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의정부시가 경전철 파산 위기에도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사업 운영자인 의정부경전철㈜에만 무리하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의정부시는 사업시행사가 의무불이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 시행사인 의정부경전철주식회사는 지난 1월 11일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을 신청했다. 총 투자비 6767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됐지만 운영 개시 4년 7개월 만에 매년 700억원의 손실을 막지 못하고 결국 424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 파산의 길에 접어들었다. 

7개 출자사 중 3개 회사는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2개 회사는 소규모 회사로 적자 운영비 분담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의정부시와 사업자간 책임 떠넘기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정부 경전철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경영 수지 악화였다. 의정부 경전철의 유효 수요가 30%에 미치지 못하자 대주단이 중도해지권을 발동했고 파산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의정부경전철 사업은 1995년 당시 건설교통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교통개발연구원이 수요예측을 처음 실시했다. 이후 의정부시,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사업자가 합의해 최종수요가 결정됐다. 

교통개발연구원은 개통 첫해인 2012년 하루 이용객 수가 7만9000명을 기록해 2013년 8만9589명, 2014년 9만8472명, 2015년부터는 10만명을 넘고 2033년부터 15만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2년 7월 개통한 경전철은 하루 승객 수가 1만2000명으로 2006년 4월 의정부시와 운영협약 때 예측치의 15.2%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도 3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의정부시는 경전철 인근의 개발 계획을 내세우며 2020년 의정부 인구가 52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계발계획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의정부시는 파산 신청 이후 GS건설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며 “30년간 실시 협약을 맺어놓고 사익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공적 성격의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GS건설이 의정부 경전철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위례 신사선 경전철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주장했다. 

하지만 사업자 측은 의정부의 이러한 공격에도 적극 대응을 못하고 있다. 지자체는 공사의 발주처이기 때문에 향후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GS건설은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까지 사업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의정부시의 거부로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29일까지 총 6차례 회의를 통해 파산을 막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사업재구조화 논의를 시작했다. 손실이 나더라도 경전철을 운영하겠다는 GS건설 측의 의지였다. 

사업자 측은 해지시지급금 2500억원을 25년간 매년 145억원씩 나눠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어차피 운영사가 파산하면 최초 계약 협약에 따라 의정부시가 해지시 지급금 2500억원을 한 번에 줘야하기 때문이다. 

사업자 측은 “2500억원을 한번에 지출하면 의정부시도 재정적 부담이 있어 145억원으로 나눠 운영비로 사용하려 했다”며 “우리 역시 145억원을 받아도 총 4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나는 상황이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려는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정부시는 지자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간 운영비로 50억원밖에 지원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사업자 측도 그 이상의 추가적인 손실을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 이를 거부했고 결국 재구조화 논의는 물거품이 돼 파산으로 이어지게 됐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전철이 계속 달리기 위해서는 정치적 공방을 접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한다”면서 “무조건 기업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손실을 감당하라는 주장은 발주처의 갑질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의정부경전철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2월 15일 “경전철 사업자의 파산신청 후 의정부시는 경전철비상대책 TF팀(5개팀 28명)을 구성해서 보여주기식 행정 운영을 하고 있고, 각종 설명회를 통해 시의 명분 축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일방통행식의 대책으로는 시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시민들과 보다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파산선고는 사업시행자의 의무불이행 사유로서 해지권한은 주무관청에 있다”며 “의정부시의 ‘해지시지급금 지급의무 없음’ 주장 계획을 적극 환영하고 앞으로도 이같은 입장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의정부갑지역위원회·국민의당 의정부을지역위원회·정의당 의정부시위원회·노동당 의정부시당원협의회 등 경기 의정부 지역 3개 정당은 지난 2월 17일 "의정부시가 의정부 경전철 사업자의 파산 신청 이후, 경전철비상대책 TF팀(5개팀 28명)을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어, 해지 시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2000여억원은 지방채 발행이나 민간자본 조달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사업이 실패했으면 실패의 책임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만, 의정부시는 시민들의 지혜를 구할 의사나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3개 정당은 이와 함께, 의정부시와 의정부시의회에게 실시협약은 당사자 간의 약속에 불과하기 때문에 해지 시 지급금 '지불거부 선언'을 할 것, 경전철 민자사업 실패의 원인을 철저하게 따지고 규명하기 위한 ‘경전철 조사특별위원회’ 설치, 총사업비 공개 검증, 시민이 참여하는 의정부 경전철 범시민 TF팀 구성 등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최근 의정부경전철 파산신청과 관련, "사업시행자의 재무 손실 주장은 매우 허구적이며 파산선고는 사업시행자의 의무불이행 사유로 해지권한은 주무관청에 있기 때문에 시는 해지지급금 의무가 없음을 주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시장은 재무 손실 주장과 관련, "2015년 말 기준 누적손실액 3200여 억원 중 2200여억원은 관리 운영권 가치의 감가상각 비용이며 실제 현금손실은 1000억원 정도지만 이중 사업시행자의 채무인 대출원리금 상환비용이 600여억원이고 실제 영업손실은 400여억원으로 총사업비 6767억원의 건설 시공이윤을 감안하면 손실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 시장은 또 "사업시행자는 의정부시가 한시적으로 부족한 운영비 50억원 등 재정지원을 제안했으나 이를 회피하고 일반기업의 파산과는 달리 사업시행자의 의무불이행에도 불구, 일정금액의 해지시지급금을 기대할 수 있는 파산제도를 악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시장은 "의정부시는 앞으로 전문 법무법인 파산전담팀과 자문약정을 체결해 회생절차개시신청,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재원조달과 운영방안, 시설물 인수 등 대응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혀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기 맞서고 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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