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서유리 기자] 미국의 대형 항공사 ‘유나이티드’ 항공을 향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오버부킹’으로 운항을 할 수 없게 되자, 승객 4명에게 퇴거 명령을 내리다 마찰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폭력까지 행사한 것.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이륙 예정이던 시카고발 루이스빌행  유나이티드 항공 3411편은 ‘오버부킹’으로 정원이 초과해 승무원 4명이 탑승할 수 없게 되자 승객 4명에게 퇴거 명령을 내리다 마찰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를 통해 무작위로 4명을 추첨해 기내에서 내릴 승객을 뽑아 지목했다. 특히 퇴거명령을 받은 4명 중 3명이 동양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두고 인종차별 사건이라며 네티즌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폭행을 당한 해당 남성 역시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로, 당시 급한 수술이 잡혀있어 내릴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시카고 경찰에 의해 제압당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상에 공개된 동영상에서는 해당 의사가 커튼을 양손으로 부여잡고는 “나는 집에 가야만 한다. 나를 죽여달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는 입가와 귀 주변에 피를 흘린 채 저항하지 못하고 바닥에 내동댕이쳤으며 경찰은 통로에 눕혀진 의사의 팔을 잡고 질질 끌고 가 충격을 안겼다.

존조, 리처드막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 보이콧 선언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비현실적이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는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함께 “유나이티드 항공사를 절대 이용하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존조, 리처드막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 역시 보이콧을 시작했다.

가수 리처드막스는 자신의 SNS에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대한 보이콧 의사를 밝혔고, 한국계 배우 존조도 “트럼프가 만든 상황과 이번 일에 분명한 연관성이 존재한다”며 인종차별행태를 꼬집었다.

배우 마크 러팔로 역시 “어떻게 비행기에서 사람을 질질 끌어내 자리를 확보하느냐”고 비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유나이티드 항공 측은 두 차례에 거쳐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해당 사과문에서 중립적이고 사무적인 표현을 사용해 비난을 자초했다. 심지어 두 번째 사과문에서는 문제의 책임을 승객에게 돌리기까지 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결국 오스카 무뇨스 유나이티드항공 CEO는 백악관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하루 만에 10만 건이 넘고 백악관에서도 우려를 표명하는 등 궁지에 몰리자 사건 발생 36시간 만에 공식 사과했다.

그는 해당 여객기 탑승객 전원에게 환불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향후 오버부킹 사태가 발생했을 때 승무원이 아닌 승객을 우선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승객정책을 내놨다.

말 많고 탈 많은 유나이티드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미 수차례 인종 차별, 종교 차별, 성차별 등의 사건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항공사로, 지난 2013년 아시아나 항공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당시를 할로윈 소재로 사용, ‘HO LEE FUK’, ‘SUM TING WONG’, ‘WI TU LO’ 등의 이름표를 가지고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여 맹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레깅스를 입은 10대 소녀 2명의 기내 탑승을 거부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강제퇴거 사건과 비슷한 시기엔 기내에서 한 승객이 전갈에 쏘이는 일이 벌어져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94세 할머니가 비즈니스 비용을 내고도 이코노미 석으로 자리를 옮겨 탄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영국 보도에 따르면 평소 관절염과 잔병치레로 거동이 불편한 A할머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호주 멜버른으로 가기 위해 400만원 상당의 비즈니스석 티켓을 구매했으나, 같은 항공기 이코노미 석에 할머니 시중을 들기 위해 탄 딸의 비즈니니스석 출입을 항공사 측에서 막아 결국 이코노미석으로 옮겨 타야 했다.

미국소비자들 “돈 더 내도 아메리칸항공 이용”

거듭된 구설수에 결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자국민으로부터도 외면을 받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다수 매체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1975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유나이티드항공 사태를 접해 알고 있는 70%의 응답자 중 79%가 가격과 노선이 똑같을 경우 유나이티드항공 대신 아메리칸항공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모닝컨설트가 가상으로 뉴욕발 시카고행 노선에 대해 가격이 204달러로 똑같고 둘 다 논스톱인 경우를 가정했을 때, 79%의 소비자가 아메리카항공을 선택했다.

특히 44%는 한 번 경유하고 돈을 더 내더라도 유나이티드항공은 타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격이 더 저렴함에도 유나이티드항공을 타겠다고 한 응답자는 56%에 그쳤다.

국내 항공사들 “오버부킹 피해 발생 가능성 없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이 ‘오버부킹’으로 탑승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려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국내 항공사들은 “오버부킹으로 인한 승객들의 피해는 사실상 전무하고 향후에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사들은 비행기 탑승 미달을 이유로 여행사 등을 통해 운항 전 승객 모집을 끌어올리고자 하지만 좌석에 비해 높은 부킹이 이뤄졌을 경우 미리 고객에게 연락,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출발 당일 오버부킹이 발생하더라도 소비자에 양해를 구해 탑승 전 오버부킹에 대한 피해를 안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피해를 당한 승객에게는 금전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보상까지 해주며 소비자가 오버부킹에 따른 스케줄 변경에 다른 피해를 느끼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부득이하게 오버부킹이 됐을 경우 발권을 하는 순간부터 항공편을 옮겨도 되는 승객들을 찾기 시작한다”며 “탑승 전 충분한 보상 등을 제안하는 등 절차가 따로 있다. 해당 사건이 우리나라 항공사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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