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정부의 문화행사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맡겨 수주했다고 법정에서 인정했다.

차 전 단장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본인 등의 8차 공판에서 "영상물 제작에 내가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다들 내가 하는 걸 원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셀프 수주를 한 것이 맞냐"는 검찰의 질문에 "맞다"고 인정했다.

차 전 단장은 2014년 12월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담' 행사에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천으로 총괄 감독을 맡았다. 2015년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위촉됐으며 이어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총괄 감독을 맡았다.

차 전 단장은 정부 사업권을 대가로 자신의 회사 일감을 챙기고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융성' 관련 사업에서 거액의 예산을 타내는 등 이권 사업들에 전방위로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전병석(47) 플레이그라운드 사내이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진술 조서 내용도 공개했다.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전 이사는 "차 전 단장으로부터 '문화행사 영상제작 용역을 달라'는 말을 듣고,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차 전 단장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총괄 감독이 이권을 챙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구설수에 오를 것 같았다"면서 "(이런 일은) 광고·홍보업계에선 매우 드문 경우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 같은 조서 내용이 사실이냐"고 묻자 전 이사는 "구설수에 오르는 것 때문에 다른 총감독들은 본인들이 제작하는 것을 굳이 안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차 전 단장 인맥이 좋고 영향력이 커서 영상물 제작 셀프 수주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거 아니냐'고 물었을 때 증인(전병석)은 '솔직히 말하면 그런 측면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이 "차 전 단장의 문체부 내 타이틀이나 영향력, 총괄감독 지위 등을 볼 때 '절대 갑'이라 차 전 단장이 요구해도 문제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우려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고 하자 전 전 이사는 "그 내용도 맞다. 경험과 실력 부분에 있어서도 차 전 단장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이 전 이사는 "자기가 운영하는 업체에 용역발주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총괄 감독은 발주처로부터 행사진행을 위임받아 전체 행사를 총괄하는 지위로 총괄 감독과의 관계에서 대행사가 '을'의 지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총괄 감독이 발주처에 말을 잘해주면 추후 정산을 유리하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정산에도 불리하는 등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차 전 단장)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황창규 KT 회장은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 회장은 "검찰에 낸 진술서 외에 아는 것이 없다"며 "재판부에 증인 채택을 다시 생각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차 전 단장 변호인은 신문을 원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황 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21일 오전 11시30분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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