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일동제약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위한 본격 행보에 돌입했다.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총수 일가는 별다른 추가 자금 투입없이 안정적인 2세 경영체제를 도모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운영되는 그룹의 특성상 또 다른 총수 집안인 일동후디스가 어떤 셈법을 취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일동홀딩스는 지난 6일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일동제약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물 출자 받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99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다.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사업회사) 지분을 20% 이상(비상장사의 경우 40%)이상 확보해야 한다.

사업회사 지분을 돈을 주고 사들이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주회사가 사업회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주회사 주식을 줄 테니 사업회사 주식을 달라고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것이 바로 현물 출자 방식의 유상증자이다. 쉽게 말해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으로 분할하며 지주회사 체제 전화의 신호탄을 쏘았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6일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일동제약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 매수를 단행했다. 일동제약 주주들로부터 주식 520만주를 공개매수하고 비율에 따라 일동홀딩스 신주를 교환해주도록 한 것이다. 

발행신주는 기존 발행주식(722만2812주)의 63.7%에 해당하는 460만1031주다. 교환비율은 일동제약 주식 1주당 일동홍딩스 주식 0.88주, 즉 일동홀딩스 신주 460만1031주를 일동제약 주식 520만주와 교환하겠다는 의미다. 일동홀딩스의 신주 발행가액은 2만1513원, 일동제약 주식의 매수가격은 1만9035원이다. 

이번 주식 맞교환은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편이다. 일동제약은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바 있다.

일동제약 최대주주와 우호 세력의 지분율은 20~30%대에 불과한 반면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이 이사 선임 안건 제안, 주주총회 취소 소송 등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개인투자자 안희태씨와 경영권 다툼, 2014~2015년에 불거진 녹십자와 갈등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결국 일동제약은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포석으로 지난해 8월 지주회사 체제 출범을 공표했다. 투자사업부문(일동홀딩스), 의약품 사업부문(가칭 일동제약), 바이오 및 건강 기능식품 사업부문(일동바이오사이언스), 히알루론산 및 필러사업부문(일동히알테크)으로 분할한 것이다.

그러나 지주회사 요건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회사 성립요건을 위해서는 지주회사 자산 1000억원 이상, 자산 중 자회사 지분 가액 비중을 50% 이상 갖춰야 한다.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4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일동홀딩스의 총자산은 1304억원으로 자산 규모 요건은 충족했지만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은 9.4%에 불과하다. 일동홀딩스의 일동제약 지분율도 3.32%로 행위제한요건 20%에 크게 못 미친다.

주식 맞교환이 이뤄지면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요건 총족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 및 공개 매수 물량이 전체 주식 수에 비해 많은 수준이지만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만으로도 성사가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식 맞교환을 윤 회장 일가가 사업회사인 일동제약 주식을 팔고 지주사(일동홀딩스) 지분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동제약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은 567만36456주에 달한다. 일동홀딩스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일동제약 주식 520만주보다 많다.

윤 회장 일가를 비롯한 우호세력만으로도 공개매수 물량을 충족할 수 있는 구조다. 윤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 355만3748주 중 297만7077주만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지주회사의 지분을 20% 충족할 수 있다.

변수는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일가의 주식 맞교환 참여 여부다. 일동제약 그룹은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 경영권이 윤 회장 일가와 이 회장 일가로 분리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회장 일가는 일동제약과 일동홀딩스 지분을 각각 8% 넘게 갖고 있다.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고 있는 일동후디스 지분까지 합치면 보유 지분율이 10%에 육박한다.

따라서 이 회장도 주식 맞교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일동제약 보다 일동홀딩스 지분을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동홀딩스 주식은 향후 일동후디스 계열분리 카드로 활용하기에 유용하다.

일동후디스의 최대 주주는 지분 29.91%를 보유한 일동홀딩스이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은 이 회장이 행사하고 있다. 이 회장 일가 지분 42%를 합치면 일동홀딩스 보유분을 뛰어넘는다. 

물론 일동홀딩스가 향후 비상장 자회사인 일동후디스 지분을 40%까지 늘리거나 기업공개 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일동후디스 지배구조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상호 보유 지분을 맞바꾸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이 회장 측이 지주사 출발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양 집안은 일동후디스 기업공개로 인해 불편한 관계로 보여진다. 일동홀딩스는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일동후디스 상장을 발표했는데 일동홀딩스 주도로 이뤄진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이 회장이 불쾌감을 나타낸 바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동홀딩스 신주가 늘어나면 지배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만큼 양측간에 긴밀한 협의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단 주식시장은 최근 일동제약의 주가 상승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분할 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으며 최근에서야 반등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의 분할 기준가격은 2만8700원으로 그 정도는 올라야 지분교환을 실시하지 않겠느냐는 바람이다.

지난 4분기에 양호한 실적, 10% 주식 배당 등 호재성 공시를 쏟아내기 시작한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너무 빨리 지분교환을 실시하는 바람에 대주주 입장에선 주가를 부양해야 하는 이유가 소멸됐다.

주식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실망 매물이 지난 7일 일동제약의 주가를 끌어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만약 일동제약 주가가 계속해서 부진하다면 주주들은 일동제약 주식을 일동홀딩스 주식으로 교환할 것이다.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 주식을 1만9035원에 매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일동제약 주가가 1만9035원 밑으로 내려가고 일동홀딩스 주가가 견조하다면 주주 입장에선 교환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다.

이 경우 대주주가 일동홀딩스 지분을 원하는 만큼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일동홀딩스가 공개매수한다고 밝힌 일동제약 주식은 520만주이다. 만약 오너 일가만 청약에 참여하면 일동제약 주식 520만주를 모두 일동홀딩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럼 오너 일가의 지주회사 지배력이 막강해진다.

그런데 오너 일가 외 다른 주주들이 주식교환에 응한다면 오너 일가의 지주회사 보유 지분은 희석된다. 일동제약은 과거 녹십자와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어 그 누구보다도 지배력을 곤고히 하고 싶은 욕구가 강력할 것이다. 청약예정일은 3월 9일부타 28일까지이다. 이때까지 오너 일가는 일동제약이란 주식을 매력적으로 비춰지게끔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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