약품을 납품해 처방코드를 받아야만 외래 환자에게 약을 팔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의약품 납품 및 사용 구조에 따른 과도한 경쟁 등으로 인한 제약사 간 생존 전략에 있다 보니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철저한 단속 및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위 의원을 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분야는.

“아동복지와 노인복지를 가장 크게 신경쓰고 있는데, 아동복지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이고, 노인복지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2011년 우리나라 출산율이 1.24명인데, 이 추세대로 가면 2100년 우리나라 인구가 2468만명으로 줄어들고, 2500년에는 33만명으로 줄어 한민족이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을 삼성경제연구소가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긴급제언’ 보고서를 통해 내놓았다.

저출산 문제는 민족의 존망이 달린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저출산 극복을 국가적 아젠다로 삼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

또한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고령화 문제 역시 심각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불명예스럽게도 10년 연속 노인자살률 OECD 1위고, 노인 자살 원인 중에 빈곤이 차지하는 비율이 33.9%다.

또한, 2011년도 OECD 통계에 따르면 30개 회원국의 평균 노인 빈곤율이 13.5%인데, 우리나라는 4배에 가까운 45.1%로 가장 높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우울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겠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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