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제약업계가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법조계, 공직자 출신 사외이사 선임’이다. 특히 경찰과 검찰 출신이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과거 제약사 사외이사는 회계 전공이나 의사 출신, 공직 인사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유독 검경,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올초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 LG화학은 서울서부지검 검사장을 지냈던 정동민 바른 법무법인 변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오는 17일 주총에서 의결을 거쳐 안건이 가결되면 정 변호사는 사외이사에 선임된다.

9일 <여성소비자신문>과 통화한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LG생명과학과 합병되기 이전부터 전통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왔고 법조인도 한 명 정도 항상 있어왔다. 기존에 하던 것을 한 것이다. 법조계 출신 인사 내정에 대해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대전지검 검사장과 서울서부지검 검사장을 지낸 인사다. 2014년 바른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휴온스그룹의 지주사인 휴온스 글로벌도 경찰 출신인 탁병훈 전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경정으로 퇴직한 탁씨는 국무총리실 공직 복무관리실과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실을 거친 엘리트다.

9일 <여성소비자신문>과 통화한 휴온스 관계자는 “정도 경영을 선포하고 그것을 확고히 한다는 의미에서 사외이사를 모셨다. 정도경영이란 윤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그 틀을 마련하기 위해 모시는 것이다. 사외이사는 한 분을 모시는데 그 이전에는 의사 출신을 모셨고 이번에는 이런 의미에서 모신 분이다”라고 말했다. 휴온스의 정기 주총은 3월 15일에 열린다.

LG화학과 휴온스는 올 1월 약가 관련 불법 로비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불법로비에 관련된 전 심평원 위원과 현 상근위원을 각각 구속 및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JW생명과학, 대화제약 등도 법조계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JW생명과학은 박형철 법률 사무소 담박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에 내정했다. 박 변호사는 대검찰청 공안 2과장을 거쳐 부산고등검찰청 검사를 지냈다. 대화제약 사외이사로는 김종일 변호사가 선임될 예정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유독 약가로비 및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향후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회사내 법조계 라인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도 “최근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조사가 확대되면서 방패막이로 활용하거나 수사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법조계나 공직에 있었던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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