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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일단락된 자살보험금 논란... '나쁜 선례' 될까
조미나 기자 | 승인 2017.03.21 11:32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자살보험금 이슈가 일단락됐다. 금융당국은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들에 CEO 해임 등의 중징계 카드를 꺼냈고, 생보사들은 징계수위가 결정되자 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려 징계 수위를 낮췄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2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대한 징계수위를 재조정했다. 이날 제재심에서는 영업 일부정지(삼성생명 3개월, 한화생명 2개월)와 CEO 문책경고를 내렸던 기존 징계안에서, 기관경고 및 CEO 주의적 경고로 징계 수위를 한 단계씩 하향했다.

금융당국이 유례없이 제재심을 다시 열어 징계를 재심의한 것은 생보사들이 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1차 제재심 당일 자살보험금 전건 지급 의사를 밝힘에 따라 금융당국이 제재수위를 하향했기 때문에, 형평성에 따라 두 생보사에게도 제재를 낮춘 것이다.

삼성·한화생명을 끝으로 재해사망보험(자살보험금)을 판매했던 생보사들이 모두 지급 결정을 내리면서, 2005년부터 약 12년간 이어져오던 자살보험금 논란은 불식됐다.
 

<사진제공=뉴시스>

애매한 '재해사망특약' 약관, 논란 불 지폈다

흔히 알려진 자살보험금은 ‘재해사망특약상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으로, 해당 논란은 재해사망특약 상품의 약관에서 시작됐다.

2001년 금호생명(현 KDB생명)이 처음으로 재해사망특약 상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해당 상품의 약관에는 ‘계약 2년 이후에는 자살로 인한 사망 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여길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있었기 때문. 다른 보험사들 또한 금호생명과 동일한 약관을 포함한 상품 판매를 시작해, 2010년에서야 약관의 오류를 발견하고 2010년 4월 해당 약관을 폐지했다.

문제는 약관 개정이 이뤄진 2010년 4월까지 해당 상품이 280만건 가량 판매됐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2005년부터 ‘자살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보험사 측은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으로 볼 수 없다’며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 보험사와 소비자 간 갈등은 지속돼왔다.

자살보험금 이슈가 수면위로 떠오른 건 2014년 금융당국이 ING생명 종합검사 과정에서 보험금이 약관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면서였다. 이후 금융당국은 약관의 중의성을 고려해 △자살의 경우에도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것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생보사들에 요구했으나, 보험사들은 '진행중인 소송 결과에 따를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금융당국이 실질적 행정처분에 나서면서부터다.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자살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례가 나오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신협에 대한 자율처리를 시작으로 상품 판매사에 대한 징계를 시작했다.

이에 KDB생명, 알리안츠생명, 현대라이프생명 등 중소 생보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해 징계수위를 낮춰, 300~700만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반면 대형생보사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금융당국과의 신경전을 이어왔다. 대형 3사는 금융당국의 계속적인 압박에 보험금 일부지급, 기부금 출연 등을 내세웠으나 보험금 지급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

대형 3사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것은 금융당국이 ‘CEO 해임’ 등 중징계 카드를 빼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3사에 대해 영업 일부정지 및 CEO 문책경고 조치를 내렸고, 제재심 이후 열흘 안에 생보사 3곳 모두 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사진제공=뉴시스>

삼성·한화·교보생명, '징계 흥정했다' 비판도 

오랫동안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던 대형생보사 3곳이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3사는 지급이유로 ‘소비자 보호’를 내세웠으나, 사실상은 회사경영과 직결된 CEO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현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업무정지 이상의 기관제재를 받으면 3년 동안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없으며, 대표이사가 문책경고를 받게 되면 연임금지와 함께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 예고한대로 문책경고를 내리면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사장 모두 연임이 불가하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신창재 회장이 대표이사까지 겸하고 있어, CEO 해임이 확정될 경우 오너 리스크가 타 보험사에 비해 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교보생명은 1차 제재심 당일 소명시간에 앞서 보험금 ‘전건’ 지급 결정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신창재 사장은 타 보험사에 비해 낮은 수위인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후 신창재 회장은 연임에 성공해 2020년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1차 제재심에서 CEO 문책경고를 받은 삼성·한화생명도 입장을 바꿨다. 특히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1차 제재심 당일 삼성생명 이사회에서 김창수 사장의 연임 안건을 의결한 바 있어, 연임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구속 후 사장단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금융계열사 수장들을 연임하며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추세였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제재심을 다시 열어 징계수위를 조정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징계선고에 따른 보험사들의 뒤늦은 수습에는 정작 ‘소비자 보호’의 의미는 빠져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감원이 제재심을 다시 열어 징계수위를 하향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후에 비슷한 사례에 대해 보험사들이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생보사 3사가 받는 타격 또한 크지 않다. 3사 모두 CEO ‘주의적 경고’ 처분을 받아 오너 선임권에는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게 됐다. 또한 지연이자를 제외하고 보험금 ‘전건’ 지급을 결정한 교보생명은 영업정지 1개월을 받았으나, 이후 전액 지급 의사를 밝힌 삼성·한화생명은 영업정지보다 낮은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양사가 미지급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하는 등 사후 수습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감안해 제재안을 수정 의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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