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구이람

목련 등걸에 다소곳 피어오르는 새 봄
얼어터진 살 헤집고 
웃고 있는 하얀 꽃송이들 
언덕에서 수줍게 반긴다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어찌 이리 곱게 피어나 나를 반기는가
다치고 덧나고 지친 마음 어루만져주나

혼자가 아니다! 라고 꽃들이 일러주네

함께 흘러가는 거라고 
너 혼자 가는 게 아니라고 
걱정 해맑게 씻어주는 
시냇물 귓속말 힘차게 소곤대네
 
-시평-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온갖 꽃들이 피어나 우리에게 어여쁜 마음과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봄, 새 희망이 싹트고 삶의 기쁨이 샘솟는다. 

이 순간 세상 그 무엇이  꽃보다 아름다울까. 봄이 무르익어가는 오늘도 봄꽃들이 주인공이 되어 겨우내 춥고 지친 사람의 마음을 따듯한 감동으로 어루만져준다. 

봄은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일이 없구나. 봄이 그렇게 변함없이 찾아와주듯이, 꽃들도 때를 기다려 “얼어터진 살 헤집고” 저 혼자 소리 없이 피어나 세상을 꽃천지로 수놓는다. 

봄의 절정에서 구이람의 시 ‘봄’을 읽어본다. 시인은 꽃 앞에서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어찌 이리 곱게 피어나 나를 반기는가/ 다치고 덧나고 지친 마음 어루만져주나”라고 감격한다.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마른 등걸에 피어난 꽃들 앞에서 경건해지며, 동시에 부끄러운 마음이 차오른 것이다. 사람들은 웃고 즐기다가 갈등하고 또 싸우다가 종잡을 수없이 복잡한데, 꽃들은 죄 하나 없이 곱게 피어나 다치고 덧나고 지친 모든 마음을 그윽하게 어루만져 준다. 그 꽃들을 바라보며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 밀려오며, 꽃처럼 남을 위해 어여쁘고 아름답게 살아가자고 다짐도 하게 된다. 

그런데 봄인가 하면, 저 산정에서 이미 여름이 불어오고 있다. 늦기 전에 때 묻은 욕심을 내려놓고 꽃의 마음으로 갈아입어야지. “혼자가 아니다! 라고 꽃들이 일러주네//

함께 흘러가는 거라고/ 너 혼자 가는 게 아니라고/ 걱정 해맑게 씻어주는” 꽃들의 속삭임 들으며 봄옷을 걸친 산뜻하고 경쾌한 발걸음 함께 어울려 봄을 만끽하고, 파란 여름을 맞이하겠노라.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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