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가계 부채 다이어트 유도해야
보험 다이어트 사교육 다이어트 필요해

 
여기저기서 가계 부채가 위험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가계 부채가 922조원에 달해 자칫 국가 경제까지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선대인 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져가고 있는 데 정부가 DTI 규제정책을 완화하고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들을 펴 가계 부채를 늘렸다”며 쓴 소리를 내뱉는다.

선 소장은 동아일보에서 6년, 미디어다음에서 1년5개월 정도 기자로 활동했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을 전공했으며 유학을 다녀온 뒤에는 서울시 정책전문관을 거쳐 경제전문 저술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대중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현실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써왔다. 경제 분야의 대표적인 대중 저술가이면서 동시에 사회활동가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시민모임인 ‘세금혁명당’의 대표로 세금과 예산에서 기득권의 이해를 앞세우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에 출연하며 경제 현안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소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연구소를 설립했다.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직한 연구소,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란다. ‘위험한 경제학’ ‘세금혁명’ ‘문제는 경제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등 다양한 저서를 집필했다.

“현 정부 들어 공공부채가 400조원 이상 늘어나고 각 지자체에서 재정난을 겪고, 공기업들이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하우스푸어까지 늘어나면서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 부채 폭탄은 한국경제의 최대 난제로 이젠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

우리 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가계 부채가 202조원 증가했는데, 이 정부 4년(2008년 1분기~2012년 1분기) 동안에만 234조원이 증가했다. 이대로 1년 더 가면 293조원 증가하는 셈이 된다.

가계 부채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면 5년 후인 2016년에는 가계 부채(한국은행 가계 신용 통계 기준) 총액이 현재 922조원에서 1377조원으로 늘어난다. 개인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의 비율도 현재 135.3%에서 157.1%까지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의 위기는 국내 부동산 거품과 연관돼 있다. 국내 주택 가격이 무섭게 부풀어 오를 때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계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지 않고 ‘폭탄돌리기’ 모드로 간다면 한국 경제는 정말 회복하기 힘든 재앙을 맞게 된다.”

-현 정부 들어 가계 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첫째, 정상적으로 빚을 내 집을 살 수 없는, 즉 소득 여력이 적은 사람들에게 정부가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도록 부추긴 때문이다. 때문에 주택 거래량은 줄었어도 주택 거래당 부채 크기는 더 커졌다. 둘째, 고환율-저금리에 따른 고물가와 재벌 편중 경제가 심해지면서 가계 소득이 늘지 않아 가계들이 빚을 내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평균 경제 성장률이 4.3%였고 가계 소득도 꾸준히 성장했으나 최근 평균 경제 성장률은 3% 수준이다. 더구나 실질 가계 소득은 대기업 편중의 성장과 고물가 부담 때문에 거의 정체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가계 부채가 922조원을 넘어섰으니 일반 가계가 느끼는 부채 부담은 훨씬 커졌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이 이미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고 거래 침체가 지속되는데도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짧은 시간에 가계 부채가 늘어난 것은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정부가 가계 부채를 세 가지 측면에서 더욱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다른 나라가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 부채를 줄일 때 오히려 가계 부채를 막대하게 늘렸다. 둘째, 보험사 대부업체 신용카드 할부까지 금리 부담이 큰 가계 부채를 늘려 가계 부채의 질을 악성화시켰다. 셋째, 수도권을 넘어 상대적으로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던 지방의 가계 부채까지 크게 늘리고 악화시켰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선 소장님은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것이고 개인자산의 디플레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실제로 수년전 강연에선 5년 내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떻게 보는가.

“나는 이미 수년전부터 가계 부채와 부동산 위기 등에 대해 숱한 경고를 해왔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 그리고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 보도 때문에 대처를 미뤄 오는 바람에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되돌릴 방법은 이제 없다.

최근 정부가 20~30대나 소득이 부족한 대한 자산만 있는 가계들에 대해 DTI 규제를 사실상 해체한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이다. 그런 식의 대응을 하는 동안 가계 부채는 300조원이 400조원이 되고 700조원이 되더니 이제는 922조원으로 늘어났다.

가계 부채가 늘어난 만큼 부동산과 한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사실상 더 높아졌다. 당장 미봉책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겠다고 공공 부채와 가계 부채를 동원한 것은 연착륙 대책이 아니라 부동산의 거품 빼기를 미루는 대책에 불과할 뿐이다.”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경우 중산층에게 돌아올 수 있는 경제적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준비되어 있나.

“정부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문제다. 정부는 경기가 꺼지는 고비마다 부동산 시장을 활용해왔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돼야 건설업계에 돈이 돌아 경기가 살아난 듯 보이고, 집 보유자들은 계속 부자인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모두 실패했듯이 이 같은 규제 완화들 정책들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상반기 기준으로 2008년 4만6천873건에서 올해 1만8천862건으로 쪼그라들었고 반토막도 안 된다.

부동산 가격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여서 규제 완화 정책들을 지속해 봤자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시장만 더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인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부동산 거품을 냉정하게, 점진적으로 빼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취해 온 정책들을 보면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이나 건설업계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려 한 반면 가계에 대한 보호막은 거의 없다. 오히려 금융권이나 은행권을 지키기 위해 가계를 이용했다.

예를 들면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2008년 이후 가계 부채가 24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LTV(주택담보대출 비율) 즉, 주택대출 거치 기간 만기를 지금처럼 계속 연장하면 분기별 대출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 처럼 커질 것이다. 이러한 판에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미루기를 선택하고 있어 90% 이상이 주택 대출을 재연장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그런데도 한 달여 전 금융위는 대출자의 LTV(주택 담보대출 비율)을 초과하게 돼 은행에서 회수해야 하는 부분을 신용대출로 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담보대출 5% 이자도 못 갚는 사람들이 8~9% 이상의 신용 대출 이자를 어떻게 상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이미 가계 부채가 폭발 직전 상황인데 마른 수건 쥐어짜듯 20~30대와 자산 가진 노후 세대까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며 DTI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게 정부다.

