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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정 내 문제? 국가 개입 필요한 범죄행위"
조미나 기자 | 승인 2017.04.17 16:54
14일 오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가정폭력 피해자 실태와 보호 및 수사사법체계 개선방안'을 주제로 제107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가정폭력 피해자 10명 중 6명은 결혼 후 1년 이내에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폭력 경험 직후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는 10명 중 1명꼴로, 많은 피해자들이 폭력상황에 장기간 방치돼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성가족부와 산하기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4일 오후 2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가정폭력 피해자 실태와 보호 및 수사사법체계 개선방안'을 주제로 제107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 날 행사에는 강은희 여성가족부장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과 윤종필 의원이 참석했으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한국가정법률사무소 센터장,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가정폭력은 가정의 일이 아닌, 국가가 개입하고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할 범죄"라며 "이번 포럼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을 적극 반영해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 근절과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과 재범 방지 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와 수사기관, 사법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정폭력 실태와 수사사법체계에 대한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10월 10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보호시설 65개소 거주자 89명과 가정폭력 상담소 82개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19세 이상 피해여성 189명 등 총 27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0명 중 6명, ‘결혼 1년 이내’에 배우자 폭력 경험

조사 결과 가정폭력 피해자 10명 중 약 6명이 결혼 1년 이전에 배우자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38.4%가 ‘결혼 후 1년 이내에 배우자 폭력을 경험했다’고 대답했으며, ‘결혼 전 교제기간’이 20.5%를 차지해, 결혼 전까지 포함해 결혼 후 1년 미만이 58.9%를 차지했다. 이외에 ‘결혼 후 1년 이상 5년 미만’이 28.9%, ‘결혼 후 5년 이후’가 12.2%로 그 뒤를 이었다.

결혼 전 폭력을 행사했음에도 결혼한 이유에 대해서는 ‘배우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임신을 했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각각 20.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은 ‘폭력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라는 대답이 14.8%,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13.0% 순으로 나타났다.

최초 배우자 폭력을 경험한 후 보호시설 또는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 ‘최초 폭력을 경험한 직후’가 9.8%에 불과했고, 최초 폭력발생 이후 1년 미만이 15.2%, ‘1년~3년’이 23.4%, ‘4년~5년’ 12.1%, ‘6년 이상’이 39.1%였다.

도움 요청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서’가 24.1%로 가장 많았으며, ‘자녀 때문에’가 23.7%로 뒤를 이었다.

신체적·정신적 상처 후유증으로 남아... 치료 미루기도

배우자의 폭력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실질적인 치료를 받는 않지 않는 피해자 또한 상당수 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의 폭력으로 인한 신체적 상처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11.5%는 ‘매우 심각한’ 상처를, 28.1%는 ‘다소 심각한’ 상처를, 44.2%는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고 응답해, 총 83.8%가 신체적 상처를 입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한 것은 49.1%에 그쳤다.

정신적 고통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41.0%가 ‘매우 심각한’ 고통을, 33.5%는 ‘다소 심각한’ 고통을, 23.7%는 ‘약간의’ 고통을 겪었다고 응답해, 전체 응답자의 98.2%가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람 만나는 것이 싫거나 만나는 것을 기피하게 됐다’, ‘친구 친척 등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생겼다’거나 ‘일에 지장이 생기거나 일을 그만두게 됐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 병원치료를 받았다’는 응답은 26.6%에 불과했다. 이유로는 ‘가정폭력이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크게 다친 곳이 없어서’, ‘증상이 심각하지 않아서’ 등이 꼽혔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피해자 대응 효과 미미... 사회적 차원 도움 필요

전체 응답자의 70.5%가 배우자의 폭력에 대해 한번이라도 맞대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대응한 이유로는 ‘배우자의 폭력에 방어하기 위해서’가 45.4%로 가장 많았으며, ‘맞대응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가 21.1%,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본능적으로’가 17.5%를 차지했다.

하지만 맞대응 시 ‘폭력이 더욱 심해졌다’가 44.9%, ‘신체적 폭력은 줄었지만 욕설 등의 언어폭력이나 정서폭력은 심해졌다’가 36.2%로 배우자 폭력에 대한 개인적 대응의 효과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담소, 보호시설, 경찰 등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체 응답자 중 54%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28%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 대답해, 경찰의 적극적인 도움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전히 가정폭력은 개인의 사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일부 자리해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정폭력 신고에 대해 주저했던 피해자의 경우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배우자의 보복이 두려워서’ 등의 이유가 거론됐다. 더불어 신고자에 대해 비밀이 보장된다는 점, 가정폭력 신고로 전과자가 되는 것이 아니란 점 등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적체계로 포섭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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