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재판정에 첫 모습을 보인 이동흡 변호사(왼쪽 두번째).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헌법재판관을 지냈으며 헌재소장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던 이동흡 변호사가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자체가 종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박 대통령 측에서 탄핵 관련 개별적인 법률위반 여부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면,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행위 자체가 헌법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동흡 변호사가 14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박 대통령의 대표대리인으로 첫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회 소추위원단에 맞서 박 대통령의 여러 탄핵 사유 중 중대한 헌법 위반은 없었다며 탄핵 역시 부당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서는 그동안 탄핵심판에 임하는데 있어 이를 일반적인 형사재판과 동급으로 보는 듯한 제스처를 여러차례 보여왔다. 개별 탄핵사유 관련 사실관계 확인에 주목해 왔던 것으로 “절차를 따른다면 해서 탄핵심판 역시 형사재판과 동일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이동흡 변호사의 경우 박 대통령을 향한 혐의 자체에 중대한 헌법 위배는 없다는 점을 밝히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는 박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치와 기업들의 강제 기부 의혹 관련 “문화융성 정책 수행 과정에서 기업에 사회공헌 차원의 후원을 부탁한 것”이라며 “그런 행위가 자유민주 기본질서에 역행하는 적극적 의사가 있었다거나 헌법상 기본원칙에 대한 위반이라 할 수 없으므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리인은 검찰과 특검의 삼성 뇌물 의혹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의 행위가 부정부패나 국가 이익을 명백히 해치는 행위가 아니므로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검찰은 최순실·안종범을 뇌물이 아닌 직권남용·강요죄로 기소했고,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 혐의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며 “제반 사정을 보면 뇌물죄 성립이 안 된다고 논증됐고,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삼성 관련 소추 사유는 이유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권력 주변에 기생하며 호가호위하는 무리가 있었고 그들을 사전에 제거 못 한 대통령의 잘못은 따끔히 나무라야 하나 그런 과오는 파면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며 측근 비리가 탄핵사유로는 부적절하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국회가 ‘정유라 승마 특혜 지시’를 운운하며 원래 소추 사유에 없던 새로운 사실관계를 추가하고 헌법 제46조 위반이라고 한다”며 “이는 당초 충분한 조사와 증거 확보 없이 시작된 졸속 탄핵소추를 유지하려는 억지 논리”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이 변호사는 “대통령은 부양할 자식도 없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말을 들으며 애국심 하나로 조국과 국민에 헌신했다. 애국심을 존중해달라는 말은 못해도 조금은 따뜻한 시각에서 봐줄 필요가 있다”며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연민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도 쏟아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의 헌법 논리 강조에 대해선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 역시 “이 변호사가 오셔서 변론하니 정말 형사재판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것 같다. 그간은 이 사건이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다루는 엄중한 사건인데 마치 대통령이 피고인인 것처럼 재판이 진행돼 안타까웠다. 앞으로는 그렇지 않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동흡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말기 헌법재판관에 임명됐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신분 시절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경험이 있다. 또한 그동안 이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측면에서 지원해 오다 지난 12일 선임계를 내고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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