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기아차가 해외 주요 시장인 중국과 멕시코에 등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현대차는 국내외 공장 가동을 잇따라 중단해 안팎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

현대기아차는 올 초 트펌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멕시코 공장 관세 폭탄 우려에 더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자동차 업계에까지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되면서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우려로 번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1일까지 약 일주인 동안 중국창저우 베이징 현대 4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중국 4공장 가동 중단은 생산 라인을 점검해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라인의 기술적 보완을 위해 중국 4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이라며 “사드문제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동을 시작한 지 반년도 안돼 가동인 중단된 것에 대해 업계는 3월 들어 중국에서 사드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봤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춘제와 국경절 등 연휴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추고 설비개선 작업을 진행한 적은 있어도 비연휴 기간에 공장을 멈춘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현대차가 중국 내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자 속도 조절을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사드 배치로 중국에서 한국제품에 대한 불매 분위가 확산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차 울산 1공장이 두 달 가량 가동을 중단했다가 지난 2월말 정상화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현대차 첫 소형 SUV ‘코나(프로젝트명 OS) 생산을 위해 노후 설비 교체 등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1분기 국내외 총 판매량은 1089만922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0만7662대와 비교해 1.6% 감소했다. 기아차는 65만9336대를 팔아 전년 70만5159대 대비 6.5% 줄어들었다.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2월 중국에서 각각 6만500대, 2만2000대를 팔았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해 현대차는 판매가 11.8% 늘었지만 기아차는 48.8%나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매출이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시장의 비중이 큰 가운데 지난달 현대 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50% 이상 급감, 월 판매량이 7만2032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3월 판매 급락원인은 사드와 악화된 사장 상황 모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제로 지난 3월 월초 판매가 급감하자 중국 로컬 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프로모션이 있었고 선제적인 재고 조정과 여론을 의식해 프로모션 맞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 판매 급감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기아차는 중국 딜러들이 판매 부진에 따른 보상금을 요구하느라 판매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판매가 크게 감소하기도 했다.

중국 주요 판매 차종인 K2와 K3 판매는 지난해 2월보다 각각 60.6%, 35.7 줄었다. 기아차 중국 딜러들은 올해 초에 판매 부진으로 재고 부담이 늘어났다며 기아차에 보상금 4000억원을 요구했다. 기아차는 지난 2월말 중국에서 열린 딜러 합동대회에서 딜러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중국에서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수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막대한 세금을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사드보복으로 직접적인 규제를 받지 않더라도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감정으로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중국 자동차 전문지 관계자는 “사드문제가 장기화하면 현대기아차가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홍보활동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홍보활동으로 여러 스포츠팀을 후원하고 있는데 스프츠팀이 후원을 거절하거나 중국 배우들이 현대기아차 광고에 출연하기를 꺼릴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미 중국이 현대기아차에 사드 보복을 암암리에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종훈 의원이 울산시에서 받은 ‘사드보복 조치 이후 울산 지역 경제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고 올 뉴 투싼 10만대에 두 차례 리콜명령을 내리는 등 현대차에 제재를 가했다.

김 의원은 현대기아차와 함께 중국에 동반진출한 1차 협력사 121곳과 부품회사 417곳도 사드 보복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증권가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4일 노무라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3월 자동차 출하량은 사드 이슈로 인한 중국 매출 감소로 예상보다 저조했는데 그 결과 영업일수 증가에도 해외판매는 크게 감소했다”며 “국내 판매는 다소 견고했지만 수출은 약간 줄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경우 신형 그랜저와 소나타 FL 모델에 힘입어 내수는 소폭 증가한 반면 미국, 체코, 러시아, 브라질 등 해외에서의 영업일수가 늘어났지만 부진한 중국 매출로 인해 해외판매는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추가와 슬로바키아, 미국의 영업일수 중가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중국 매출로 해외판매가 전년 대비 17% 줄었다고 평가했다. 수출 또한 멕시코 공장 상산량 증가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는 평가다. 

5일 코스콤에 따르면 연초 105조7919억원이었던 현대차그룹의 시총은 4일 현재 101조957억원으로 4조6962억원(4.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1분기 판매량 부진 때문이며 이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들의 1분기 실적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의 1분기 매출액을 전년대비 2.7% 감소한 9조91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5.1% 감소한 6817억원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 부진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위아에 대해서도 “현대차그룹 중국 사업 불활실성 및 멕시코 공장 초기 가동 손실 등이 실적 전망의 가시성을 낮추는 요인”이라면서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 감소한 1조8018억원, 영업이익은 20.5% 급감한 636억원으로 전망했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 추정치는 3개월 전 대비 각각 -8.1%, 6.5% 햐향 조정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조4217억원, 6301억원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불과 3개월 사이에 영업이익 추정치는 1000억, 500억원이 낮아져 1조3065억원, 5889억원까지 떨어졌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