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비대면 채널 확대가 금융권의 업무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그에 따른 업계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 등 조직 재편 움직임과 함께, 금융권이 제시하는 비대면 채널 강화 전략이 소비자들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통장정리부터 입·출금 업무, 전기세 납부까지 은행원의 손을 거쳤던 은행 업무들이 이제는 스마트폰 어플 하나면 20초 안에 해결되면서, 금융권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비대면 채널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중은행에 도전장을 던졌고, 시중은행 또한 디지털 금융을 경영 비전으로 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금융 업무의 주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창구의 역할이 이전에 비해 축소됨에 따라 시중 금융사들 역시 시장 흐름에 따라 조직 및 포지션을 바꾸는 추세다.

<사진제공=뉴시스>

몸집 줄이는 금융권...인력 감축에 점포 축소까지

최근 금융권에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핵심인력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인력 축소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예대마진 악화와 더불어 오프라인 금융거래 비중이 줄어들자, 판매관리비 축소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KB국민은행에서는 총 2795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다. 지난해 말 10년차 이상의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 3200여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이후 최대 규모다. 국민은행은 앞선 2015년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해 1291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난 바 있다.

KEB하나은행(742명), 농협은행(410명), SC제일은행(66명), 광주은행(102명) 역시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1월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310명과 280명의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확정했다.

증권계에서도 지난해 NH투자증권, 양사간 합병을 진행했던 현대증권과 KB증권이 각각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지난해 KB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 등의 6개 시중은행은 점포 50개를 매각했다. 저수익 점포 또는 합병 등으로 생겨난 중복 점포를 정리해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올해 국민은행은 최근 69개의 점포를 닫았으며, 40개의 점포를 출장소로 격하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30여개와 50여개의 영업점을 통폐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우리은행>

비대면 확대 이면에 수수료 장사?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비대면 채널 강화를 수익성 제고 방편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수수료 신설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은행이 내세우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씨티은행은 거래 잔액 1000만원 이하의 고객에게 월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확정지었다. 대상은 신규고객이며, 인터넷·모바일뱅킹, 자동화기기 등 영업점 창구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KB국민은행도 일정 잔액 이하의 고객이 창구를 통해 입출금 거래를 할 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일명 ‘창구거래수수료’ 도입 검토에 나섰다. 도입 여부 및 부과 기준, 대상 등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수수료 신설 움직임에 소비자들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씨티은행은 계좌 유지를 위한 수수료를, 국민은행은 창구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같은 개념이 아니냐'는 것이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두 은행 모두 비대면 창구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들은 수수료 도입 이유에 대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디지털 채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수수료 이익이 매년 줄고 있는 추세’라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 입장은 전혀 다르다. 송금 수수료, ATM 수수료 등을 이미 내고 있어 새로운 수수료 부과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저금리로 떨어진 수익률을 수수료로 올리려는 것이 아니냐”며 “지금 당장은 수수료 부과대상이 적다고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다른 수수료도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였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금융사들의 이같은 움직임 관련 "인터넷을 잘 다루지 못하는 노년층이나 빈곤층과 같은 모바일 사각지대가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16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4개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의 평균 수수료 순수익은 1846억3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수수료 순수익은 수수료 이익에서 비용도 제외한 금액으로, 은행의 순이익으로 계상된 금액이다.

4개 은행 중 수수료 순수익이 가장 높은 곳은 KB국민은행으로 2016년 9월 기준 2292억100만원을 벌었다. 이 뒤를 우리은행(1922억8500만원) 신한은행(1776억1300만원) KEB하나은행(1394억28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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