DTI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연봉이 5000만원인 사람이 연봉의 50% 즉 2500만원을 빚을 갚는데 쓰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DTI 규제를 풀어 가계의 건전성이 더 위험해지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풀고 부동산 떠받치기를 한 것이다.

이 같은 대책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길게 보면 이 사람들을 계속 빚의 노예로 만들고 하우스푸어로서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다. 결국에는 위기의 순간 금융권에도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는 대물변제 방식이다. 예를들어 집값이 하락해 깡통 주택이 되면 은행이 그걸 팔아서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은 대인변제 방식이다.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그 사람이 은행에 빚을 갚아줘야만 한다. 금융이 가계를 약탈하는 구조다.

따라서 DTI 규제 완화 정책 등으로 부동산 떠받치기나 내수활성화 정책에 의지하다보면 자칫 집을 몇 채 가진 고소득자까지 부동산 거품이 갑자기 꺼질 때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되고 전 계층으로 자산의 디플레가 진행될 것이다.”

 
-매일매일 이자를 걱정하는 하우스푸어를 방지하는 길은. 

“전국 1500만 가구 중 넓은 의미로 볼 때 하우스푸어 가구는 200만 가구다.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수도권에 100만의 하우스푸어 가구가 있다. 이들 가구는 한마디로 빚을 잔뜩 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하우스푸어 가구를 조장한 것이 바로 정치권이고 언론이라고 본다. 당장 집을 안사면 영원히 집을 못살 것 같은 여론을 조장한다거나, 무리한 탐욕을 조장한 기득권 집단들이 문제다.

2009년부터 부동산 대세 하락은 이미 시작되었다. 무리하게 집을 사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부동산 대세 하락은 앞으로 10여년 이상은 계속될 것이므로 정부가 하우스푸어를 점점 양산하는 각종 부동산 투기정책을 펴지 않고 가계 부채 다이어트를 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먼저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고 하우스푸어로 전략한 이들을 대상으로 금감원 등 기관에서 대대적인 재무상담 컨설팅을 해주는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실시해온 프리워크 아웃제나 신용파산회복 절차를 보면 모두 금융기관에 손실이 안가도록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앞으론 이들 제도를 하우스푸어에게 도움이 되되록 간소화하고 적용 폭을 넓혀야 한다.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추심을 없애고 하우스푸어의 부채 부담을 실제로 줄이고 일정을 재조정하는 리스케줄링도 필요하다.”   

-서민들의 생활이 팍팍하게 하지 않고 건전한 소비 경제를 이뤄갈 수 있는 지침은.

“욕심부리지 말고 무리하게 부채를 지지 말라. 외환위기 이전에는 기본적으로 소비 축적 마인드와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에는 기업 편향적인 경제구조로 바뀌었다. 일반 가계가 약탈 대상이 되고 있다. 대다수 가계들에게 제로섬 게임이 적용되는 것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건설업계나 금융기관은 돈을 벌었지만 일반 가계는 모두 빚더미를 지고있다. 지금은 집이 금덩이가 아니라 빚더미다. 재테크 보다는 자신의 소득 내에서 지력을 향상시키는 지(智)테크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웬만한 부채는 최대한 줄여라. 주택 담보 대출 같은 걸로 무리하게 집을 사면 안되고 보험도 다이어트도 해야 한다. 보험업체들이 워낙 활개를 치고 사기성 상품 같은 것도 팔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월소득이 200~300만원 밖에 안되는 사람이 약 30~40만원의 보험료를 낸다고 생각해 보라. 최소한의 보장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 들면 된다.

다음으로 사교육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사교육은 하면 할수록 진정한 의미의 교육 효과는 마이너스에 가깝다. 지적능력과 관련해서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대화와 토론을 많이 하고 책을 굉장히 많이 읽힐 필요가 있다. 각종 문화적인 경험, 여행이나 자원봉사를 같이 한다거나 여러 가지 경험을 축적하는 것도 좋다.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20~30년 뒤는 더더욱 지금과 다른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력의 시대다. 스스로 정보를 습득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지석 노동의 시대다. 따라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야 말로 가계 경제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에 연구소를 새로 설립한 목적과 연구소의 방향은.

“연구소는 몇 가지 모토를 갖고 시작되었다. 이를 테면 재벌과 정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 재벌 광고주의 돈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정성으로 올곶고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겠다. 99%가 1%에 속지 않도록,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것이다, 초기라고 보긴 그런데 초기 반응은 굉장히 좋다. 유료회원제를 하고 있다. 오픈은 한 달 반쯤 전에 했다. 본격적으로 회원 모집을 한 건 8월 15일 ‘8·15 정보독립 이벤트’ 행사를 처음으로 했는데 이 행사에 수 백명이 호응을 해줘서 초기 활동을 위한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한국의 정보환경은 너무 오염되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에 대한 광고 유치때문에 일반 가계들을 위한 정보가 막혀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정치 시각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을 다룬 미디어들이 있지만 경제에 대해선 그런 상반된 시각을 다룬 미디어가 없다. 경제의 속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니면 한국 경제의 속성을 반영하는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재벌 편향적이고 광고주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미디어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연구소 형태로 나마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고 그런 콘텐츠를 연구소라는 형태로 차근차근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 연구소를 10년 안에 지금의 삼성경제연구소 위상에 걸맞는, 그러면서도 일반 가계와 국민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독립적이고 깊이있는. 신뢰할 만한 경제 관련 정책과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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